1970년대 100대 컬트영화 목록에 오를 명작이 등장하였으니... 토브후퍼의 텍사스 살인마는 50년대 엽기실화 '게인'사건과 쇼윈도의 전기톱으로 4주만에 탄생한 시나리오였다. 전작은 끈적한 느낌의 더러움과 지저분함으로 점철된 다큐멘타리적 영화였다. 기존 가족체계의 전복의 철학을 남발하지만 정작 영화를 보고 난 후 느끼는 점은 기분 찝지구리 뿐이었으니... 2003년 이 작품을 리메이크한 영화가 나왔기에 자칭 호러매니아로서 놓칠 수 없었다. 결론은 대만족이다. (엔딩의 복수극이 마음에 안들었지만..) 토브후퍼 특유의 사실감 넘치는 수작업을 극복하기 위해, 또한 '텍사스'시리즈는 슬래셔 또는 스플래터 영화란 정답을 알려주기 위해 2003년판은 한마디로 장르에 충실하다. 전작은 희생자들이 요리(!)당하는 장면을 짧은 컷에 담아내 나머지는 '니들 맘대로 상상해라'를 주문하였던 반면, 2003년작은 그들이 어떻게 천천히 죽어갔는지, 끈질기게 어떻게든 엮어내기에 여념없다. 마음에 든다. 전작에서 끈질긴 추격씬을 2003판은 대폭 활용, 영화 절반이 도망다니는 씬이다. 우선 전작의 작품성은 리메이크작에서(그것도 호러영화에서) 기대하는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다. 슬래셔물의 특징인 달리기경주, 육체의 능욕, 살인마의 카리스마(레더페이스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다니... 충격이었다. 그 광대같은 살인마에게 제이슨의 성질머리를 붙여놓은 감독에게 찬사를 보낸다.) 등이 적절히 배합되어 다시한번 현대적 슬래셔물의 탄생을 실감했다. 또한 무게감, 비장함이 느껴지는 테마음악과 세련된 연출, 카메라웍은 '양들의 침묵'의 느낌과 비슷할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지닌다. 그렇다고 전작을 까뒤집을 정도로 또하나의 괴물작을 탄생시킨것도 아니다. '게인'사건의 가장 큰 영감인 '이웃과 살인마의 모호한 구분'은 2003년판에서도 살인마가족 전체를 적절히 이용함으로써 꽤 충격적으로 묘사했다. 문제는 전작에서 명장면으로 꼽히는 살인마가족의 저녁식사장면과 절규하는 여인네 씬을 빼먹고 왠지 허탈한 복수극을 끼워넣었다는 점이다. 물론 전작을 답습하였다면 입맛까다로운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또다른 찝지구리함에 경멸의 눈초리를 받았을지 모르겠지만... 나같은 낡은이한테는 가장 아쉬운 부분이니...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호러명작을 접하기 힘들어지는 현실때문인지... 현재 제작되는 호러물에 대한 거부감 또는 옛 작품들에 대한 향수 때문인지... 이런 리메이크작이 유독 애착이 가는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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