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으로 이곳에 글써봅니다.
실미도를 보았습니다. 인터넷상에 떠도는 네티즌들의 평이 호의적이어서 한번 볼만한 영화군 하는 생각에, 단순하게 영화관을 찾았드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과거 군복무시절, 실미도에 대한 떠도는 이야기들, 북파부대에 대한 전언들, 더나아가 베트남 파병부대원 들의 고엽제소송같은, 우리나라 군대의 치부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기에, 그런 실화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보고 싶은 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영화가 이는 픽션이라고 거리를 두려 강변한다 해도,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가 픽션이란 장치로 저버릴수 없는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어차피 관객은 영화를 통해 실화에 접근코자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 세지를 확대재생산할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실화에 대한 분석과 천착이 필요한것 아니겠는지요.
네티즌의 호평일색인 영화를 보고나오면서, 전 박수를 칠수 없었습니다. 왠지 허망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 다. 도대체 실미도 부대원들의 인생이 왜 철저하게 버림 받았는지, 그 역사적 비극에 대해 한발짝이라도 다가선 느낌이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미도는 어쩌면 현재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는 철저히 소외된 사람들이 상존합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전장 처럼 버려져 죽음으로 내몰리는 많은 이들이 있기 때문 입니다. 실미도는 현재와의 접점에서 밝혀졌어야 합니다.
제가 보고픈 것은, 어설픈 말장난이나 신파조의 눈물이 아닙니다. 왜 실미도는 버려졌는지, 그 배경에서 그들을 버린 구조는 여전히 현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감독의 진지한 고민을 보고 싶었고, 그에 대하여 공감꺼리를 찾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감독또한 속한 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영화를 보기 전부터 이미 가지고 있던 고민은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전혀 해갈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늦게나마 감독의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미도의 실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인 소재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실화의 존재만으로도 눈물을 흘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눈물은 쉽게 마릅니다. 따라서 교훈 을 얻지 못한 눈물이란 공허한 것일 수 있습니다. 다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실미도를 기억하는 이유를 나름대로 알아야 합니다. 허나 이 영화는 그 점에서 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어쩌면, 어설픈 소재화로 추후 더 진득한 감독이 이 소재에 접근할 기회를 앗아버린거라 얘기하면 너무 과장일까요.
감독의 얕은 내공, 또는 다른 관심(혹자들이 지적하는 상업적인 관심)때문에, 실미도의 영화화는 어쩌면 유산 되어 버렸는지 모릅니다. 글쎄요, 처음부터 한편의 영화에 너무 큰 기대를 거는 것이 잘못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실미도를 비롯한 우리의 어처구니없는 역사와, 계속 이어지는 현재의 모든 문제들은 저를 포함한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여전히 숙제로 남겨져 있는 거 같습니다. 부디 굿럭하시기 바랍니다. 감독이 관객의 주머니 돈을 노리는 7000원의 흥행게임에 집착하든 말든, 삶의 노곤한 숙제는 언제나 각자의 몫일겝니다.
하지만, 부디 불운한 역사를 다루는 다음의 감독들은 제발 불운한 이들을 두번 죽이지 말기 바랍니다. 어설픈 메스를 들이대는 것은, 또한 수많은 이들을 진실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요 이느 폭력입니다. 과연 당신은 진실하십니까 감독.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찝찝함은 당신 영화때문이란걸 잊지 마시길. 돈 만원을 달라면 그냥 보내드릴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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