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볼 수 있다면 그게 너였으면 좋겠어" - 영화 <안녕! 유에프오>를 보고
로맨틱 코미디보다 로맨스 드라마 장르에 더 많은 여운을 찾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단순한 코미디보다 멜로를 좋아하게 된 걸까. 지난해 초 <마들렌>, <클래식>, <국화꽃향기> 이후, 새해 초 반가운 로맨스 영화가 오랜만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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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안녕! 유에프오> 티저 스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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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우리 영화 | 어리버리한 버스 운전기사 상현(이범수 분)과 발랄한 시각 장애우 경우(이은주 분)의 사랑을 그린 영화 <안녕! 유에프오(제작 우리영화, 감독 김진민)>가 그 주인공. 영화의 캐릭터를 보더라도 지극히 평범한 우리 일상 주변의 이야기이다.
영화 제목에 '유에프오'가 있어 문득 외계인을 소재로 한 <지구를 지켜라>와 <케이팩스>가 떠오른다. 특히, 영화 <케이팩스>에서 스스로를 외계인이라 생각하고 지구의 빛이 너무 밝아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던 프롯이 유쾌하고, 밝은 성격을 가졌던 것처럼 주인공 경우 역시 보지 못하는 것을 제외하곤 매우 활달하고 여자이다.
어쩌면 본다는 것이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 편견이나 선입관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생활 상담소에서 일하는 경우는 따스한 마음을 가졌다. 그런 그녀가 남자 친구에게 차이고, 버스기사 상현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시각적 장애로 인해 외모나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해버리기 쉬운 우리들과 달리 환상을 그릴 수 있기 때문 아닐까.
사실, 그녀는 선천적인 장애로 시력을 상실했지만 어린 시절 특이하게 UFO의 존재를 경험하고 'UFO를 보게 되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말로 마을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꿈과 희망을 전한다.
그녀가 이사 온 구파발은 UFO가 출현했다는 곳이며 소시민들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동네이다. 그녀와 함께 석두(전재형 분)는 특이한 표정과 옷차림으로 매번 나타나 UFO의 존재를 동네 사람들에게 심어주며 관객에게 웃음을 자아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보통 자연현상에 대해 이상 징후들이 많다고 하지만, 이 영화 속 두 주인공의 사랑과 동네 사람들의 모습에서 보듯 잘 살펴보면 UFO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위엔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행운이 온다'라는 등 좋은 징후를 나타내는 자연현상이 많다. 우리가 단지 찾지 않을 뿐이다. 경우와 함께 상현은 그 징후를 찾아 삭막한 현실 속의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다림이란 소망을 가져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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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우야, UFO 소리가 들리니?'-상현(이범수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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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우리 영화 |
| 경우가 어린 시절 본 아버지의 모습이나 UFO의 존재를 기다리며 엽기적인 웃음을 주는 석두 그리고 하늘에서 어여쁜 할머니가 떨어지길 기대하는 복덕방 할아버지(변희봉 분) 등은 누구에게나 갖고픈 소박한 희망일 것이다. 똑 같은 삶을 반복하던 상현의 나 홀로 방송국 '박상현과 뛰뛰빵빵'은 상현에겐 UFO같은 경우가 나타났던 것이 아닐지..
승객들을 위해 나 홀로 방송을 시작했던 상현의 쾌활함으로 인해 사랑의 상처로 굳게 닫혔던 경우만을 위한 방송으로 바뀐다. 영화 <국화꽃 향기>에서 인하가 희재를 위해 익명으로 사연을 보내 마음을 전하듯 그에게도 삶 아니 사랑의 목표가 생긴 것.
경우는 기댈 곳 없던 낯선 외계 마을에서 상현이라는 UFO를 발견하면서 실연 뒤 상처를 빨리 잊게 되고, 상현을 '1등 동네친구'로 의지한다. 이전까지 안내견에 의해 힘겹게 살아가던 그녀에게 상현은 그 동안 찾던 UFO는 아니었을까.
"눈을 뜰 수 있다면 만약, 볼 수 있다면 그게 너였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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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얼 듣고 있을까, 아님 보는 걸까-경우(이은주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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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우리 영화
/ 정선기 | 사랑하면 거짓말쟁이가 된다고 하듯 자신을 친구로 삼은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계속 거짓말을 해대는 상현에게서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보이는 흔한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영화 <봄날은 간다>의 은수나 상우처럼 나른한 연애를 지속하지 않고 특유의 엉뚱함으로 서로 사랑에 눈에 뜬다. 운전기사 상현 아니, 봉구는 엽기 발랄한 여 주인공과 사랑을 이루고 그녀의 눈을 뜨게 해줄 수 있을지..
'사는게 힘들다. 모든 게 어렵다'는 말이 일상어가 되어버린 새해 초, 영화 <안녕! 유에프오>는 현실에 얽매이지 않는 두 남녀의 사랑을 통해 보다 밝은 세상을 꿈꾸는 상현에게 경우라는 UFO가 나타나듯, 언젠가 우리 앞에 나타날 그 희망을 위해 기다리고 준비해야 함을 일깨워준다.
새벽녘 바람이 세차게 불고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다. 어디선가 UFO가 나타나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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