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하고 예쁜 화면, 잔잔하고 로맨틱한 음악 등 마치 한편의 순정만화와도 같은 순정 멜로영화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성공적인 장르는 아니다.코미디 혹은 블록버스터에 길들여진 관객들의 취향 탓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순정멜로영화가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되는 부분 또한 가지지 못한것도 사실이다.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예쁘장한 화면을 보여주다가도 금새 신파가 되고 말고,겉치장에 치중한 나머지 스토리는 전혀 없는 어설픈 멜로영화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그래서일까 우리나라의 순정 멜로영화라 하면 우선 진부하고 유치하다는 생각부터 가지게 될 것이다.그렇게 관객들에게 호응 받지 못하는 순정 멜로 영화가 오랜만에 하나 모습을 드러냈다.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세 배우,이미숙,임수정,김래원 주연의 [...ing]가 그것이다.최근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게 된 배우들인 만큼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더군다나 오랜만에 선보이는 순정 멜로영화라는 점과 그것을 정면에 내세웠다는 점이 이 영화에 더욱 눈길이 가도록 한다.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사춘기 소녀 민아에게 유일한 친구는 엄마 "미숙"이다.좋지 않은 건강 탓에 항상 집에만 있던 민아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녹화된 발레 비디오를 몇번씩 자주 돌려 보는 것과 창가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담배를 피우는 일이다.그런 민아에게 우연히 찾아 온 한 남자 영재는 상당히 엉뚱한 사람이다.영화 [...ing]의 주인공인 민아는 전형적인 순정영화의 여자 주인공의 모습이다.왠지모르게 외로워 보이고,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모습을 가진 사춘기 소녀인 민아의 모습은 그야말로 순정만화의 주인공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 있다.그리고 민아에게 다가온 한 남자 영재의 모습 또한 그렇다.엉뚱하고, 재미있는 성격을 가진 남자 주인공과 조용하고 외로운 여주인공의 우정,그리고 사랑이 이 영화의 중심이다.영화는 순정 멜로 영화 답게 예쁘고, 아기자기한 화면들로 가득 차 있다.언제나 그림기리기를 좋아하는 민아의 그림들,민아와 영재를 연결 시켜주는 거북이 한 쌍,영재의 사진[...ing]에 등장하는 작은 소품부터 배경까지 영화의 깨끗하고 예쁜 느낌을 잘 살려 준다.

영화 [...ing]는 시종일관 아기자기 하고, 유머러스한 두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를 보여 준다.민아와 엄마 사이의 재치있고, 코믹한 대화나 영재의 엉뚱한 행동들은 보는내내 관객들을 웃음짓게 만들어 준다.하지만 여느 순정 멜로 영화들이 그렇듯이 [...ing] 또한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진부하고 당황스러운 전개를 보여준다.민아의 병을 영재가 알게 되는 순간부터 급변하는 상황들은 내내 잔잔하고, 아기자기 하게 이어져 오던 영화의 예쁜 느낌들을 금새 깨버리고 만다.우리나라 순정 멜로영화들이 언제나 그랬듯이 후반의 어색한 스토리와 부자연스러운 전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또한 나중에 밝혀지는 미숙과 영재의 비밀 또한 영화를 더욱 진부하고 당황스럽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영화를 보는내내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들고, 아기자기한 이야기에 푹 빠져 있던 관객들은 어느새 지루함과 식상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여느 순정 멜로 영화들이 그랬듯이 안타까운 결말을 유도하는 다소억지스럽고, 당황스러운 후반의 뒷심 부족이 어김없이 드러남으로써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다.

순정만화 혹은 순정멜로영화에 대한 환상이라고 하면 바로 주인공에 대한 것일 것이다.그렇기에 순정멜로 속 주인공들은 언제나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게 한다.[...ing]역시 [장화,홍련]의 흥행과 함께 인기가 급상승 중인 임수정과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김래원이 캐스팅 되었을 때부터 관객들의 기대와 호기심을 한 몸에 받았다.몸이 약해 언제나 혼자 있지만 밝고 명랑한 민아를 연기한 임수정은 사춘기 소녀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연기해 내고 있다.2편의 영화가 전부인 아직은 신인에 가까운 경력이지만 [장화,홍련]으로 연기에 호평을 받은 임수정 답게 [...ing]의 순정만화 같은 여주인공 민아라는 캐릭터를 깔끔하게 표현하고 있다.그리고 김래원은 드라마와 같은 이미지의 캐릭터 영재를 역시나 잘 연기하고 있었다.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엉뚱함으로 시종일관 관객들을 웃게 만드는 캐릭터를 깔끔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특히 영화 [...ing]에서 단연 돋보이는 캐릭터는 바로 민아의 엄마 "미숙"이다.여느 영화 속 주인공의 엄마와는 달리 개방적이고 쾌활하며, 친구같은 느낌의 엄마인 "미숙"이란 캐릭터는 이미숙의 연기와 더불어 단연 영화에서 돋보인다.말투며,행동 모두 마치 딸의 친구 같지만 아픈 딸을 위해 아픔과 눈물을 모두 감수하는 엄마의 모성애를 이미숙의 감정연기로써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고 있었다.

매번 우리나라 순정 멜로 영화를 보고나면 뒤에 남는 씁쓸함이 못내 아쉽다.항상 예쁘고 깔끔한 화면들과 사랑이야기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지만 뒤로 갈수록 늘어지는 전개와 진부한 결말로 마무리 짓는 것이 우리나라 순정멜로 영화의 전형적인 틀이었기 때문이다.오랜만에 선보인 순정멜로 [...ing] 또한 이언희 감독의 신인다운 독특한 발상과 섬세함, 그리고 시종일관 밝고 잔잔한 이야기로 관객들을 즐겁게 하지만 역시나 뒷심부족은 그 아쉬움으로 남는다.하지만 김래원,임수정이라는 두 청춘스타의 깔끔한 연기와 이미숙의 노련한 연기는 그런 부족함 속에서도 단연 빛을 발하고 있다.영화 [...ing]는 예쁘고 깨끗한 영화이기에 조금의 부족함이 못내 아쉬운 그런 순정 멜로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