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로맨틱한 사랑을 꿈꾼다. 특히 여자들은...
나이가 어릴수록, 아직 진정한 사랑을 해보지 못한 사람일 수록(어쩌면 이미 나이가 들어 가정을 꾸리고 있다거나 어찌 어찌한 사연으로 느즈막한 나이임에도 아직 독신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더라도) 여자라면 한번쯤 언젠가 찾아올 백마탄 왕자님을 꿈꾸게 된다. 그것이 실현 가능하던 가능하지 않던 나의 인생을 보랏빛으로 만들어줄 평생 나만을 사랑하고 나를 행복하게 해 줄 나만의 왕자님이 언젠가는 나에게 불쑥 나타났으면 하는 소망을 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은 조금은 황당하기도 한 로맨틱 코미디나 순정만화, 연애소설 등을 통하여 실제로는 실현이 거의 불가능한 그런 로맨틱한 연인을, 달콤한 사랑을 꿈꾸곤 한다. '봄날의 곰'이라는 생뚱한 동물이 타이틀에 등장하는, 길고 투박한데다 제목에 물음표까지 찍혀있는 발칙한 느낌이 드는, 로맨틱 코믹 추리 연애담이라는 생경한 장르를 표방한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는 어쩌면 로맨틱한 사랑을 꿈꾸는 아직까지 그런 사랑을 이상으로 여기고 있는, 사랑을 가까이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젊은 그랬던 추억이 있는 젊은 시절 우리들의 이야기다.
평범한 그러나 신선한 내용, 독특한 구성
영화는 이제까지의 어떤 영화에서도 느꼊보지 못한 특별할 것이 전혀 보이지 않는 평범한 보통사람이 주인공인 영화다. 영화는 너무 어리숙한 주인공들이 등장해서, 굴곡없이 너무 평이한 줄거리의 평범한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어서 그저그런 밋밋한 사랑이야기로 인식될 만큼 초라한 영화다. 하지만 영화는 이 밋밋한 사랑이야기에 독특한 느낌의 추리적 기법을 가미하여 특색을 보여준다.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는 사랑 이야기가 주는 아기자기함에 추리 소설이 주는 흥미진진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신선한 느낌의 로맨틱 추리 연애담으로 거듭나 아스라한 사랑느낌과 추리극의 미스터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또한 색다른 영화로 거듭나게 된다.
우리의 주인공 현채, 예쁘지도 얌전하지도 그렇다고 여자다운 다소곳함도 없지만 착하고 바랄하고 털털한 것이 영락없는 말괄량이 소녀가 그대로 성인이 되어버린 것같이 여전히 장난기가 가득해 보이는 얼굴의 그녀. 그녀의 존재 때문에, 그녀의 발랄함 때문에 주변이 즐거워지게 되고 주변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하는 마력(?)이 있는 꽤 매력적인 그녀이지만 지나치게 발랄한 털털함을 숨길줄 모르는 조금은 곰같은 그녀의 성격은 여성스러운 겉모습을 추구하는 남자들에게 진성한 여자의 모습이 무엇인지 아직까지도 잘 모르고 있는 것같은 남자들에겐 전혀 어필이 안돼는 예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은 소년같은 느낌의 말괄량이 아가씨 일 뿐이다. 영화는 이렇게 사랑스럽지만 그 모든 매력이 평범함 속에 감추어진 그래서 진정한 사랑이 나타났을 때에만 그 사랑이 진정으로 발현되는 여성 현채가 그녀의 진가를 알아주는 남성과 만나는 과정을 아주 아기자기하면서도 코믹하게, 흥미 진진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그려나간다.
솔직이 영화를 많이 보았던 사람이라면, 그녀의 실체에 대한 영화의 묘사를 제대로 본 사람이라면 그녀가 발견한 메모들이, 그녀의 아름다운 공상이, 그녀의 착각(?)처럼 그녀를 상대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그 모든 사실이 뻔한 것이고 짐작이 갈만한 일이더라도 영화가 계속해서 뒤가 궁금하고 이 영화에 빠져들게 되는 건 과연 이 메모의 주인공이 누구이고 이 메모를 쓴 사람이 누구일까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메모의 주인공과 메모를 쓴 사람은 반드시 그녀의 주변에 감추어져 있기에 주인공들이 엮어가는 알콩달콩 러브 스토리 뒤에 숨겨진 그들의 비하인드 러브 스토리가 궁금하기에 관객은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되고 궁금함이 증폭되어 더욱 영화에 흥미진진함을 느끼게 된다. 아주 기분좋은 긴장을 느끼게 된다.
영화는 평범한 줄거리, 평범한 추리극에 색다르면서도 발칙한 그녀만의 동화같은 상상이 접목되면서 명랑만화 같은 분위기를, 화첩에 담긴 메모와 그 메모의 내용에 아주 적절하면서도 메모를 남긴이에 대한 로맨틱한 상상력을 극대로 증폭시킬만큼 아름답고 유려한 화첩속의 그림들을 첨가함으로써 발랄함과 발칙함에 의한 생기와 동시에 감추어진 로맨틱한 남자에 대한 또 그의 연인에 대한 아름다운 러브스토리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또한 현채 주변의 극중 남자들, 맞선 남, 도서관 사서, 소꼽친구 동하 등,이 실제로 로맨틱한 무드와는 거리가 먼 밋밋한 사람인 듯 보이지만, 그 메모를 남겼을 것으로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 지나치게 평범한 사람들처럼 보이지만 사랑의 힘이라면 평범하고 무드없는 보통인물들도 충분히 누구나 다 로맨틱 해 줄 수 있음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이들의 숨겨진 로맨틱한 면을 꿈꿀 수 있어 더욱 친근하고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라는 영화는 영화 자체가 독특한 소재를 가졌다거나, 특별한 내용이 담겨진 기술적으로 혁신적인 영화가 아님에도 영화가 더욱 빛나고 사랑스러워 지는 건 이 영화를 특별한 영화로 느껴지게 하는 건 영화의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독특한 구성때문이다.
영화가 담고 있는 로맨틱 추리담이라는 줄거리에 아주 적절하게 영화는 현채의 추리가 진행되는 수순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는 의심남이 나타날 때마다, 그를 중심으로 하는 그녀 주변의 상황이 변화됨에 따라 작은 소제목을 포함한 12개의 조그만 section으로 구분되는 영화의 구성은 이야기의 전개에 흥미와 재미를 돋군다. 각각의 section은 분리되어 있지만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현채를 중심으로 한 주변인물들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보여주는 구실을 하고 동시에 영화의 분위기를 전환시켜주는 구실을 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게 하면서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요소들을 효과적이고도 다양하게 사용하는 경제적이면서도 효율적인 효과를 발휘해 극에 더욱 몰입할 수있는 흡입력을 갖는다.
로맨틱한 추리담, 내용에 걸맞는 예쁜 화면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용이(특이한 이 이름이 본명이란다) 감독은 CF감독 출신의 젊은 감독이라고 한다. 영화는 CF출신 감독답게 아름다운 앵글과 세련된 화면 그리고 예쁜 영상으로 발랄한 젊은 청춘들의 예쁜 러브 스토리를 그려 나간다.또한 경쾌하고 아름다운 화면을 제공하면서도 영화의 내용이 지닌 로맨틱함을 격상시키는 듯한 세련되고 화려한 편집으로 한편으로는 로맨틱하면서 한편으로는 명랑한 묘한 영화의 분위기를 형성하며 나름의 독특한 매력을 갖추어 나간다. 따라서 영화는 로맨틱하면서도 명랑하고 예쁘면서도 아름다운 양면을 고루 갖춘 특색있는 분위기의 영화로 괜찮은 인상을 심어준다. 특히, 마치 메모를 작성하고 있는 미지의 인물에 대한, 그의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정성스런 마음이 담긴듯한 세련된 화면과 유려한 편집의 인상적인 오픈 크레딧과 미지의 인물을 그리게 되는 화집이 담고있는 아름다운 그림과 그곳에 남겨진 메모들을 형상하는 화집을 근간으로 하는 멋진 화면들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 모두를 로맨틱한 상상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힘을 지닌 듯 그윽하다. 보는 이들이 극중 로맨틱한 상상의 주인공과 동격화되어 마치 내가 그 로맨틱한 상상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꿈을 꾸게하는 극적 몰입에 빠지게 한다. 극에 몰입할 수 밖에 없는 마력을 지닌다.
솔직이 난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를 기대하지도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로맨틱 코미디가 그저 그런 영화들이 대부분이었는데다 촉망받는 젊은 CF 감독이라곤 하지만 이제 막 영화에 데뷔하는 용이라는 감독이 과연 영화를 잘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아심 때문에 타이틀 롤을 맡고 있는 배두나나 김남진이라는 두 주인공들의 배우로서의 불신(?) 때문에 영화를 제작하면서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는 소문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선입견이 영화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할 만큼 좋은 것들이 아니었다. 단지 영상에는 나름대로 의 재능이 있는 CF 감독이라기에 그림이 꽤 괜찮을 것이라는 약간의 호기심이 있었을 뿐. 그래서 난 이 영화를 보러갈 때 아무런 설레임이나 기대없이 그저 맹숭맹숭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았다. 시간을 때운다는 심정으로 영화에 임했다. 그러나 막상 본 영화는 처음부터 신선했다.
공들여 만들어진 세련된 느낌의 오픈 크레딧, 섹터로 구분되는 영화의 구성, 발칙한 상상이 묻어나는 현채의 상상씬 그리고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배우들의 연기등 영화는 생각보다 탄탄한 줄거리와 구성으로 평범한 이야기를 비범하게 풀어낸 특별한 힘을 보여준다. 여기에 기대 이상의 호연을 보여준 뻔뻔스러울 만큼 자연스러움(개인적으로 지저분하고 털털한 모습의 김남진의 모습과 조금은 철이 없어 보이는 목소리만 한석규 같은 현채 아버지를 연기하는 배우가 인상적이었다)이 베어있는 연기자들의 연기와 맞물려 감독자신의 경험이 담겨있는 사실적이고 생생해 보이는 여러 에피소드들과 감독의 정성과 배려가 묻어있는 평범하지만 의미있는 정성이 담긴 화면과 배경음악은 이제 막 처음 연출을 하는 연출자의 정성과 노력에 감읍하듯 멋진 앙상블을 이루며 영화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아마도 이 영화는 최근에 개봉한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나 <황산벌> 등의 영화들과 비교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초라한 느낌의 영화다. 영화의 규모나 주연 배우들의 인지도 그리고 영화가 갖고 있는 독특한 소재적인 측면 등 영화의 표면적인 면을 차제하고라도 영화가 가지는 사랑이야기란 내용적인 측면도 세간의 관심을 받기엔 상대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말 그대로 초라한 영화다.
그런데 난 이영화를 매력적이라 말하고 싶다.(아니 분명 매력적이다.)
그 영화들만큼 화려한 볼거리도 유명 배우들의 명성도 없지만 보통사람들의 평범함을 연기하기에 충분한 배우들의 수수함이 이 영화의 줄거리가 가지는 나름의 아기자기함이 그 아기자기함을 돋보이게 하는 영상이 이 영화를 매력있게 한다. 단순히 종이위에 글을 쓰는 아무것도 아닌 장면에도 클로우즈 업과 오버랩, 다양한 각도의 근접 촬영등 조그마한 장면도 특별하게 연출하고자하는 감독의 정성에, 발칙한 상상을 아주 유쾌하게 풀어갈 줄 아는 감독의 유머에, 대작이 아닌 소품같이 단순한 내용의 로맨틱 연애담임에도 영화 전체에 대지털 색 보정을 하는 등 세세한 모든 면에 최선을 다한 듯한 감독의 노력때문에 영화는 더욱 아름답고 빛이 나며 매력적인 모습의 영화로 완성된 듯하여 흐뭇하다.
길어가는 그래서 분위기를 더해가고있는 가을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경쾌하고 발랄한 영화이지만 그런 분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해 시종 꿀꿀함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을의 고독함 떄문에 우울한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권하고 싶다. 생활의 활려과 기분전환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고 나올 수 있을 테니까.... 현채의 맹랑한 상상을 보고도 그녀의 좌충우돌 러브 스토리를 보고도 즐거워 지지 않을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 생각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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