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mvgirl
|
2003-10-06 오전 10:33:58 |
2184 |
[19] |
|
|
일반 대중들에게는 흔하게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나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영화 중에 <위험한 관계(Dangerous Liaisons)>라는 영화가 있다. 1988년 아카데미 작품상에 오를 만 큼 작품의 완성도가 출중한 데다 극 자체가 갖고 있는 드라마의 완성도도 아주 높아 꽤 흥 행을 했을 것 같은 영화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선 이 영화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몇 명 이나 될까를 의심할 정도로 이 영화는 대중들에게 숨겨져 있던 영화다. 이 영화를 처음 보 았을 때, 이 영화의 매력에, 아름다움에, 신랄함에 숨이 멋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나 역 시도 이 영화를 TV에서 비로소 볼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이 영화가 얼마나 우리네 대중들의 관심에서 인지도에서 멀어져 있었던 영화였는지 짐작할 만하다. 그랬던 이 영화가, 인지도도 별로 없는데다 우리나라의 실정과는 아주 동떨어진 프랑스 상 류 귀족의 화려하지만 은밀한 퇴폐적이고 향락적인 성문화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가 우리나 라에서 그것도 유교적 전통규범으로 모든 행동이 엄격히 통제되었던 조선시대 사대부 상류 층의 양반댁네를 배경으로 각색되어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은 나에겐 커다란 호기심과 의구 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충격적 소식으로 다가왔다. 전형적인 서양 귀족의 우아함 뒤에 감추어진 성적 치부를 자유분방하고 퇴폐적인 자유연애를 통해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는 이 영화가 예절과 규범을 중시하고 자유연애를 엄격히 억제했었던 조선의 폐쇄적 분위기에 어 떻게 잘 표현될 수 있을까가 궁금하기 그지 없었다. 더욱이 이제까지 시대극에서는 전혀 다 루어지지 않았던 구전으로 전해지는 야사에서나 들을 수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남녀간의 은 밀하고 퇴폐적인 남녀상열지사가 양반댁네를 중심으로 어떻게 그럴 듯하게 표현될 지가 무 척이나 흥미로워 이 영화의 완성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기대하고 고대했던, 다분히 서양적 사고방식이 내면에 깔려있어 우리나라의 정서에는 맞지 않을 것으로 예상(?) 했었던, 그것도 조선을 배경으로는 더더욱 가당치 않을 것 같았던, 사극이면서 다분히 개인적인 음탕하고 저질스러운 남녀간의 상열지사를, 그것도 절제와 인내를 미덕으로 하는 양반댁네를 배경으로 철저히 가리워진 지극히 은밀한 양반들 간의 연애사를 다룬, 대한민국 최초의 우아한 그러나 내면으로는 지극히도 음탕하고 통속적 멜로를 표방한 사극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가 드디어 완성,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오랜 기다림 속에 만나본 영화는, 완성된 영화는 여지까지의 나의 기다림이나 기대를 충분 히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이 영화에 가져왔던 일말의 의구심을 일순에 날려버릴 만큼 충분 히 만족스럽고 완성도 높은 혁신적이며 신선한 아주 특별한 영화로 다가왔다. 영화는 극적 완성도나 재미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사극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말투, 소품 등으로 이 영화를 더욱 특별하게 한다. ‘통 하였느냐’로 대표되는 이 영화의 카피에서 느껴지는 조선시대의 다소곳하지만 한편 도발적 느낌이 드는 그네들의 말투와 조선시대의 사회상을 담은 문화, 즉 차나 다과를 마시며 담소하는, 시, 서화 때론 음탕한 그림을 통해 그들만의 개인적인 취미를 즐기는 다분히 개인적인 문화, 남녀를 불문하고 우아하고 단아한 자태로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데에도 열심인 양반님네들의 모습,은 생소한 듯하지만 정겹고 신선한 듯 세련되어 우리의 우월한 귀족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만큼 멋스럽고 우아하다. 외국의 시대극에서나 가능할 것 같았던 화려한 복식은 우리의 한복으로 멋지게 형상화 되어 이제껏 보아온 한복의 형태와 비슷하나 이제껏 느끼지 못했던 훨씬 도발적이고 화려한 자 태의 아름다운 색체와 문양의 복식과 다양하면서 멋스러운 장신구들로, 각각의 인물들의 성 격과 자태에 어우러져 화려하게 거듭난다. 여기에 그들이 머물고 생활하는 고풍스러운 가 옥에 이르기까지 역시 외국의 그것에 비교하여 절대 뒤지지 않는 나름의 우아함과 품격을 갖춰 영화를 한층 고급스럽게 업그레이드 시킨다. 영화는 이제까지 우리의 문화가 외국에 비해 독립적이고 고상하다는 측면만을 강조했었던 기존의 선입견을 완전히 뒤엎고 우리의 것도 외국 것 못지않게 아주 화려하고 아름다우며 품격을 갖춘 우아하고 멋드러진 문화였음을 우리에게 확인시켜 준다. 우리 문화에 대한 자 부심을 불러일으켜 준다. 더욱이 가당치 않을 것이라 생각되었던 원작의 배경, 즉, 프랑스 귀족사회의 성풍속도가 그 럴 듯하게 우리네 양반님들의 세상으로 옮겨와 체통이나 절제를 중요시 하던 우리네 조상 님의 은밀하고 음탕한 내면이, 우아한 외견을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본능적 욕정이나 욕망을 취할 줄 알았던 그네들의 영악함이, 고루하고 답답하기만 할 것 같았으나 적당한 풍류나 은 밀한 사랑도 즐길 줄 알았던 다분히 인간적 모습의 그들을 서양문물이 전해져 오던 조선 후 기라는 적절하게 계산된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다분히 서양적이고 개방적인 느낌이면서도 한편 영락없는 다소곳한 조선 본연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옮기는데 성공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가 교과서나 일반 서적을 통해서는 절대로 접할 수 없었던 너무도 은밀하고 음 탕하고 적나라하여 그 이야기조차 거론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겼을 우리네 조상님들이 성문 화를 고스란히 담은 듯한 야시하고 음탕(?)한 민화들이 영화의 곳곳에 삽입되어 영화의 내 용에 설득력을 주면서 동시에 영화에 대한 흥미를 더욱 배가시킨다. 서양의 소설이 원작인 까닭에 그 내용이 우리네 사고로 받아들이기엔 폐쇄적이고 고루한 조 선 시대이라는 시대적 상황에 적용하기엔 다소 도발적이고 발칙함이 두드러진 정서의 차이 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일 것 같은 약간의 의구심도 한편 들지만 어쩌겠는가 그들도 사람인 것을 법도나 규범이 목숨보다 중한 상황이었지만 자신의 순간적 감정이 사랑이 그것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질 수 있는 그들도 사람이었던 것을… 국가적 정서나 시대적 배경, 상황을 막 론하고 이런 상상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 각이 들었다. 또한 원작에 충실히 따르면서도(<위험한 관계>와 <스캔들>의 몇몇 장면이 아주 똑같다. 대사까지도…) 우리네 정서에 아주 적절하게 상황을 설정하여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힘이, 줄거리를 이끌 나가는 감독의 재능이 탁월하다. 영화는 영화가 담은 어느 하나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영화적 완성도나 대중적 대중적으로 재미 면에서 손색이 없는 만족스러운 영화로 완성되어 우리에게 재미와 감동을 준다. (나 개인적인 사견이지만 <위험한 관계>라는 내용면에서는 적절한 그러나 어쩐지 우리나라 의 정서상 약간의 애로틱한 느낌이 조장되는 저급영화가 연상되는 원제보다는 일반인들의 이목이나 관심을 더 끌만한, 약간은 도발적 유혹 같은 느낌이 드는 <스캔들>이라는 이름 으로 다시 명명되어 개봉되는 것이 훨씬 더 적절하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흥행 면에서도 훨 씬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알려져 있는 대로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정사>, <순애보>등을 연출했었던 이 재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완성되었다. 이제 겨우 두 편의 장편영화만을 내놓은 젊은 감독, 그래서 그의 연출역량에 대해 평단으로부터 공고한 인정을 받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이재 용이라는 감독이 만들어내는 멜로는 어떠한 상황이라도 아름다울 것이라는 멋스럽고 고급스 러울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주는 감독이었다. 이감독의 첫 장편 <정사>에서 느꼈던 감 독의 연출에 대한, 작품을 이끌어가는 섬세함에 대한 인상이 너무도 강했었기에 다분히 통 속적이고 위험스런 내용의 영화도 아름답고 고급스럽게 연출할 줄 아는 그의 섬세한 연출 감각을 믿었기에 조금은 다소 무모하다고 느껴지는 위험하다고 생각되었던 이 프로젝트에 막연한 기대를 갖게 했다. 그리고 감독은 이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무모하고 위험스럽기만 했던 이 프로젝트를 아주 멋지게 완성하여 기존의 우려를 말끔히 씻고 감독에 대한 그 막연했던 기대와 믿음에 확실히 보상이라도 하듯 완벽하게 조선시대로 리메이크된 <위험한 관계>를 <스캔들-조선남 녀상열지사>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멋지게 완성해서 선보이고 있다. 만일 이재용 감독이 아니었더라면, 그의 섬세함이 아니었으면, 원작에 대한 충실한 이해가 없었더라면, 18세기 외국의 연애사도 충분히 우리나라의 동시대 남녀관계에 충분히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상당히) 발칙한 발상의 전환이 없었더라면 이 영화는 아마도 세상에 태어 나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영화가 아주 치졸한 양반내의 통속적 연애담을 담으면서도 가장 우아하고 아름답게 보 이는 것은, 야하듯 고급스럽게만 느껴지는 것은, 다분히 도발적이고 향락적이라기 보단 다 소곳하고 화려하기만 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조선의 유교문화에 젖어있는 품격과 품위를 갖 춘 자태를 가진 그들의 모습과 다분히 인간적인 사랑에 대한 그들의 은근한 감정을 조심스 럽게 표현해 낸 이재용 감독의 계산된 듯 치밀한 연출로 인해 영화는 기존 헐리웃과 유럽 에서 만들어진 그렇고 그런 비슷비슷한 영화들과 비교해서 원작의 내용은 고스란히 담으면 서도 확실히 그들이 보여주었던 영화들의 느낌과는 확연히 다른 차별화된 영화로 느껴지게 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를 묵묵히 밀어붙이고 완벽하게 완성해낸 감독의 뚝심이 이루어낸 성공이다.
여지까지 난 아주 한심스러운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의 영화는 아무리 고급스럽게 치장을 하더라도 헐리우드의 그것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 없을 것이라는, 아무리 대량의 물량을 투입하여 혁신적인 영화가 만들어지더라도 세계 영화 산업의 중심이라고까지 하는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소재나 형식, 장르의 테두 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그저 그들이 이미 개척해 놓은 것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 라는 말도 안되는 사대주의적 선입견 말이다. 하지만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분 히 우리색깔이 두드러지는 우리만이 만들 수 있는 한국적 블록버스터 영화가 가능하다는 것 을, 전형적인 한국의 아름다움을 한국적 문화를 강조하면서도 충분히 색다르면서도 공감이 갈 수 있는 드라마가 가능함을 깨달았다. 영화를 통해 관객이 공감하거나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적 코드는 이미 형성되어 있거나 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전환된 발상을 통해 신선 한 창조가 가능하다면 구시대적인 것도 새로운 감각으로 신선하게 재창조가 가능하기만 하 다면 어떠한 영화(예술을 통틀어)든 관객들은 환호하고 열광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알았다. 이 영화를 보고 내가 흡족하고 만족해하고 또 환호했었던 점이 원작의 완벽함 때문이 아닌, 내가 원작을 좋아한다는 사적인 감정을 넘어서 그 원작을 너무도 확실히 완벽하게 한국적 으로 재창조한, 거기에 재미와 작품성을 모두 갖춘 전대미문의 통속적이고 야하면서도 우아 함을 잃지 않는 화려함까지 겸비한 작품으로 거듭난 것이 너무도 대견하고 감격스러워서 영 화를 보는 내내 너무도 기분이 좋았다. 아마도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이라는 영화는 그 소재의 독창성이나 내용의 발칙함으로 한국영화사에 두고두고 회자되며 앞으로 만들어질 많은 영화들에 본보기가 될 만큼 오래오래 기억될 혁신적인 영화로 평가 받고 기억될 것 같 다는 생각이 든다.
|
|
|
1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