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있어 세상의 이치는 인간의 눈으로 비춰지는 굴레에 갇혀있다..인간이 나름대로 구축해온 문명으로 대변되는 세상안에서 그들의 일상다반사는 인간으로부터 모든것이 시작되고 그를 벗어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예외일 뿐이다..
뱀파이어..늑대인간..어느 괴기한 소설이나 영화의 주연으로써 인간의 이야깃거리에나 회자될 법한 이들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채 자신들의 세력을 지켜내기 위해 대립하고 있다면..인간에게 박진감넘치는 상상이나 될까?
하지만 인간을 제외한 그들만의 세상..피비린내로 얼룩진 천년간의 전쟁의 역사가 버젓히 진행되고 있는 언더월드를 한번이라도 볼 수 있다면 그대도 생각이 달라질까?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대립..글쎄다..우리는 지금까지 뱀파이어면 뱀파이어..늑대인간이면 늑대인간..그렇게 서로간에 선을 긋고 그들이 함께 무언가를 보여주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 영화의 설정은 그것만으로도 무언가 독특하다..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대립이라..그렇다면 이 영화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함께 출연한다는 이야기다..뭐 그럴수도 있지..라고 치부해버릴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그런식의 발상으로 다가온 영화는 없었기에 상당히 독특한 발상이라고 추켜세워줄 만하다고 여겨진다..
이 영화에서 인간은 그냥 소품일 뿐이다..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전쟁을 다루는 영화다..인간은 필요없다..물론 뱀파이어와 늑대인간도 본래는 인간이었기에 인간의 외모를 지니지만 그들은 인간을 벗어난 또다른 세상의 주인공들이다..그런 그들을 제외하면 이 영화에서 인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물론 마이클이 이영화에서 중요한 키워드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따져보면 그역시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게 되지 않는가..인간은 그들에게 자신들의 존재에 무지한 자들일 뿐이고..그런 서로를 잘아는 상대방이 더욱 경계해야 할 적이 되는 것이다..
환타지..상식적으로는 이해되지 못하는 상상에서나 만날 법한 이들의 이야기인만큼 환타지에 가까운 영화다..더군다나 인간의 배제로써 그러한 환타지의 속성을 더욱 강하게 부여받는다..또한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이야기인만큼 영화의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어둡다..뱀파이어나 늑대인간이나 밤의 종족이다..햇빛과 상극인 뱀파이어..달빛을 봐야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는 늑대인간..물론 여기서는 나름대로 진화하여 변신에 대한 자신의 콘트롤이 가능해졌지만..근원적으로 그 둘은 밤의 종족이다..어떤 고딕적인 암울한 색채가 어울리는 이들에게 이 영화는 적합한 분위기를 보여준다..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어떤 환타지적인 가벼움을 진지하게 이끌 수 있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만으로 이영화가 독특하다 말할 수는 없다..더욱 특이한건 지금까지 우리가 지니고 있던 관념의 타파다..호러영화의 주인공에나 걸맞을 법한 뱀파이어나 늑대인간이라면 어찌되었건 인간의 입장에서는 괴물에 가깝고 그들은 한통속으로 묶어버릴 수도 있다..하지만 엄연히 그들은 다른 존재이고 그들간에도 대립은 있다..그리고 그들의 대립으로 인한 전투에서 그들의 물리적인 힘의 대결보다 총을 뽑아 서로에게 난사하는 모습을 더욱 자주 볼 수 있다..흔히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총을 사용한다는 생각은 어느 누구도 쉽게 해본적이 없다..그것은 지난 몇세기동안 우리에게 읽혀지고 전해온 그들의 이야기에서 찾아본 적도 없었고 오늘날의 영화에서도 거의 찾아본 적이 없었다..인간의 진화된 문명을 따라서 그들도 그러한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것이다..인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인간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삶의 질을 향유한다..인간이 나름대로 그들의 삶에 영향력을 보여주는 모습이다..어찌되었건 그들도 한때는 인간이었으니까..그 본래의 성향은 인간적인 것이다..그것이 그들에게 인간의 존재가 필요한 이유중의 하나가 되는 것이기도 할테고..
뱀파이어..흡혈귀라고도 하는 이들의 또다른 명칭은 이영화에서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화려하면서도 고풍스러운 그들의 저택..고딕적인 우아함이 깃든 그들의 모습이 흡혈귀라는 왠지 껄끄러운 명칭보다는 뱀파이어라는 럭셔리한 느낌의 이름이 어울릴법하다..깔끔한 가죽의상을 걸친채 전투를 치루는 셀린느의 모습은 흐트러짐없이 우아하지 않은가..
그에 비해 늑대인간들은 거칠고 매우 칙칙하다..그들이 사는 하수구의 아지트와 그들이 걸친 지저분한 의상부터가 괴물의 형상을 한 늑대인간본연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그들의 모습만큼이나 투박하고 지저분하다..영화상에서 라이칸이라고 불려지는 늑대인간의 이름도 나쁘지는 않지만 왠지 늑대인간이라는 투박한 이름이 그들에게 어울린다..
물론 이러한 설정은 영화를 제작함에서 뱀파이어쪽을 우호하는 관련자들의 횡포와는 무관하다..영화를 보면 알테지만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대립은 오래된 신분질서의 모순으로 빚어지는 어쩔 수 없는 일련의 과정일지도 모른다..그러한 이면의 배경을 철저하게 반영하는 그들의 현실적인 모습일뿐이다..
어찌보면 과거의 세습적인 신분질서의 대변처럼도 보인다..계급이 나눠진 그 시대에서 고귀한 피로 분류되는 귀족사회와 천박한 피로 분류되는 평민사회의 모습을 보는 듯 하기도 하다..그런 고귀한 피를 지켜가려면 고귀한 피를 지닌 자신들만의 계급세습이 필요하고 보전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고인 물이 썩어가듯 그들의 발전없는 유전자의 보전은 스스로를 도태시켜 나갈 뿐이다..귀족의 근친결혼이 유행했던 중세시대 혈유병이 유전되어 오히려 그들의 대가 끊어지는 일이 빈번했던 것처럼 말이다..늑대인간과 뱀파이어의 잡종이 그들의 순종보다 우월해지는 것처럼 발전은 외부와의 결속과 교류에서 찾아내는 것이 더욱 유용할 때가 많다..잡종은 언제나 순종보다 강하지 않은가..
솔직히 스토리가 엉성해보이지는 않지만 관객에게 100%전달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보인다..나름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간단하게 보고 즐기기에는 복선과 반전을 이해해나가야 하는 부담이 있다..또한 그러한 과정에서 가끔씩 매끄럽게 이해를 전달하지 못하는 혼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스토리의 발상이 보여주는 독특함과 그런 단순하지 않은 이야기의 흐름에 많은 집중과 상상력을 가미시킬 수 있다면 흥미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보여지는 영상의 맛도 먹음직스럽다..특히나 스타일리쉬한 매트릭스류의 정적인 액션을 구사하는 뱀파이어 셀린느의 모습은 보는이에게 우아한 멋을 전달한다..단순무식하게 치고 받는 것에 그치기보다는 한순간의 기발함에 포인트를 잡아 응용한 비쥬얼이 성공한 느낌이다..다만 그러한 비쥬얼에 치중해 영화를 보다보면 스토리의 흐름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케이트 베킨세일..진주만에서의 청순한 여성스러움으로 자신을 감싸던 그녀가 이렇게 강렬한 이미지로 변신을 꾀했다니..지난 진주만에서 보여주었던 그녀의 모습보다 훨씬 매력적인 모습에 아름다움이 느껴졌다..정말이지 멋진 연기변신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보여준 지난 날의 통설을 깨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무언가 구태의연할 법한 소재를 모던한 느낌의 신선함으로 승화시키는데 성공하지 않았나싶다..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역사를 왜곡한 것은 아닌가 싶은 걱정은 있지만..그들에게 인간의 생각따위는 그다지 알바가 아닐테니..항의따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하긴 어찌보면 그들이 더이상 인간의 고리타분한 호러영화의 주인공 따위에서 벗어남에 고마워할지도 모르겠다..
사족>결말부는 후속작에 대한 강한 어필?글쎄..헐리웃의 후속작 만들기식의 사업형태는 언제나 봐왔지만..이영화도 후속작이?지켜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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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보다 액션과 비쥬얼이 더 쎄질 듯. 사상최강의 두 코비너스 끼리 맞붙으니...셀린느는 뭐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