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뇌리에서 점점 그 기억들이 망각으로 변태하고 있는 중..갑자기 그 변태중이던 기억을 감싸는 허물을 싹 날려버리 듯..녀석들은 다시 돌아왔다..여전히 스스로가 '나쁜녀석들(Bad Boys)'임을 자처하면서..
할리웃 블록버스터..이 말만 들어도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하기 일쑤다..
돈 좀 상당히 발랐겠군..혀를 내두를 액션과 눈을 의심하게 만들 CG들로 화면을 꽉 채운채 관객들을 유혹하겠지..하는..그런 생각들..그리고 그런 생각들이 관객을 상영관 안으로 끌어들이는 효자 노릇을 함과 동시에..관객에게 이 영화를 혐오하게 하는 반사적인 구실을 하기도 한다..야누스의 얼굴처럼..구미가 당기는 무언가가 될 수도 있지만..너무나도 뻔해보이는 그저그런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전편의 후속작..이런 훈장을 달고 나오는 작품들은 전편의 뛰어난 즐거움을 만끽한 이들에게는 상당한 기대감을 줄 수도 있지만..그 전편의 데자뷰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지니지 못한 후속작이지 않을까..하는 불안감도 동시에 지닐 수 있게 된다..
이 두가지의 모든 요건을 담은 채..기대감도..불안감도..모두 한몸에 받는 이 영화는 그런 악조건들은 셋째손가락을 힘차게 내뻗으며 젠장!닥치고 보지 그래!..라고 외칠것만 같은 기분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미녀삼총사(-맥시멈 스피드)가 약간씩 떠올랐다..
맥시멈 스피드도 후속작이고 할리웃 블록버스터다..이영화와 비슷한 조건을 달고 극장에 간판을 걸었다..
그러나 같은 조건의 영화임에도 다른 결과를 볼 수 있다면..그건 왜일까..
나쁜녀석들의 가장 큰 묘미는 화려한 액션이다..특히 요즘 액션영화에서는 빠져서는 안될 것 같은 자동차 추격씬은 이영화에서도 여지없이 등장한다..페라리가 질주하며 범인들의 뒤를 쫓는 이 스피디하면서도 과격한 추격씬은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 중에 하나이다..값비싼 차들이 고속도로에서 이리저리 뒹굴며 나가떨어지는 모습은 차없는 사람들에게는 참 가슴아픈 현실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액션이 주는 묘미는 요즘 난무하는 CG의 흔적이 그다지 발견되지 않는 라이브적인 느낌의 액션이란 것이다..특히나 요즘처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난무하는 CG와 와이어의 능력을 보여주는 액션들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액션이 아니라 인간의 한계점에서 벗어나지 않는 솔직한 액션이 보는 이에게 과장된 액션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리얼리티를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2시간 내내 액션으로 시작해서 액션으로 끝나는 영화가 아니다..만약 그렇다면 어느 다른 보통 영화들과 다를게 뭐가 있느냐 할테지만..이 영화의 백미는 다른 곳에 있다..
요즘 우리나라의 번역이 솔직해진 듯 하다..험하고 상스럽게 느껴진다..싶은 은어들을 여과없이 번역해서 예전의 조금은 품위를 지키던 고상한 척하던 대사들이 솔직한 느낌으로 와닿는 경우가 늘었다..가끔씩은 알아듣기 힘든 외국어를 듣기 보다 자막을 읽는데서 웃음이 나는 경우가 많다..이 영화에서 나오는 두 주인공..마이크(윌 스미스 역)와 마커스(마틴 로렌스 역)의 대사는 상당히 재미있다..긴장되고 위험한 순간에서도 두 주인공은 농담을 멈추지 않는다..관객에게 눈으로 보는 즐거움과 귀로 듣는 즐거움(비록 자막을 읽겠지만 듣는다라는 표현을 쓰겠다)을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셈이다..그들의 장난끼넘치는 표정과 애드립도 일품이다..만약 다른 이들이 나쁜녀석들이 되었다면 그들의 쿨한 느낌을 살릴수 있었을까..하는 의문이 들정도로 참 어울리는 연기를 한다..어찌보면 멋진 녀석들이다..
솔직히 스토리만을 가지고 보자면 이영화가 다른 여타의 비슷한 영화들에 비해서 훌륭하다라는 말을 하기는 힘들다..다른 영화들과 비등한 평가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의 평가는 받기 힘들지 않나 싶다..그러나..역시 다른 어떤 상업성을 표방하는 할리웃 블록버스터보다는 낫다..라는 느낌이 든다..왜일까..
위에서도 말했지만 과장성없는 액션..캐릭터를 충분히 살려주는 배우들의 열연..이 두가지말고도 이 영화에는 다른 영화에 없는 무언가가 있다..
캐릭터의 힘..두 주인공이 주축이 되어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흘러감에 어떤 비약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앞뒤의 연결성이 나름대로 맞아떨어지는 형태다..어떤 위기 상황의 극복에서도 억지스러움이 보이지 않는다..나름대로의 재치와 순발력으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인물들의 즐거운 연기 앞에 누가 돌을 던지랴..
또한 볼거리에 치중하면서도 나름대로의 스토리를 살리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마이크와 말커스가 보여주는 동료로써의 심리변화를 영화의 흐름안에서 잘 살렸고..시드와 마이크의 로맨스도 나름대로 잘 살렸다..맥시멈의 전혀 긴장되지 않는 위기상태에서 느껴지는 지루함이 지나치다 싶지만 나름대로 화려한 액션의 즐거움을 반감시킨 것에 비하면 정말 대조적이지 않은가..밋밋하지 않은 스토리는 영화의 장점을 동반 부각시키는 상승효과를 일으킨다..
물론 후반부에서 마치 미국과 쿠바의 승부를 보는 듯한 전투씬의 등장에 딴지를 걸 사람도 있겠지만..여타의 다른 미국제일주의 영화와는 달리 단지 여동생이자 애인이 납치된 쿠바로 미국 경찰로써 구출 작전이상의 오버된 애국심을 강조하지 않는 미덕이 난 참 적절하다고 생각했다..미국 대표 영웅 선발대회의 느낌이 아닌 자신의 소중한 이를 위한 목숨 건 사소한 애정이 인간적으로 돋보였다고 생각하는데..딴지를 건다면 할말은 없겠다..
다만 쿠바의 판자촌을 때려부수고 내려가는 씬은 조금 씁쓸했다..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는 듯한 인상이랄까..희생당하는 소의 입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할 수 있을까..
다시 언급하지만 예전의 맥시멈스피드에서 지니지 못했던 미덕이 이 영화에 있다..지나치게 오버하는 듯한 액션에서나마 줄 수 있는 즐거움은 앞뒤사항 가리지 않고 무대포로 무력하게 흐르는 스토리가 깎아내린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스타워즈의 고전들이 지금도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CG가 발달하지 못한 그 시절에 미니어쳐와 수작업을 거친 모형들의 힘으로 이루어낸 인간적인 SF를 가능케 했기 때문이다..오늘날의 SF영화와 비교했을때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명장면들로 가득찬 스타워즈의 고전앞에서 우리는 오늘날 맛볼 수 없는 향수를 느낀다..
나쁜녀석들은 거짓말하지 않는 장면들로 채워진 영화다..그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강력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유연함이 있다..요즘 영화들에게서 화려하지만 무언가 아득해보이는 느낌을 받는 대신 이 영화에서는 솔직하고 정겨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가끔씩 그런 사람들이 있다..그냥 웃고 즐기면 되는 거 아냐?그렇다..그냥 웃고 즐기는 즐거움을 주는 영화도 분명히 필요하다..그러나..생각해보면 그러한 변호아래서 나름대로 웃고 즐기기 이전에 관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요인들을 교묘하게 숨기는 영화들이 있다..
웃고 즐기라는 건 자연스럽게 웃음을 즐길 수 있는 요건을 갖추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지 그러한 말로써 옹호받음으로써 강요당하는 즐거움은 아닐테다..그러나 가끔씩 우리는 무의식중에..그래..이건 웃고 즐기는 영화야..라는 자기스스로 강요를 자처하며 그 영화의 불쾌함을 묻어버리려 한다..
적어도 이영화정도면 웃고 즐기는 영화..라는 수식어가 맞아 떨어지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2시간동안 유쾌하게 영화를 보고..나름대로 툭툭 털고 재미있었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모범영화가 아닐까 싶다..무거운 메세지도 없고..속도감있고 화려한 액션과 재치가 넘치는 대사와 연기로 시종일관 웃음짓게 하는 영화..군더더기 없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영화..그런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테다..
할리웃 블록버스터..그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2시간의 시간..뻔한 스토리를 지니고도 사람을 즐겁게 하는 영화가 있고..사람을 지루하게 하는 영화가 있다..나름대로 즐겁길 원한다면..이영화에 2시간을 베팅해도 좋을 것 같다..
나쁜녀석들이라..어떤가..나쁜녀석들이면..사악하지 않은 장난끼로 똘똘 뭉친 나쁜녀석들 정도라면 눈감아줘도 무방하겠다..아..다만 녀석들을 만나는 중에는 눈을 감으면 안될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