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가족'은 상당히 난해한 영화다.. 그러나 이제까지 난해하단 영화랑 조금 의미가 다르다..
보통 내가 난해하다고 했던 영화는.. 영화가 너무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만들어져서 뭘 말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던가.. (보통 난 예술영화라 표현한다..) 내용적 연결이 너무 어이없어서 왜 저렇게 되어야했는지 궁금하다던가.. 아니면 말도 안되게 뒤죽박죽 섞여있는 영화라 이해하기 힘들다던가..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바람난 가족'은 이에 비해 내용이 너무나 명료하다.. 지극히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들처럼 차근차근 보여주고 있어서.. 영화속에서 상당히 극단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사건조차..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그럴만한 일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사실 이런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확률은 희박하지 않을까? 아닌가? ^^a..)
근데 영화를 보고나면 사람들이 갈린다.. 이 영화가 정말 좋은거 같다는 사람이랑 별로였다는 사람.. 이 영화는 뭔가를 우리에게 말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 의미가 분명하지 않다.. 적어도 "딱 이거다.." 라고 말해주고 끝나는 형식은 아니다.. 대충 의미 파악이 되긴 해도 거기에 목적이 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임상수 감독님은 '떡영화'가 맞다..란 표현을 쓰셨다.. 그렇다.. 바람이 나서 섹스를 하는 영화다.. 근데 과연.. 정말 그것만이 영화의 목적이 아닌듯 하면서도 중점적으로 다루어진다.. 즉.. 2가지를 적절하게 버무림으로써 뭔가 말하려는 영화란 것이다..)
결국 이 두가지에서 사람들의 평가가 갈리는거 같다.. '이 영화는 뭔가를 말해주려는 영화다.. 영화의 메세지에 주목할 수 있었다..' 라고 생각하신다면.. 꽤 괜찮은 영화가 될 것이다.. '이 영화는 단지 섹스에 집착한 영화다.. 메세지는 너무 약하다..' 라고 생각하신다면.. 꽤 재미없는 지루한 영화가 될 것이다.. 그래서.. 난해한 영화인 것이다.. (그렇다고 한 쪽의 사람들이 잘못 느낀것도 아니다..)
이런 일상성을 보여주는 영화로 최근에 본건.. '질투는 나의 힘'과 '싱글즈'가 있었다.. (잘 생각해보니 '맛있는 섹스와 사랑'도 포함된다..) 세영화 모두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거기서 전달되는 메세지가 보인다.. 단지 '질투는 나의 힘'은 평범하게 흘러갔다고 한다면.. '싱글즈'는 낙관적이고 발랄하게 흘러가는 반면.. '바람난 가족'은 비관적이고 극단적으로 흘러가는 차이가 있는거 같다.. (물론 '바람난 가족'은 전체적인 분위기 자체가 비관적이진 않다.. 그러나 점점 나오는 사건들이 비관적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뭔가를 느꼈을까?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부인인 호정과 학생인 지운의 섹스 장면이다.. 부인이 학생과 섹스를 한 후 학생의 위에서 엉엉 울 때.. 뭔가가 느껴졌다.. 남편은 아들이 죽고 나서 그가 바람을 피고 있는 상대인 병한에게 전화해서 얘기한다.. 자기 안에 있는 뭔가를 분출하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라고.. 그리고 부인인 호정은 이를 내버려둔다.. 왜 그랬을까.. 이는 학생인 지운과의 섹스 장면이 가르쳐 주지 않는가.. 뭔가를 분출하고 싶은건 .. 단지 남자만 가지는 감정이 아니라는걸.. 그녀 역시 그런 감정을 느끼는 하나의 인간인 것이다.. (물론 이게 느낀 전부는 아니다.. 단지 우는 그녀에게서 느낀 뭔가의 일부일거다..)
그렇게 보면 이 영화는 다분히 여성적이다.. 하지만 임상수 감독님의 영화는 항상 그래왔고.. 이번에 그 역할을 맡은 문소리씨와 그의 주변인물들은 모든 역할을 잘 해냈다.. 그래서 난 이 영화가 개인적으로 좋았다.. 솔직히 이 영화는.. 보고나서야 평가가 갈리기 때문에 추천을 하기가 애매모호하다.. 그러나 말하고 싶은 것은 단지 '떡영화'만은 아니라는 것과.. '싱글즈'처럼 재미있는.. 웃기는 영화도 아니라는 것..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일상에서 뭔가를 도출하는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