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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가족 ” - 현 세태를 반영이라도 하듯, 이젠 불륜과 섹스라는 코드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롭게 이루어진다. 사랑과 섹스는 별개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영화
임상수의 세 번째 영화, 스스로 이 영화를 섹스의 완결편이라 언급했다. 완결판... 섹스에도 완결이 있나 하는 우문을 한순간 생각해 본다. 처녀들의 저녁식사에서 30대 여성의 성, 눈물에선 청소년의 성, 바람난 가족에선 2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성, 이번 영화는 이런 면에서 전편 두 영화의 종합편이라 해도 적당할 것 같다. 그래서 섹스의 완결편이란 말도 수긍이 간다. “바람난 가족” 제목에서만 느껴지는 분위기는 조금은 어두운, 무거운 이야기일 듯 싶으나 역시나 임상수 감독다운 경쾌하게도 꾸며내었다.
오아시스의 히로인 문소리, 차기작에 대한 고민이 참 많았을 것이다. 오아시스에서 너무나도 많은 것을 얻었기에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어려움 속에 택한 바람난 가족, 조금은 의외의 결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노출이 조금은 심한 영화를 선뜻 택했다는 것이 보통의 여배우의 생리상 정상의 자리일 때 가장 꺼리는 부분이기 때문이란 생각이다.
이 영화는 무거운 주제이지만 매우 경쾌한 영화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동거 문화가 조금씩 양태하고 있는 이 시점에 “바람난 가족”의 방향이 경쾌하게 간 것은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진다. 호정(문소리), 영작(황정민).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부유한 부부이다. 그리고 현대적 의미에 맞게 이들은 자유스러움을 추구한다. 서로 사랑을 하지만 얽매이지 않은 자유스러움. 이들에게 있어 섹스는 결혼생활의 부차적인 것일 뿐이다. 그러기에 부부간에만 섹스가 있다라고 강조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애인과의 섹스 또한 죄책감이나 불안감을 갖지 아니한다.
영화에서 또 하나 눈 여겨 볼 것은 조연들의 역할이다. 조연의 역할 또한 영화 전체의 분위기에 주는 영향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윤여정과 김인문. 나이가 있지만, 자유로운 사랑을 추구하는... 김인문이 병에 걸려 죽어가는 순간에도 애절함이 아닌 오히려 윤여정에게 사랑을 찾아갈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는 것에 대한 경쾌함으로 이끌고 있다. 백정림. 주영작의 애인이다. 이들도 역시 추구하는 것은 자유로움이다. 불륜의 관계이지만 어둡게 보이거나, 몰래하거나, 죄책감 이런 감정과는 거리가 멀다. 봉태규. 은호정의 어린 동생같은 애인이다. 어려서 일까... 조금은 자유로움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호정과 봉태규는 자유스러움을 보이려하나 역시 주변에서는 그렇게 허락하지 않음을 표현하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전체적인 느낌과는 반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고등학생과의 이런 부적절한 관계는 어렵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약해진 감독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이렇게 등장인물들의 각기 다른 사랑 표현이 모여서 하나를 이룬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호정과 영작이라는 인물이 있을 뿐이다. 다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바람난 가족”과는 어긋나는 연관성이 조금은 없어 보이는 것이 영화를 이끌어 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성지루의 보복으로 인해 호정과 영작의 입양한 아들이 죽고, 호정과 영작의 관계까지 허물어져 간다. 영화를 이끌어가기에 자유스러운 섹스만을 다루기가 부담스럽고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엉뚱하게도 성지루의 보복으로 영화의 끝을 이끌려는 조금은 억지스러운 설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아들의 죽음으로 호정과 영작이 흔들리고, 영작은 결혼 뿐만 아니라 애인과의 관계 또한 허물어진다. 단, 하나의 엉뚱한 사건이 영화에서 추구했던 자유스러운 섹스를 무너뜨리는 그런 설정은 아무래도 눈에 거슬린다.
영화는 아주 밝게 시작해서 밝게 끝을 보여준다. 마지막에 영작이 호정에게 다시 화합의 길을 열지만, ‘넌 아웃이야’라는 어디서 들어봄직한 대사 한마디로 관계가 쉽게 정리된다. 하지만 역시 밝은 리듬감으로 퇴장하는 영작에서 경쾌함을 잃지 안으려는 모습이 보인다.
영화에서 또 하나의 작은 재미는 많은 부분이 나오지는 않지만 아들의 역할이다. 어리지만 너무나도 성숙함을 보여주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재미있는 부분으로 비춰진다.
기존에 많은 영화에서 보여졌던 불륜. 모두다 하나같이 안될 금기의 사항이었고, 그렇게 때문에 항상 어둡게 우울한 결론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었다. 그렇지만 “바람난 가족”은 이런 기존성에서 탈피를 했다. 우선 그 점에 높은 점수를 줘야 할 것 같다. 불륜에 관한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경쾌하게 보여지는 이유. 그러면서도 이런 모습이 그렇게 거리낌이나 부담이 안 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지금 현 세태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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