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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gu7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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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25 오전 11:54: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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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가족>바람나면 살맛나나? - 소통이 단절된 가족, 그들의 발칙하고 슬픈 이야기
국내 최초 인터넷펀드 투자자 모집을 위한 영화 <바람난 가족>(감독 임상수, 제작 명필름)의 시사회를 연 명필름(대표 심재명)의 초대로 늦은 저녁 을지로에 위치한 스카라 극장을 찾았다. 이제 영화도 아파트처럼 다 만들어놓고 투자받는 시대인가 보다. 그만큼 제작사 측도 자신있는 작품이란 반증이기도 하고..
스카라 극장은 오래된 역사만큼 극장 곳곳에 색 바랜 포스터들을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극장 특유의 고집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내부시설은 최신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비해 뒤쳐지지만 최근 관람석 일부를 수리해 편안한 마음으로 관람했다. 이런 극장에서 시사회를 갖는 바람난 감독 임상수 역시 개성이 넘친다.
시사회가 시작되기 전, 밝은 천연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임 감독의 한마디.. '이 영화 떡 영화 맞냐구 하는데 맞습니다, 맞고요'라며 인기 오락 프로그램의 캐릭터 '노통장'을 흉내내 조용했던 관람석에 일시적인 폭소를 자아낸다. (여기서 '떡'이란, 성 관계를 갖다는 의미의 속어, 미 성인시트콤에 'bang'이란 표현으로 자주 등장)
감독의 이런 소개는 이제 우리나라도 성을 더이상 음지로 내몰지 않고 영화 소재로서 다양한 맛의 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 아닐까.. 영화의 장르를 굳이 구별한다면, '섹스 휴먼드라마'.. 임상수 감독의 섹스 휴먼물 <바람난 가족>은 전작 <처녀들의 저녁식사>에 이은 임 감독 특유의 개성과 함께 최근 국내 개봉작의 테마로 자리잡은 '섹스나 생활에서 여성의 주체성'을 발칙하고 슬프게 그려냈다.
영화 <바람난 가족>은 한 집안의 며느리이자 한 남편의 아내가 겪는 솔직한 삶의 이야기이다. 영화 초반부에 영작(황정민)의 차를 가로막고 길가에 버려진 개는 이들 가족사에 불어닥칠 적극적인 암시가 되고, 변호사 영작의 의뢰 현장에서 영화의 사건이 시작된다.
우선 <바람난 가족>의 구성원을 살펴보면, 시아버지(김인문)는 술로 시간을 허비하는 중증환자이지만, 죽기전에도 술과 담배를 찾는다. 아이와 함께 유일하게 바람나지 않은 가족이다. 회갑을 넘기고 친구를 만나 바람난 시어머니(윤효정). 선천정 바람둥이 남편 영작, 부부의 입양아 수인 그리고 고딩(봉태규)과 바람난 아줌마 호정(문소리)이 한 가족이다.
지난 주 까지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영화 <싱글즈>의 나난처럼 <바람난 가족>에서도 여주인공 호정 역시 섹스에 솔직하면서 영화 전체를 이끌어 간다. 호정은 발레단의 단원이자 한 아이의 엄마이다. 호정이란 캐릭터는 삶에 순응하면서도 주체적이다. 남편과 섹스 후에 자위를 통해 오르가즘을 얻으려 하고 결코 구차하지 않다. 영화에서 영작은 속물 근성과 이중인격으로 남자를 대표하는 캐릭터이다. 소위 법을 바로 지킨다는 변호사가 불륜에 법을 어기고 결국 아이까지 죽음으로 내몰고 만다. 영화 <소름>의 용현과도 같은 그의 폭력성은 호정에 의해 심판받는다. 대부분의 폭력남편들이 그러하듯 구타 뒤에 "아퍼?"라며 자신을 정당화하는 가부장적인 남자를 대표한다. 만약, 이렇게 길들여 진다면 여자는 구타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호정은 이를 단호하게 거부한다.
미 성인시트콤을 보다 보면, 우리나라와 달리 드라마 속에서 'It's over'(끝이야)라고 여자가 말한다면 잘 사귀던 연인은 바로 헤어진다. 오래동안 심사숙고 끝에 내뱉는 말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고딩과 바람난 아줌마 호정 역시, 돌아오려는 남편에게 마치 <싱글즈>의 동미가 미혼모로 '내 아이야' 하듯 '당신은 아웃이야'라고 거침없이 내뱉는다. 이 대목은 다른 한 장면과 함께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다.
그녀가 바람난 남편에게 '밤 늦게 얘기 들어줄 사람이 있으니까 나보다 낫네' 하는 투의 말을 건네면서 남편의 구타로 부러진 손에 기브스를 한 채 자신의 몸을 받아줄 이웃집 고딩을 찾는다. 이 장면에서 몸이 변했다는 표현을 쓰면 맞을까.. 결혼 전보다 결혼 후에 남편과 잠자리가 적었다는 그녀는 이제 몸의 언어를 받아줄 상대를 찾은 것이다. 바람나면 살맛나는 것일까..
옆집에 사는 고딩이 계속해서 이웃집 아줌마를 훔쳐보고 가족 안에서 소통이 단절된 호정에게 관심을 보여준다. 바람난 남편으로 아이와 함께 지내던 호정은 어느 날 고딩과 영화관에 가거나 산에 오르게 되고.. 시어머니가 말은 그녀에게 결단을 내리게 하고 결혼 후 오랜만에 고딩과 관계를 갖으며 오르가즘을 느끼게 된다.
시어머니 : 내 몸이 원하는대로 사는게 맞지.
내가 맘 변했단 얘긴 수없이 들었어도 몸 변했다는 얘기는 처음이다.
나, 요새 처음 오르가즘이라는 걸 느껴. 얘, 인생 솔직하게 살아야 되는 거더라
인상적인 또 다른 장면은 호정이 고딩과 관계를 갖을 때 연출된다. 호정은 처음엔 서툰 고딩의 행동에 웃음소리를 내다가 이어 신음소리로 바뀌고 나중에는 자신의 삶에 울분을 토해낸다. 지상에서 가장 슬픈 호정의 섹스..
영화 <바람난 가족>은 최근 현대문학에서 자주 다루어 오던 소통이 단절된 현대인의 자화상을 심각하게 한 가족을 통해 심각하게 그리고 있다. 영호 속 주인공을 맡은 문소리는 전작 <오아시스>에 이어 정신질환자에 의해 희생된 아이를 못있어 산을 오르며 절규하고 고딩과 관계 장면에서 울부짓으며 한껏 물 오른 연기를 보여줬다.
이 외에도 감초연기를 잘 해준 김인문 윤여정과 성지루 등 개성파 배우가 코믹한 연기와 발칙한 대사로 주인공들이 끌어가지 못한 이야기를 잘 연결해 줘 영화에 재미 또한 가미했다. 다만, 영화 속에서 호정이 물구나무 서기하는 것은 세상에 대한 항변을 뜻하는 건지 그리고 남편 영작의 사건현장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잘 모르겠다. 개봉할 때 쯤 한번 더 봐야 할 같다. 또 한가지, <바람난 가족>을 통해 알 수 있는 제작사들의 마케팅 전략은 처음에 자극적인 포스터나 카피로 흥미를 끌고 본격적인 온-오프라인 홍보와 입소문 마케팅을 통해 관객을 끌어 모은다. 본래 나타내고자 하는 메시지는 최종 포스터에 담아낸다는 최근 <싱글즈>,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등 섹스를 소재로 한 영화들에게 보이는 공통점이다.
전작에 이어 대담한 연출을 시도한 임상수 감독의 차기작이 벌써 기대되며 영화 <바람난 가족>이 네티즌을 상대로 얼마의 투자를 얻어낼 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아울러, '메네치아 영화제'라는 국제 영화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바람난 가족>은 오는 8월 14일 개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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