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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윗분글에 대한 답글 & 내가 생각하는 장화 홍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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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홍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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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i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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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02 오전 2:59: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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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에 관해서는,
일단 처음 수미의 꿈에 등장한(그래서 저를 포함한 수많은 여성 관객을 놀라게 했던;) 귀신은 수연이 아니라 친어머니라고 생각합니다.
밑의 박지환님의 글을 보면 근친상간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일단 근친상간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수미가 아픈 어머니를 대신해서 집에서 많은 일을 해온 것은 사실인듯 합니다. (아버지가 목욕을 할 때, 아버지의 옷가지를 챙겨놓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요.)
그래서 수미가 어머니의 귀신에 그렇게 공포를 느끼는 것은, 그리고 자신과 타인을 구분하지 못할만큼의 정신병을 앓게 된 것은 어머니와 동생의 죽음을 모르고 방치해둔데서 오는 죄책감만은 아닌듯 합니다.
어머니를 대신하고 있던 자신의 역할을 계모에게 빼앗긴 데서 오는 질투와 상실감,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애증(근친상간까지는 아니지만, 안방에서 아버지가 들어오기 전 화장을 하고 침대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볼 때, 무의식적으로 수미는 아버지의 부인이라는 위치에 부러움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어머니를 대신하고 있었기에 느낄 수 있는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과 계모에 대한 질투심, 동생의 죽음을 방치한 것은 계모이지 자신이 아니라는 도피심 등이 더해져서 자신을 계모와 동일시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등이 어머니의 자살과 동생의 죽음으로 인해 폭발한 것은 아닐까요.
어쨌든, 영화에서 생리는 수연의 것으로 나오지만, 수연은 죽고 없으니 사실 그 생리는 수미의 것이겠지요.
그리고 생리대를 가지러 간 수미와 계모의 대화를 볼 때, ("하필 나와 날짜가 같니? 기뿐 나쁘게." 라는 식으로 말을 하지요.) 그것은 수미와 계모가 사실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암시해주는 영화적 장치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저는 이 영화는 참 아름다운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특히 수연과 수미가 집에 도착한 후 집에 들어가지 않고 저수지에서 발을 담그고 노는 장면을 위에서 정사각형으로 보여주는데, 하늘과 물의 파란빛과 더해져 너무 예쁘더군요. (개인적으로 너무 인상깊게 남은 장면;)
저야 영화 쪽의 전문 지식은 거의 전무하지만, 휼륭한 세트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영화에 맞춰 찍어내는 촬영과 조명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장화, 홍련>은 참 괜찮은 영화라는 생각을 합니다.
장롱 귀신의 그 시커먼 끈적거림과(또는 자루에 짙게 배어있던 피의 끈적임) 두 자매가 발을 담그고 놀던 저수지의 투명함이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말그대로 "아름다운 공포 영화" 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감성적인 영화입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체 이야기 구조의 취약성을 들고 싶습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괜찮지만, 마지막의 반전은 너무 미약하다고나 할까요.
이는 영화 중간 중간에 포진된 "암시"들이(수연이 수미가 만들어낸 환상이자, 계모 역시 수미가 연기하고 있었다는 것들을 짐작케 할만한 요소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보다는, 군데 군데 산만하게 흩어져 있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들이 갖게 되는 불안감과 혼란이 진실이 밝혀지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더 가중되서 진실을 알게 된 충격보다는 무언가가 해결되지 않은 것 같은 "찝찝한" 느낌이 남습니다.
귀신들이 등장하는 장면들도 그 장면 하나 하나만으로는 관객들을 긴장시키고 공포감을 줄 정도의 충분한 흡인력을 갖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역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흩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아무 이유 없이, 그저 관객을 놀라게 하기 위해서만 귀신들을 등장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하지요. (특히 놀러온 동생 부부, 그 중 아내의 발작은 싱크대 밑의 귀신-수연-을 보여주기 위한 좀 억지스러운 장치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도 저는 확실히 이 <장화, 홍련>이 지금까지의 영화들과는 많이 다른 점들을 보여주었기에, 그런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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