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1%의 두뇌와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물론 노력하는 삶, 그렇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진정 아름답다고 느낀적은 많다.
나 또한 남보다는 뒤지지않다고 자부하고 살았지만 대학 졸업 후에는... 여자이기에, 천재도 아니기에, 노력도 안하는 성격 탓에 많은 어려움도 많이 겪으면서 별 수없는 보통 인간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후에는, "하면 된다"는 식의 무지막지한 문구에 무언가 희망을 찾고자 할 때도 많다.
하지만 이런 영화를 보고 나면 그런 나의 일말의 기대와 희망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그간 여느 영화들을 보면서 짧은 식견을 가지고 이러니 저러니 좋고 나쁨을 논했던 여타 영화 감독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생각까지 들고 만다.
영화는 아무나 만들 수 있지만 정말 잘 만들기는 쉽지 않다는것. 아무나 덤비면 X박살 날 수 있다는것. 역시 천재는 따로 있다는 것. 머리 좋은 사람은 아무도 쫓아갈 수 없다는 것.... 등등등.. 그러니 이제 노력안한 탓하지말고 내머리 나쁜 탓하자.
러닝타임 80분. 무슨 만화영화도 아니고 1시간 20분 밖에 되지않은 영화라니.. 그러나 나는 그 짧은 상영시간에 감사해마지 않는다. 고마우기도 하셔라.. 이런 영화를 질질 끌기라도 했으면 우짤뻔 했을꼬...
- 남자와 여자가 만난다. - 한눈에 이끌려 하룻밤 사랑을 나누고 서로를 잊지 못해 다시 만난다. - 그러다가 자신의 삶에 고단한 그들은 서로 다투고 헤어진다. - 다시 만나지만... 어찌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남기고...
시놉시스는 그럴 듯 했겠지. 에라이.. 바부 감독. 한마디 던져주고 싶었다.
물론 누군가의 이야기, 실화를 소재로 영화화했다든지 숱하게 많은 커플들의 이야기였다면 진정 사랑했고 고뇌했고 이별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두 남녀가 어느 한구석에서도 사랑한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간병사로 일하는 남자가 자신의 환자의 죽음을 접하고 죽음에 대해 고뇌하는 장면...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가 양념거리가 아닐진대 전혀 이야기와 상관없는 컷을 삽입하면 영화가 삶의 생로병사에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다룬 영화가 되리라고 생각했던 건지... -.-
물론 육체의 사랑도 사랑의 한가지 모습이랄 수 있다. 하지만 온갖 희한한 장면을 들이대고 이게 사랑이라고... 어서 너희들도 느끼라고...??
무엇때문에 그들이 다투는지 전혀 공감도 가지 않는다. 그게 헤어질 이유나 되는건가. 감독은 정말 사랑을 해보지도 못했던 것인지 아니면 잘 알지만 능력이 게까지인지. 헛웃음만 나오더군.
대학교 다닐 때 지금도 만나는 내 친구들(당근 여자 ^^;)이랑 몰래 비디오 빌려와서 집에서 보았던 Nine and half weeks 같은 영화와 비교하면 애드리안 라인 감독이 화내서 뒤집어지겠지만... 미키루크와 킴 베신저의 사랑은 정말 절절했다. 그들의 사랑과 아픔이 화면가득 묻어나와 내 가슴까지 저며놓는듯 했다.
얼마전 본 그의 시 세계가 내 취향과는 맞지 않지만 그래도 영화로서는 '유하' 감독의 "결혼은 미친짓이다"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어느 정도 그들의 사랑과 갈등에 공감도 가고.. 그 도발적인 삶의 방식을 한번 생각하게 만든 영화였다.
모모님이 직격탄을 날린 "밀애"도 초보가 보기에는 잘 느끼진 못했지만 그래도 저들이 정말 사랑하긴 하는구나 하는 느낌은 들었다. 나는 눈물도 펑펑 쏟았던 영화였으니...
요새는 맛가버린 것 같은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 이것저것 많은 화제거리로 회자되었던 영화. 정말 파격적인 소재와 장면으로 나도 보면서 놀래마지않았지만 난 그들의 희한한 방식의 모습을 감히 "사랑"이라 부를 수 있었다.
"데미지"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
모두 파격적이었지만 걸작이라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구나.
오늘은 애꿎은 영화 한편 보고와서 아는 것도 별로 없이 <야사시 영화>의 장르에 대해 "말도 안되는" 열한번 내봤다. ^^;
그래도 절절히 느낀 것 하나는... 이런 영화도 보아야 영화에 대한 여러가지 판단과 사고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80분. 감독에게 오히려 고맙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