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시인]이 영화는 아름답습니다..... |
|
파이란 |
|
|
killdr
|
2001-04-20 오전 12:43:16 |
893 |
[3] |
|
|
영화 "파이란"은 아름답습니다........
파란 동해바다를 배경으로 자전거를 타고가는 그녀의 모습에 빠지지 않을 수 없으며, 병색 짙은 그녀의 눈빛에 깊이 묻어나는 외로움마저도 아름답습니다. 어설픈 한국말로...."당신의 아내로 죽게 해 주세요...."라는 독백을 남긴 그녀의 목소리도, 어쩌면 울어라 울어라...그렇게 우리에게 강요하는 장면에도, 한번도 보지못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23살의 나이로, 병에 걸려 죽어가는 그녀의 사랑이 터무니없어도 아름답게 보이는 영화입니다.
직업 3류 생 양아치....내뱉는 말마다 "씨빨", "좇같아"인, 해결사로 슈퍼마켓을 찾아가지만 주인 아주머니에게 오히려 "머리끄덩이" 잡히는, 기껏해야 오락실 주인 협박해 동전 뜯어내는..... 고딩에게 포르노 비디오 팔다가 겨우 10일 구류살고 나오는 쌩양아치....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에게서마저 "호구" 취급을 받는 밑바닥중의 밑바닥인생... 동기였던, 그러나 지금은 보스가 된 친구에게 형편없이 얻어터지는 구제불능의 인생... 그러나, 그의 모습이 아름다와 보이는 것이 이 영화 "파이란"입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단 한 친척을 찾아온 "파이란" 그러나 이미 캐나다로 떠나버린 친척들... 갈곳없어 위장 결혼을 해서 한국에 머물고 싶었던 사람... 그렇게 순수하고 아름다운 여자와 쌩양아치 남자가 만났습니다. 얼굴 한번 본적없는 부부로...
고향을 떠나올때, 고향에 남은 형에게 "배한척 사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 사람..." 그렇게 삼류 건달을 하면서도, 잊지 못했던 그 한마디. 그만큼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람. 그 배한척때문에 친구이자 보스의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빵가려는 사람...
어느날 그에게, 누구였는지 기억도 못하는 부인의 사망통지서...가 도착합니다. 원래 순수한 사람.....그런 사람이었기에... 치료만 받아도 살 수 있던 그녀에 대한 불쌍한 감정.... 먼 타향에서 죽음을 맞으면서도,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사람들에게마저도 공손히 인사하는 그녀의 모습...
그는 그 모습을 알리 없지만, 그저, 결혼해 주었기에 가장 친절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 그녀... 연필로 또박또박 써내려간 편지.... 밑바닥 인생을 살면서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말에 그는 감동받았을 것입니다....
사망신고...주민등록번호 하나 달랑 서류에 적어놓고는 "다 끝났습니다"를 외치는 경찰에게 화를 내는 강재에게서 느껴지는 우리의 감정은 모두 같을 것입니다. 혹시...죽은 다음에 자신을 찾아오면..."당신의 아내로 죽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단 한마디의 말도, 단 한번의 만남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의 편지, 그리고 왼손에 든 유골함...그것이 사랑이 아닐지라도 그 죽은 사람은, "겨우 배한척"에 10년의 삶을 바꾸려는 강재라는 양아치를 정말 순수한 사람으로 돌려놓습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이국땅. 직업소개소에서 위장결혼을 권유받고 얼굴한번 보지 못한채, 그저 증명사진 한장만 간직한 이름뿐인 남편. 그 사람은 결혼선물이라며 빨간 스카프를 남겨주었습니다. 아름답지만 가난한 바닷가마을의 세탁소에서 직업소개소에 비싼 알선료를 내며 일하는 여자. 병에 걸렸고,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도 혹시나....나와 결혼을 해준 사람. 이 세상에 인연이라면 인연이랄수 있는 유일한 끈이 있는 사람..그것은 남편입니다. 어렵게 찾은 남편...그러나 그는 무슨 잘못을 했는지 경찰에 잡혀가고 있습니다....
이젠 죽어갑니다. 늘 웃는 사진속의 그 사람...내가 이 땅에 머물수 있게해준 남자..그리고 선물을 준 남자. 그리고 난 죽어가고 있습니다. 외롭고 무섭습니다. 그 사람..한번도 만난적없고 이야기해본적도 없는 남자...그 남자가 그리운것은 사랑일까요? 아니면 기대로 싶은 내 마음인가요....
우리는 그녀가 웃으며 노래하는 모습을 봅니다. 화장기 하나없는 가난한 여자의 아름다운 얼굴. 남편에게 보여준다는 말에 환하게 미소짓는 그녀의 모습에 왜 눈물이 나는 걸까요?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리움이 깊어지면, 외로움이 뼈에 사무치면 사랑이 되어 돌아옵니다. 그 사람이 멋있고 돈많은 사람이 아닌 쌩양아치라도, 내게 삶의 기회를 주고 내 삶을 이어지게 해준 사람이라면 사랑이 됩니다. 그게 사랑의 진정한 힘일 겁니다.
파이란. 그녀가 강재를 생각하는 마음은 사랑이 아닐겁니다. 아마, 짙은 외로움에 유일하게 선량한 모습으로 기억되는 남자이기에 그저 기대고 싶었겠지요. 처음에는 그랬을 것입니다. 그러나, 외로움이 짙어가고 더이상 외로움이란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때...그녀는 그 남자를 사랑했습니다. 얼마나.... ... 얼마나...외로웠으면 한번도 보지못한 사람을 사랑했을까.... 그 안타까움이 눈물나게 하는 영화입니다.
미소를 짓는 파이란과 그 모습과 함께하는 강재의 미소는, 적어도, 이승에서는 한번도 해보지 못한 사랑이지만, 다음생에서는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파이란이 살았던 동해바다는 그런 그들의 사랑을 꼭 이어줄거라고...그렇게 믿고 싶은 영화입니다.....
|
|
|
1
|
|
|
|
|
파이란(2001, Failan)
제작사 : 튜브픽쳐스(주) / 배급사 : (주)영화사 오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