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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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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29 오전 12:23: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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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여자는 근원적 욕망에 의해 가까워진다. 욕망에 의해 묶어진 둘은 상대의 정체를 묻지 않는다. 정체와 무관하게 그들은 서로의 몸을 사랑한다. 그것은 그 외의 부가장치들에 대한 논쟁은 이미 그들에게 논외의 대상이 되었다는 뜻이다. 보통의 멜로영화들이 남녀관계의 알레고리를 쌓아가는 도중에 균열 혹은 접근의 장치로 섹스를 차용한 것에 비해 이영화는 섹스로 그 알레고리를 쌓아간다는 것이 특이하다.
두 사람에게 특별한 이야기나 감정들이 쌓이지 않는 이유는 그들은 몸을 아니, 몸만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물론, 현재) 그들의 감정과 대화는 모두 섹스의 과정 안에서만 생성된다. 그들의 몸에 걸쳐있는 옷가지와 실오라기는 두사람의 사랑과 - 대화와 - 감정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방해물일뿐이다. 그...후, 그들이 가까워지는 단계에서 (이것이 특이하다.
그들은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되고 있는 관계처럼 보인다.) 일어난 균열에 오히려, 영화는 - 집중하고 있다. 주인공 신아(김서형)와 동기(김성수)의 육체적관계에 집중하던 전반부는 자적이지만, 오히려 본론은 중반이후다. 그리고, 곧 - 신아와 동기가 균열되는 시점에서부터 영화는 전반부를 부인하려 든다.
봉만대의 충무로 데뷔작 <맛있는 섹스>는 가시적 즐거움만을 바라고 간 당신을 무시하려고 들것이다. 이영화는 , (당신이 바라는) 봉만대의 데뷔작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온더그라운드로 올라오기 위해 감독이 선택한 최선의 선택은 결코 가볍지 않다,
두사람의 관계가 제도와 형식면에서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오히려 건전한 관계라는 점은 이 영화가, 또 다른 설득력을 확보하는 지점이다. 평범한 미혼남녀의 연애과정이 주목받게 된 결정적 계기 - 육체적 노출 - 그 대단치 않은 이유(영화는 오히려 그 지점을 무의미하다고 정의하려고 한다.)를 오히려 역설적으로 이용하는 영화의 계략(?)은 멋지다. 왜냐하면, 영화는 첫씬부터 매우 단도직입적으로 영화의 근본적 진심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루할정도로 반복되는 두사람의 육체관계를 지켜보는 동안 다른 어떠한 감정. 그이상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그 계략을 위한 명백한 진술이다. 신아와 동기의 직업적 설명을 덧붙이고 신아주변의 남자관계에 대한 묘사가 더해지면서 영화는 상대적으로 신아와 동기의 육체적관계묘사에 신중을 기하기 시작한다.
두사람의 관계가 균열되기 시작하는 계기가 대화의 시작과 감정의 교류라는 점은 이영화를 주목하게 만든다. 대화와 상황의 납득이 불필요했던 시점에서 충돌되지 않았던 부분들은, 이제부터 충돌하기 시작한다. 신아는 동기가 늦는 이유를 알고 싶어하고, 동기는 신아의 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대화로 이어질수 있는 부분들이 동기에 의해 닫히면서 신아는 벽을 만난다. 그리고 신아는 다른 소통의 대상을 찾게 된다. 비록 그것이 영원하지 못할지라도.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은 평범한 미혼남녀의 연애담을 그려낸 영화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보통의 섹스를 다룬 영화가 정치적의도와 사회적 맥락과 시류를 짚어내길 원하는것과 전혀 달리 이영화는 그러한 논의를 원치 않는다. 그들의 육체적 사랑놀음에 주목하면서 대화와 감정의 교류없이 놀음에만 주목하는 남녀관계의 유한함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영화의 자세는 꽤 신중해 보인다. 매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봉만대감독의 이력과 영화의 효과적(?)비쥬얼을 위한 노력보다 돋보이는 것은 오히려, 육체적노출이 현저히 줄어든 후반부이다. 매우 단순한 주제의식이지만, 사랑없는 섹스가 균열될 수밖에 없는 후반부의 묘사는 뛰어나진 않지만 꽤 침착하고 진지하다.
관객이 기대하고 찾아간 스크린이 관객을 배반하는 후반부의 진중함이 매우 마음에 든다. 자신의 몸을 완전하게 가졌다고 자신을 가졌다고 착각하진 말아달라는 주인공 신아의 대사나, 오히려 매우 역설적으로 헤어지는 차안에서 마지막으로 동기의 무릎위에 올라앉아 자신을 기억해달라는 신아의 대사는논의할 가치가 있다. 하룻밤의 사랑으로 인해 벌어지는 관습적인 에피소드들에 치우치지 않고 오직, (그것이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남녀간의 사랑이야기에만 귀를 귀울인 영화의 세심함도 마음에 든다.
물론, 후반부의 - 두남녀의 - 균열을 쫓는 카메라가 유려한 화면을 담아내고 경이로운 울림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신아와 동기의 균열의 계기를 직설적으로 담아내지 못해, 관객의 동의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고, 동기와의 균열이후 신아가 벌이는 일련의 행동들은 여주인공이 주체가 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여성의 시선이 아닌 감독 봉만대의 "남자의시선"에 의한것이어서 역시 설득력을 잃는다. 오히려 동기와의 균열이후에 진한 [드라마]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역시, 봉만대의 "시선"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의 전력을 잊기 힘든 불필요한 사족처럼 보여서 씁쓸하다. 섹스를 묘사한 이외의 부분에 지나치게 관습적으로 사용된 피아노연주곡도 귀에 거슬리는 부분중의 하나이다. 주인공들의 직업적 상황을 활용하지 못하면서, 동기가 돌보던 환자의 죽음을 고통의 단초로 던지려고 했던 의도 또한, 드라마가 받쳐주지 못한 상황이라 부담스럽다. 엔딩의 깔끔함에도 불구하고 이영화가 매력적인(그 요인이, 심리적인 것이든 육체적인 것이든 관계없다.) 멜로드라마로 최종낙찰받기엔 여전히 눈에 걸리는 아쉬움들이다.
이영화의 발견은 바로 배우 <김서형>의 발견이다. 그간 몇편의 영화와 드라마로 낯이 익은 그녀가 보여줬던 평면적 연기는 이영화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수 없다. 깡마른 몸과 커다란 키 선해보이는 눈동자의 동공이 발산하는 매력은 충무로에서 올해 발견한 가장 신선한 여배우의 발견이라고 느껴진다. 감정의 억제와 표출사이를 매우 적절하게 오가며 건조한 음성으로 의미심장한 나래이션을 내지르는 김서형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것은 이영화를 보아야만하는 또다른 사유로 정의될 수 있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싫증내는 순간을 참아내긴 싫다>
주인공 신아의 진중한 나래이션은 이영화의 주제의식을 가장 간결하게 정리하는 시점이다. 참아낼 수 없다는 것. 사랑이 소멸되어서다. 그것이 육체적사랑이든 정신적 사랑이든. 사랑이 소멸된 자리에서 참을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상황을 바라보는 담담한 영화의 시선은 꽤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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