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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목]"매혹"과"혼란"에의 진위여부. 장화, 홍련
rose777 2003-06-05 오전 11:10:35 4608   [21]
[스포일러가 약간 혹은, 다소 있습니다.]

[장화, 홍련]은 참으로 이상한 영화다.
이야기는, 모든 경계선과 원칙을 무시한채 뒤죽박죽 얽혀있고, 이야기의 주체는 시도때도 없이 엉켜버리며, 정적으로 나뉘어지지 않던 컷은 급작스럽게 나뉘어지고, 정체를 알수없는 흉물은 끊임없이 공포의 범위를 확장시켜나가서 극심한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김지운감독의 세번째 장편(커밍아웃과, 쓰리을 제외한,) [장화, 홍련]은 구전 [장화, 홍련]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도 볼수있다. 모든 이야기는, 작가의 완벽한 주관에 의해 확대해석 되기도 하고 축소은폐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즉, 영화 [장화, 홍련]은 완벽한 "허구"의 세계라는 뜻이다. 이 전제는 영화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될것같다. 왜냐하면, 우리가 나름대로의 주관적인 해석(김지운감독이 자신의 주관대로 구전을 해석했던것과 마찬가지로,)에 의지해서 이영화를 아무리 끝까지 분석한다 해도 그것은 결코, [정답]이 될수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벌어질)[장화, 홍련]에 대한 관객들의 끝없는 논쟁과 토론은 그 끝이 없을 만큼 많은 범위로 확장되고 이야기는 꼬리를 물겠지만, 그것은 결코 정확하다고 단정지을수도- 다수의 의견이라는 이유로 정답으로 인정받을수도 없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 이야기는 작가의 의지대로 만들어진 완벽한 "허구"의 세계이다. (단한순간도 리얼리티가 살아있지 않은 끔찍한 시공간.) 이 영화가 구전을 계기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이 "허구"의 세계에 더욱많은 자유를 부여한다. 세상 누구도, "장화, 홍련"의 이야기를 붙들고 진위여부를 가리지는 않는다. 이것은 "역사적 사실"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으며 "역사적 인물"과도 하등의 관계가 없다. 단지 이것은 전해내려오는 "구전"일 뿐이다. 작가는 이 순간 진정, 자유로와지기 시작한다. 원작이 구역을 규정짓는 범위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으며 작가의 눈에 비치는 자매의 "슬픔과 분노"는 끝없이 뻗어나갈수 있다. 김지운감독은 영악하게도, "슬픔"의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어 확장시켜 나갔다. 이야기를 완전히 전복시켜 역순으로 시작하는 방법과 주인공이 정확하게 바뀌는 기이한 드라마 구조를 통해, 우리가 예상한 모든 드라마를 완벽하게 부수고 첫번째(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슬픔과 분노의 주체가 수미(임수정)라는 효과적인 설정으로 자매간의 깊은 연결고리를 강하게 관객에게 전달시켰다.

영화의 이질적인 (공간과 대사 설정모두,) 병원 오프닝신은 그것을 의도적으로 노출시킨다. 이미 이 모든 이야기는 수미에 의해 진행될것이며, (오로지)수미의 기억안에 잔재하는것이며, 수미의 주장대로만 결론지어 질것이라는 이 의도적인 오프닝은 수미의 기억을 확대시키고 마치 , 수미의 모든 기억이 완벽한 사실일것이라는 설정을 "진실"처럼 꾸미기 시작한다. 수미는 동생 수연(문근영)을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시종일관 노력하는데 진정 이상한 사실은, 계모(염정아)는 두 소녀를 전혀! 가해하는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놀랍게도, 오히려 수미가 계모를 가해하는 가해자처럼 보인다!) 시종일관 구전의 내용처럼 계모는 아이들에게 (남편이 보는 앞에서 )친절하다. 호들갑을 떨며 어둠을 뚫고 나오는 계모의 첫 등장씬은 매우 인상적이다. 아이들은 계모에게 끊임없이 공포스러운 혹은 증오스러운 눈빛을 보내는데 반해 계모는 마치 그런 아이들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묵살하려는듯이 보인다. 가시적으로 볼때, 계모는 아이들에게 아무런 가해의 몸짓을 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관객은 너무나 당연하게 계모를 "나쁜여자"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계모의 새가 죽어나가고 남편은 심지어, 그녀와 함께 잠자리조차 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자세히 다시한번 영화에서 빠져나와 객관적으로 [장화, 홍련]을 들여다보면 그것은 완벽한 이 "허구"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구전"의 엄청난 세력에 의한것임을 우리는 쉽게 깨달을수 있다. 그러니까 이 영악한 감독 김지운은 "구전"에서 완벽하게 자유롭게 이야기를 재해석 하면서도 "구전"의 스펙트럼을 마음껏 악용(!)하고 있는것이다! (기막힌 드라마 구조!)



영악한 감독 김지운의 계산은 제한된 공간이라는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데서 그 역량을 더한다. 제한된 공간과 제한된 인물사이에서 모두가 다아는 사연을 가지고 극한의 공포를 창조해낸다는 어려움을 그는 "역순"이라는 방법으로 극복해내기 시작한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전반부의 수미의 기억에 잔재하는 모든 기억들속에 나오는 끔찍한 장면들에 의해 관객의 공포심이 극대화 되는 순간 감독은 반전을 시도해나가기 시작한다. 반전은 "구조의 역습"이다. (그것은 이 리뷰에서 노출하지 않겠다. 이영화안에는, 크게 두번의 반전이 들어있다.) 우리가 예상했던 증오의 알레고리는 모두 빗겨나가고, 모든 진실은 허위가 되어버린다. 이야기는 "역순"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역순"으로 가는 순간 이야기의 화자는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한다. "역순"으로 드라마가 가고 있는 이유는 이 영화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즉 "기억"의 화자가 변하는 순간 드라마는 완전히 바뀐다는 뜻이다. 물론, 그 "기억"의 진의여부는 명확하지 않지만 말이다. (그것을 집요하게 따지고 싶은 당신이더라도 조금만 참아주기를! 모든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명확해지니까 말이다.) 제한된 공간내에서 감독은 공포의 순간을 창조하는 방법으로 [메모리즈]에서도 차용했던 초를 헤아릴수 없는 급격한 인써트를 선택한다. 원인과 형체를 알아챌수 없는 공포의 원흉은 급격히 출연했다가 매번 사라짐으로써, 관객을 두렵게 만들기 시작한다. 결국, 그 방식이 지나치게 낯익다는 거대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포앞에서 끊임없이 경악하고 마는, 한없이 나약한 관객의 정서를 파악하고 있는 감독은 (그렇기 때문에 이 방식이 더욱 새로워지지 못하) 스스로 판 깊은 우물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실수를 범했지만.

[장화, 홍련]의 공포의 숫법(!)이 지나치게 낯익다는 단점은 감독의 끝없는 고심끝에 나온 결과물이라는것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지적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이영화의 결정적인 문제점이다. 구전이 완벽하게 새로운 이야기로 재해석 되는 시점의 이야기이며, 사악한 계모의 캐릭터마저 인간의 선악의 정도를 정확히 단정짓지는 말아달라는 감독의 뚜렷한 작가주의적 주제의식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엄청난 공포감으로 극대화 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공포의 표현양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그것은 양심을 저버리는, 지나친 스포일러다.) 이야기의 역순과 화자의 급격한 변환은 공포심을 부각시키는 현명하고 눈부신 선택이었지만 그것은 단지 "선택"의 수준에 머무르고 만다. 표현양식의 남루함때문에 이야기의 진정성이 결코 훼손되는것은 아니지만, 공포물이 반드시 갖추어야만 하는 "공포의 확장성"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예정된 순간과 장소에서 예상했던 형태로 등장하는 공포의 원흉들은 결코 확장되지 못하고 그자리에서 선택된자의 수동적 자세만을 취하기에 우리는 매우 안타깝게 분노한다. ([장화, 홍련]과 [김지운]에게 걸었던 그 높이를 알수 없는 거대한 기대감! 물론, 그것역시 오로지 관객 스스로 만들어낸 허구의 감정일 뿐이라 할지라도!) 표현양식의 남루함에 대한 안타까움은 빠른속도로 설명이 생략된 기억의 교차부분으로 전이되기 시작한다.



이야기의 주체가 (내러티브를 생략하고 리뷰를 써야만 하는 이 답답함!) 급격하게 뒤바뀌면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전이되는 순간 교차되는 수미의 "기억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진지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왜냐하면, 이것은 오로지 "기억"에만 의존하는 "현실"과는 무관한 "허구"의 이야기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진위여부를 가리지 말아달라고? 그것은 결코, 이해 할수도, 받을 수도 없는 이기적인 작가의 바램일뿐이다. 이쯤되면 우리는 수미의 기억에공간의 시점과 진실여부를 매우 침착하게 들여다볼필요가 있다. 수미가 기억하고 주장하는 사실이 모두 맞다면 (오로지 가정일 뿐이다.) 계모는 완벽하게 유죄선고를 받아야 한다. 모든 사건의 발단은 계모이며 자매는 완벽한 피해자일뿐이다. 그러나 수미의 기억공간에 치명적 오류가 있어서, 이것이 오로지 수미의 "망상"일 뿐이라면(우리는 아무런 설명없이 오로지 가시적인 비쥬얼에 의해 이것의 진위여부를 논해야 한다. 이 표현할길 없는 답답함!) 계모는 아무런 죄가 없으며 역설적으로, 단죄받아야 할 인물은 수미가 된다.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모든 사건들은 그저 한낱 꿈에 불과한 "거짓"일 뿐이며 이영화는 "구전"에 기인한것이 아니라 한개인의 "망상"에 기인한 "순간"의 이야기일뿐인것이다. 자, 이쯤되면 우리는 극심한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 물론, 후반부에 진실에 가까운 모든 해답이 노출되지만 그럼에도 수미의 "기억공간"의 진위여부에 대한 더욱 자세한 논란은 계속될것이며 계속 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영화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삭제된 장면에서, 조금의 부연설명이 존재한다고 들었는데 만약, 반드시 필요한 자리에 들어가야만 했던 설명이라면 그러한 부분들을 생략하고 드라마를 풀어나가기로 한 최종선택은 실패로 보여진다.)

가족의 집-내부공간과 가족의 밖-외부공간의 이미지가 극한의 공포심과 여유로움을 오가며 드라마에 필요한 절반이상의 기운을 생성해 내야 하는 중요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지구를 지켜라]에서의 병구의 집처럼(분명히 다른 영역이지만, 굳이 효과적인 비교대상을 찾으라면,)극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대화 시키지 못함으로써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 고풍스러운 가구, 매혹적인 벽지, 원색적인 시트, 계모의 붉은 의상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듯 한 두자매의 의상등은 분명 두드러지긴 하지만 심리를 극대화 시키고 전체적인 극의 분위기를 이끄는데는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 한데 어울려 분위기를 고조시키는것이 아니라 "개성"에 치우쳐있으며, 지나치게 의도적인 뉘앙스로 표현되었다는데 그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도 언급하지 않을수 없는 부분이다. 폭발적인 감정의 표출에서 왠지 기운을 더 뿜어내지 못하는 (비록 그것이 의도적이었다 할지라도!) 계모역할의 염정아는 H에서 보여준 평면적인 연기와는 비교할수 없는 호연을 펼쳤지만(김지운 감독의 뛰어난 역량의 결과!) 여전히 그 연기의 폭이 좁아보이며, 수미역의 임수정은 끝없는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불안과 공포라는 두가지 감정을 익숙하게 소화해내는데는 역시, 그 역량이 조금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주 수연역의 문근영은 구전속의 인물처럼 보이는 완벽한 혼란마저 안겨줄 정도의 훌륭한 연기를 펼쳐보여 설움의 감정을 쏟아내게 만든다. 불안하고 처절한 순간에서 문근영이 보여주는 연기는 어린 나이의 연기자가 심리적으로 포함하고 있을만한 그 심정적 한계를 이미 뛰어넘은듯이 보이기까지 한다.

논쟁의 단초를 자신감있게 던지고 사라진 [장화, 홍련]은 지금까지 언급한대로 다소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는게 사실이다. 그것은, 감독이 생략하고 넘어간 많은 부분에서 반드시 존재했어야만 했던 "설명"들의 빈자리 때문이기도 하다.

유일하게 차기작이 기다려지는 몇안되는 씨네아스트(그에게 씨네아스트라는 단어를 붙이는데 나는 여전히 망설이지 않는다.)중의 한명인 김지운의 세번째 장편 [장화,홍련]은 분명, [구전]을 [공포]라는 장르를 통해 새롭게 재해석하려했던 작가적 의도만큼은 뛰어나 보이나, 지나친 자신감(그 자신감은 새로운 시도들로 이어졌어야 하는데 왠일인지 관습적 표현양식에 얽매이고 말아버린다는점이 이해할수 없는 실망감으로 남는다.)과 예술가로서의 포기하지 못한 예술적 영역의 성과가 대중과 점점 멀어지면서 지나친 관습에 탐미적으로 함몰되어버린것 같다. 뛰어난 드라마구조와 관객의 예상을 뒤엎는 진실의 노출...그리고 표현할길 없는 뛰어난 촬영기법은 (72년생의 이모개 촬영감독과 김지운의 기적적인 만남을 2003년 영화계는 결코 잊지 못할것이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말이다.)물론, 경이로운 선택이었지만 김지운의 [장화, 홍련]은 거대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거나 슬픔의 강도를 기대이상으로 끌어올리는데는 아쉽게도, 그 역량이 부족해보인다.

처절한 슬픔의 노래 [장화, 홍련]의 이야기는 왠지 끝나지 않은 듯한 느낌이다. 지켜주지 못한 자의 슬픔이 죄의식으로 남질 않길 바란다. 거대한 무게의 죄의식을 감당하기에, 가녀린 소녀 수미의 어깨는 지나치게 얇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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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0명 참여)
"지켜주지 못한 자의 슬픔이 죄의식으로 남질 않기를..." 명언이네요..^^   
2005-10-15 19:16
어느새, 시네아스트의 대열로 들어가셨군요. 김지운 감독님께서.. -_- 소탈한 사람들 이야기를 소탈하게 풀어내시는 공력이 참 좋았었는데.. 아쉽습니다.   
2003-06-13 20:20
1


장화, 홍련(2003, A Tale of Two Sisters)
제작사 : 마술피리, 영화사 봄 / 배급사 : 영화사청어람
공식홈페이지 : http://www.twosist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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