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첫 느낌은 범인에 대한, 그리고 왜 그를 잡지 못했는가에 대한 분노심이었다. 그러나 그 분노가 가라앉을 무렵에야 나는 이 영화가 아 정말 훌륭한 영화라고 느낄수 있었다. 벌써 영화 본 지가 일주일 넘었지만 아직도 그 잔영은 나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있다. 이 영화는 우리들이 잊고 싶고자 했던 과거 그 추악한 미스테리 연쇄 살인사건을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 원천적으로 흥미진진 하다거나 재미와는 거리가 있는 영화다. 오히려 무겁고 어두운 뒷맛을 남기는 영화다. 따라서 관객동원면에서는 처음 출발부터 분명 그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이처럼 관객을 흡입하는 모티브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우선은 봉준호 감독이 가지고 있는 어떤 천재성에 그 원인을 찾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송광호의 결코 가볍지 않는 그 해학과 김상경의 온몸으로 표출하는 그 분노, 전혀 어울릴 것 같지않는 이 두가지 상반된 요소를 80년대의 그 조악한 시대적 환경을 오버랩시키면서, “범인에 대한 분노”라는 원메세지를 훼손하지 않은채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이입시킨 봉준호 감독의 그 탁월한 연출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는 물론 전혀 어색하지 않는 조연들의 연기력도 큰 몫을 했다. 이 영화에 관객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얼마전에 봉준호 감독은 “패배의 카타르시스즘”이라고 표현을 했다. 이 엽기적인 연쇄살인이라는 잔인한 악에 대한 무기력한 패배가 오직 자신만의 작은 승리의 희열에만 집착해 있는 오늘날의 개인주의적인 세태에 언뜻 파묻혀 있는 듯이 보이는 이 사회의 선과 정의에 대한 갈구를 우리 내면적으로 폭발시켰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적어도 아직까지는 건전하며 희망이 있다는 것에 안도한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간과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 있다. 고문과 허위자백 등 어두운 악습들은 아무리 흉악한 범인에 대한 분노로도 정당화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은연중 합법성을 가장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더 당한 사람에게 있어서는 또다른 유형의 한에 사무친 분노와 증오를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앞으로 이 영화가 얼마나 관객이 몰릴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다만 이영화가 투영하고 있는 것이 그 희대의 살인마와 아직까지 고통의 기억속에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의 유가족이 지금도 같은 하늘아래 숨쉬며 살고 있을수 있다는, 용납할수 없는 모순의 슬픈 자화상이라는 데에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전율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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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려운 얘기들.... 하지만 모두 맞다고 생각하고여... 동감합니당... 저두 전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