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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암]을 보고.... 오세암
pksuk75 2003-05-09 오후 11:06:27 1050   [5]


개봉전에 시사회로 본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5월이 가정의 달이다보니 오세암이 생각나 감상평을 써봅니다.


설악산 관음암에 폭설로 눈에 갇혀 보살이 되었다는 5세 어린이의 얘기를
故 정채봉 선생님이 1985년에 만들어낸 짤막한 동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애니는
'하얀마음 백구'팀이 2000년부터 준비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오세암>에서 가장 처음 눈길을 끌었던 것은 풍경이었습니다.
<오세암>의 풍경은, 영화를 보는 동안 저도 모르게 '멋있다'는 중얼거림을
몇번이나 반복할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갈매기가 나는 탁 트인 해변가, 구수한 황금빛이 가득한 논,
냇물에 놓인 조그만 징검다리, 고즈넉한 절, 새빨간 단풍잎,
하얀 눈이 소복히 쌓인 산….
이 모든 것들이 <오세암>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풍취를 가득담아 다가왔습니다.
그 독특한 느낌이 바로 한국의 맛과 멋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한국적 애니메이션이라는 말처럼 제작팀이 실제로 돌아다니며 만든 배경은
정말 말로 표현할수 없을 정도로 이쁘고 아름다웠습니다.
어려서 놀던 시골과 칠석날 놀러가서 비빔밥을 얻어먹던 그 때의 절 모양이
그대로 살아 있는 듯 했거든요.


일본이나 미국의 애니메이션 주인공들과 차별성을 두고 한국적인 인물을
그리기 위해서 눈꼬리가 조금 올라간 모습에 실제 5살 어린이의 모습을 보고
그린 '길손'이의 모습은 깜직하고 귀여웠습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플래시백 표현과 매트릭스식 장면, 문어체적 대사속에 관객을
웃게 만드는 유머 ('나 굴러갈래')는 밋밋하고 전환점 없는 영화를 끝까지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길손'의 대사처럼 움직이는 거라곤 자기와 삽살개 '바람이'밖에 없는 절에서
그의 행동이 역동적인 모습이었듯 작품자체에서도 '길손'의 모습은 정적인 작품에
동적인 느낌을 가져다 줍니다.


천진난만하게 뛰어 노는 길손이를 쫓아 다니며, 눈이 먼 감이를 조마조마 바라 보며,
가끔은 누나와 동생이 주고 받는 낯간지러운 대사에 닭스러워하며,
길손이와 강아지 바람이의 장난에 깔깔거리고 웃었습니다.


작품이 의도한 바가 그렇듯, 엄마가 그리워 감자를 준 아줌마를 그리워하고,
마음의 눈으로 엄마를 찾기위해 노력하는 길손이의 모습에 어릴적 일하러 나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던 추억이 떠오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듯 합니다.


오세암에서 나오는 대사들은 그야말로 동화적이고 작가적인 내용입니다.
그중 '저기 돌부처님이 입김으로 피우셨나 보다' 라는 표현은 故 정채봉 선생님의
표현력이 아니면 듣지 못했을 서정적 배경과 표현까지 정말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오세암>은 길손이가 만든 작은 눈사람들을 보여주며 조용히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긴 여운에 엔딩 크레딧이 모두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어요.
한국 애니메이션은 이렇게까지 발전하여 관객들 앞에 섰습니다.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보다도, 아담하지만 깊은 감동을
전해주는 <오세암>같은 애니메이션이 지금의 한국에는 더욱 많이 나오고 그만큼
흥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태까지의 극장용 한국 애니메이션들이 대부분 뚜껑을 열어보면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던 것과는 달리 <오세암>은 거의 모든 것을 갖추었습니다.
재미와 감동이 이 정도까지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 나왔는데도 흥행에 실패한다면,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절망적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훌륭하다거나 꼭 봐라 등의 말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애니메이션이 어떤 식으로 발전해야 하고,
발전해나가고 있는지의 현상황을 보고 싶거나, 가슴이 따뜻해지는 작품을 보고
싶으신 분은 한번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총 0명 참여)
1


오세암(2003)
제작사 : 마고 21 / 배급사 : 시나브로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anios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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