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카드"는 얼마전에 개봉한 "살인의 추억"과 비슷합니다. '살인의 추억'에서의 송강호, 김상경 콤비도 좋았지만 다른 면으로 잘어우러진 이들의 콤비도 흥행에선 만만치 않을듯 하고, 형사이야기에 살인사건에 대한 전개라 그렇겠지만 감정을 억누르며 꼼꼼한 진행을 했던 살인의 추억을 연상하면 유사한 면이 있으면서도 확실하게 구분되는 느낌입니다.
"오아시스"가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리얼리티라면 "살인의 추억"은 관객이 만들어낸 리얼리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와일드 카드"는 그 2가지를 혼용하려는 욕심이 엿보여 도리어 관객에게 아쉬움만 전해준게 아닌가 싶습니다. 리얼리티 보다 흥행적 요소가 돋보이게 한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에 젖게 하네요.
영화 내내 잔인한 피가 철철 넘쳐나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극장을 울린다는 것은 아니지만 잔인한 장면이 많아 누군가의 모방 범죄가 걱정되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퍽치기가 쇠구슬로 행인을 강타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감독은 여느때 처럼 때리는 자의 모습에 촛점을 맞추는 것 아니라 맞는자의 고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리얼리티를 부여할 욕심에 감독이 만들어낸 모습이겠지만 그 장면만 나오면 저도 모르게 눈이 감기는 것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진정한 형사가 주가 된, 형사를 위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양동근의 능글거리며 예의 그 배시시한 웃음을 보이는 밉지않은 뻔뻔함. 또렷한 눈빛으로 기억나는 정진영의 오랫만의 걸죽한 입담을 보여주는 연기와 시종일관 걸죽한 입담과 쉴새없는 싸움박질로 이어지는 얘기지만 쏠쏠한 조연들의 감칠맛나는 연기와 대사의 치고 받음에서 느껴지는 재미 그리고 웬지 울컥하게 만드는 자잘한 감동을 잘 버무려서 보는내내 눈을 떼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내용은 어디선가 본 듯해 신선함은 없지만 관객이 하품을 연발하고 희미한 졸음속에 잠기지 않은 것을 보니 나름대로 감독이 관객에게 선사하고 싶은 선물은 언뜻 전해진 것 같습니다. 특히나 조연인 조폭들의 코믹연기가 볼만했습니다. 이도경이란 배우가 톡톡히 감초노릇을 한 것 같고 뻑치기 리더도 은근히 카리스마를 풍기는 것이 괜찮았던 것 같더라구요.
어느 정도 무거운 내용이 극을 지배하리란 예상과는 달리 코미디가 극을 장악했습니다. 아무튼 정진영이란 좋은 배우를 알게 해준 약속이후 다시 그 감독과 그 배우가 만나 만든 이 영화, 비록 그때의 대스타는 없지만 여러 조연들이 열연해준 탓에 영화는 더 빛나보입니다.
"살인의 추억"과 "와일드 카드"을 고르라고 한다면.... 글쎄요.... 보는 사람마다 취양과 생각도 다르기 때문에 제가 재미나게 보았다고 다른분들도 그러리고 보진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대답을 드리고 싶네요. 두편을 다 보시고 어느것이 좋은지 판단하는 것도 좋다고 말이죠... 대답이 너무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