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창문사이로 비춰지는 발레리나 알리샤를 사랑해 버린 베르그노. 아스팔트를 촉촉히 적시는 오후에 전해져오는 그녀의 교통사고. 그후 필연처럼 맺어진 두 사람의 운명.. 4년간의 헌신적인 베르그노의 사랑
우연히 TV를 통해 여성 투우사인 라디아의 매력에 이끌려 찾아간 마르코. 그후 잔잔한 파도처럼 지나간 사랑의 흔적을 감싸주는 두사람. 그러나 불운처럼 찾아오는 라디아의 사고.
이 두쌍의 스토리 구성만 보아도 이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극작가이자 감독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가 그려낸 영상도 작가적 재능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에겐 조금 알려진 '내 어머니의 모든것' 역시 각본과 연출을 맡아 그의 재능을 세상에 알린적이 있다.
'그녀에게' 이 영화는 보면 알모도바르의 영상적 언어에 도취될수밖에 없다.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곳곳엔 사랑에 대한 묵시적 질문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내비친다. 그러나 그는 질문과 동시에 명확한 답변도 제시한다. 빗나간 열정과 헌신적 사랑을 보여준 베르그노의 집착과 서로의 상처를 공감하며 서서히 사랑에 빠져버린 마르코의 사랑을 통해 감독은 헌신적 사랑과 집착 그리고 공유에 대해 이야기하려함을..
4년간 누구보다 순수하게 그녀를 사랑한 베르그노는 언제나 자신의 이야기를 대답할수없는 알리샤에게 얘기함으로써 그녀와 함께 자신의 삶을 공유해 나가지만 상처를 가슴에 안고있는 마르코는 그렇지 못해 괴로워한다. 위의 구상만 봐도 그가 영상에 담아 표현하고자 했던게 무언인지 잘 알수 있다. 어쩜 마르코에겐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들어줄 그녀가 절실히 필요한것이 아니었을까...
고독. 단절됨.그리고 사랑에 대한 공유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고독, 또는 공감할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아픔을 관객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슬픔을 유도해 나간다. 절제된 영상과 잔잔하게 들려오는 음악과 율동은 이 영화에 대한 감독의 의도가 너무나 잘 표현되어 있다. 예를들어 영화에 삽입된 '애인이 줄었어요'를 봐도 그렇다. 작아져 버린 그가 그녀와 공감하기위한 희생적 사랑으로인해 결국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가버리는 이 단편 영화의 구상도 전체적 흐름을 묵시적으로 (베르그노의 사랑을)암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독의 독특한 연출력을 볼수 있었다. 또한 베르그노와 마르코의 필연적인 만남은..의도된 연출이라 말하기엔 너무나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베르그노와 마르코의 공유될수 없는 사랑을 슬프게 말하고있으면서도 결국 그 두사람은 자신들의 사랑에 대해 공감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또한 기적처럼 깨어난 알리샤는 마지막에서조차 베르그노에 대해 전혀 알지못하고 결말이 난다는 점에서 베르그노의 헌신적 사랑을 더욱 슬프게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감독의 연출력과 스토리 전개는 알모도바르 다운 발상이다. 그가 보여줬던 ' 내 어머니의 모든것 ' 역시 그렇지 않았던가.. 자신의 옛남편이자 트레스인 롤라의 아이를 임신한 로사를 극진히 간호하는 마뉴엘라를 통해 그리고 기적처럼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고 태어난 로사의 아이를 통해 감독은 관객들에게 희망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 과정을 지켜보면 전혀 의도된 연출이라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지나간다. 마치 기적처럼..
감독의 이 같은 연출기법과 스토리 전개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리고 그가 영화속에서 만들어낸 기발한 발상도 이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이 영화를 보고있으면 마치 석양이 저무는 해변가에 앉아 잔잔한 파도를 바라보는듯한 영상이 아직도 내 가슴에 놓여져 있는듯 하다.
절제되지 못한 지금의 우리들의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만든 영화였다. 그리고 각종 영화제를 거머쥔 이 영화는 알모도바르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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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2002, Talk to Her / Hable Con Ella)
제작사 : Good Machine, Antena 3 Television, Via Digital, El Deseo S.A. / 배급사 : 판씨네마(주)
수입사 : 판씨네마(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