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참 아쉽다. 제대로 만들었으면 꽤 깔끔하고 순수한 영화가 되었을 거 같은데, 영화속 갈림길처럼 우왕좌왕 하다가 영화를 눈밭에 빠트리고 말았다.
'유오성(영우役)'은 순진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거 같은데, 등장인물의 대사처럼 순진보다는 어리숙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특히나 교통사고범인으로 몰리는 순간의 모습은 답답 그자체다. 차앞범퍼 한번 보자고 하면 끝날 일을 밥먹자는 말밖에 못하냐..) '박진희(수연役)'는 [산책]이후에 간만의 멜로영화 같은데, 그다지 비중있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한다.
중간에 나오는 '공형진'은 정말 웃겼다. 관객을 폭소로 몰아넣어버리는 그 연기는 코메디영화의 주연을 맡아도 될만큼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런 웃긴 장면이 이 영화의 약이자 독이 되버렸다. 상큼한 사랑얘기에서 코메디로 갔다가 슬픈 사랑으로 왔다갔다 해버리니 짜장면도 아니고 짬뽕도 아닌 이상한 음식이 되버렸다.
영화는 우리가 학교 다닐때 많이 읽었던 '별'과 '메밀꽃 필 무렵'을 바탕으로 한것 같은데, 궁금한 것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둘려는 의도였는지 조금 불친절한 부분들이 있다. 의사부부와 영우간의 뭔가 이루어 질 거 같았는데 중요한 단서처럼 되뇌였던 '귀'에 관한 부분도 어느순간 없어져버렸고, 사고를 당한 수연의 모습은 관객들이 '저건 장난이야'라는 말을 저절로 하게끔 만들어놓아버렸고, 거기다가 의사 집위에 영혼같은 것이 떠다니고... 가장 어이가 없는 영우의 마지막 대사는 정말 산통을 확실히 깼다.
가능하면 영우와 수연의 사랑을 좀더 진득하니 이끌어 갔으면 좋았을 것을, 관객을 다른 측면으로 정신을 팔게하는 의사부부의 얘기는 영화 속에서 제대로 섞이지 못하고 겉돌게 되버렸다. 조금만 더 뚝심있게 조금만 더 단순하게 갔으면 좋은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요새 한국 멜로는 로맨틱 코메디로 가거나, 최루성 멜로로 가거나 둘중에 하나 밖에 없는 도박처럼 간다. 그나마 제대로 만들면 관객이 들텐데, 이도저도 아니니 관객이 외면할수밖에 없다. 앞으로 제대로 만들어진 영화가 나와서 관객의 환영을 받는 날이 어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