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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가 흥행에 참패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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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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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칼럼] 지구를 지켜라가 흥행에 참패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
평단의 호평과 극찬, 그러나 관객의 철저한 외면으로 그야말로 '쫄딱' 망한 <지구를 지켜라>는 올해 최고로 불운한 영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를 지켜라>는 결코 불운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영화다. 이 영화가 지닌 힘이나, 던지는 메시지는 참으로 놀랍다. 하지만, 이 영화는 관객에게는 철저하게 불친절하다. 1년 내내 영화와 함께 사는 영화평론가, 영화기자 또는 영화매니아 등은 <지구를 지켜라>에 엄청나게 매료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모든 영화장르를 망라해 놓은 듯한 이 작품에 '신선한'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관객의 경우는 다르다. 매니아가 아닌 다음에야 일반관객의 경우 극장에서 영화를 1주일에 한번 보면 많이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구를 지켜라>같이 모든 장르를 집대성한 영화같은 장르에 대해서는 '이해'를 하기 힘들 뿐 아니라, '재미'를 느끼기도 힘들다. 그 이유는 영화 안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는 결코 관객의 수준이 낮기 때문이 아니다. 영화의 초반, 신하균을 비롯한 주·조연 배우들이 이끌어가는 코미디는 어느 정도의 재미를 보장해 주는 듯 하지만, 영화는 갈수록 "엽기"적으로 흐른다. 이 "엽기"라는 코드는 일반관객은 굉장히 받아들이기 거북스러운 것이다. 예를 들자면 <복수는 나의 것>이나 <돌이킬 수 없는>등의 영화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한국관객이라면, 당연히 <지구를 지켜라>에서도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구를 지켜라>는 관객에게 굉장히 불친절한 영화다.
시는 은유의 철학이다. 시를 쓸 때는 직접적으로 설교하듯이 하지 말고, 간접적으로 자신의 마음이 독자에게 투영되도록 써야 정말 좋은 시가 된다. 영화도 예외일 수는 없다. 말하고자 하는 말을 직접적으로 설교하듯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내러티브 속에 감추어져 있을 때 관객은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지구를 지켜라>는 이런 내러티브의 전개 에서도 실패했다. 엽기적으로 흐른 코드는 또다시 영화의 결말 "계몽영화"로 성격을 갑자기 바꾸어 버려, 마치 독자에게 "이 영화는 바로 이런 교훈적이고 멋진 영화다"라고 직접적으로 설교하는 듯한 인상마저 비춘다.
<지구를 지켜라>는 코미디 - 엽기- 계몽의 세 파트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영화매니아층은 이 다양한 코드를 쉽게 이해하고 또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거기에 내포된 의미를 많게 혹은 자그마한 부분이라도 나름대로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게 된다. <지구를 지켜라>에서 묘사되어지는 세밀한 심리묘사 또한 영화매니아층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재미를 더하게 된다. 그러나, 일반관객은 다르다. 결코, 일반관객의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가끔, 이런 영화에 관객이 들지 않는다고 관객의 수준을 비하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그 사람의 인간성을 의심하고 싶어진다. 관객의 수준이 낮은 것이 아니라, 영화를 선택하는 방법과 영화를 보는 관점이 다를 뿐인 것을.) 관객이 선호하는 추세를 제대로 읽지 못한 <지구를 지켜라>의 마케팅이 잘못되었을 뿐이다. <지구를 지켜라>는 소수 매니아를 위한 영화이지, 다수의 관객을 향한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와이드 개봉을 했다. <지구를 지켜라>가 처음부터 매니아층을 겨냥해 제작하고, 매니아층을 겨냥한 마케팅을 했더라면 지금의 관객수보다는 훨씬 많은 관객들을 확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고 조금이나마 손해를 덜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구를 지켜라>가 전국적인 개봉을 하면서, 오히려 소수 매니아 관객을 잃어버린 것만 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고, 마케팅비용만 더 들어간 듯한 안타까움마저 느껴진다.
어떤 영화기자는 이런 말을 했다. "관객과 평론가들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듯 하다" 그렇다. 관객과 평론가들 사이의 거리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멀어져만 갈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매일 영화와 더불어 영화 속에서 사는 사람과, 어쩌다 여가를 즐기기 위해 스트레스를 풀어보기 위해 영화를 선택하는 사람과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자꾸만 벌어지게 되어 있다. <지구를 지켜라>가 평단의 호평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또 관객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따지고 보면 지금의 영화들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고, 영화판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관객은 관객대로 평론가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있고, 평론가는 평론가대로 관객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므로, <지구를 지켜라>는 우리네 영화 현실을 가장 잘 보여준 올해 최고의 '현실참여'영화가 될 것이다. <지구를 지켜라>는 향후 5년 후에 나왔다면 그래도 지금보다는 흥행성적이 조금이라도 좋았을지도 모를 영화라는 생각도 한번 조심스레 해본다. 아니, 그때 되면 이런 영화는 B급영화 취급도 못받을 것이란 생각도 한번 또 조심스레 해본다. 영화 <지구를 지켜라>는 흑이냐 백이냐의 선택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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