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inch는 후빌에 사는 털로 뒤덮인 녹색 괴물이다. grin의 뜻이 이를 드러내고 히죽히죽 웃거나 혹은 이를 드러내고 감정을 참다라는 뜻이다. 흉측한 얼굴이지만, 유머가 넘치는 개구장이 그린치는 그 뜻대로 웃음넘치는 모습과 분노에 찬 외침으로 크리스마스를 증오하는 모습을 보인다. 테오도르 수스 가이젤의 동화 <닥터 세스. 그린치는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는가>를 원작으로 하는 '그린치'는 자신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따돌림을 당한 그린치가 크리스마스 선물과 트리를 훔쳐서 복수한다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후빌에 살고있는 후즈들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선물들을 사기에 바쁘다. 러시아워를 방불케하는 선물가게는 돈을 셀틈도 없이 카운터에 던져지는 돈을 잡기에도 바쁘다. 후빌에 찾아온 1000번째의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더 선물을 많이 사들인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서 신디는 크리스마스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전처럼 크리스마스가 신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한다. 후빌에서 크리스마스의 들뜬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은 후즈는 신디와 그린치 둘 뿐이다. 그린치는 과거의 기억때문에 크리스마스를 증오한다. 마사를 좋아해서 난생 처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던 그린치가 다른 후즈들의 비웃음 때문에 상처를 입고 눈으로 뒤덮인 펌시픽으로 들어가 동굴속에서 살게된다. 자신의 모습이 다른 후즈들과 다르기 때문에 받은 비웃음을 그린치는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린치는 후빌에서 특별한 존재였다. 식성이나 성격도 특이했지만 그 중 무엇보다도 특이한 것은 그의 외모였다. 흡사 인간과 많이 닮은 다른 후즈와는 달리 그린치는 온몸이 모두 녹색이였고 녹색 털로 뒤덮여 있었다. 손가락은 유난히 길었고, 심장은 다른 후즈들의 반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린치는 감정이란 것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가 느끼는 유일한 감정은 미움뿐이였다. 자기를 웃음꺼리로 만들었던 사람들에 대한 미움을 지닌채 동굴속에서 혼자 자기를 학대하며 살고 있었다. 어쩌면 그린치는 사회가 만들어낸 그림자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더미속에서 썩은 바나나껍질을 먹고, 유해가스를 맡으며, 외부와 단절된 채 어둠속에서 사는 그는 자기와는 다른 모습이라고 괴물취급한 사회의 냉대에 상처받은 존재일뿐이었다. 그런 그린치의 곁의 친구는 맥스라는 개 뿐이었다. 맥스는 그린치의 외로움을 채워주는 친구였다. 상처입은 그의 영혼을 어루만져주는 역할을 하는 맥스의 존재로 영화는 한층 재미있었다.
그런 그린치에게 처음으로 관심을 보인것은 어린 소녀인 신디였다. 신디는 후빌의 모든 후즈들에게 크리스마스는 모두가 함께 즐겨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린치도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기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의 분위기에 들뜬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그 제안을 수락한다. 그린치에 대한 소문들은 싸그리 잊어버리고 그린치와 함께 즐길 크리스마스를 기대한다. 아무리 크리스마스가 화합의 장이 될 수 있다지만, 이런 모습은 제작자의 억측에 가깝다. 공포의 대상으로 여겼던 그린치와 크리스마스를 함께 지내자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후즈들이 없다는 사실이 일반적인 상식으로 생각했을때 가능하기나 한 이야기인가? 대중들의 들뜬 심리와 흥분상태를 고려한다고 할지라도 이 장면에 와서는 조금 어이가 없어진다. 그러나 '그린치'는 다음 이야기의 진행을 위하여 열렬한 환영속에 그린치를 등장시킨다. 결국 트리를 태워버림으로 그린치는 크리스마스를 망치지만 후즈들은 예비로 준비해둔 트리를 다시 세우고 예전처럼 그린치없이 크리스마스를 즐긴다.
크리스마스를 망치려 작정한 그린치는 크리스마스를 모두 훔치나 그의 도둑질로 인해 후즈들은 크리스마스에 의미에 대해 다시 깨닫게 된다. 크리스마에 정작 중요했던 것은 선물이 아니라 사랑이 담긴 마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린치 또한 그런 후즈들을 보고 사랑해 대해 깨닫게 된다. 미움만이 있던 그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솝우화처럼 겉모습만 보고 쉽게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구별하지 말고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는 선물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라는 교훈을 주는 '그린치'를 보고 나서 한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얼음나라에 사는 마녀가 한 남자아이를 납치했는데 그 남자아이가 번번히 얼음나라를 탈출하려 하자 그 남자아이의 마음을 얼려버렸다는 이야기이다. 왜 갑지가 이 이야기가 생각이 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이야기의 끝을 기억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소식이 끊긴 남자아이를 찾기 위해 여자아이가 길을 떠나 고생끝에 남자아이를 찾아내 사랑으로 얼어버린 마음을 녹인다는 끝이였다.
문득 그린치도 그 남자아이처럼 자기 마음을 녹여줄 수 있는 그런 존재를 기다렸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