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관음암에 폭설로 눈에 갇혀 보살이 되었다는 5세 어린이의 얘기를 故 정채봉 선생님이 1985년에 만들어낸 짤막한 동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애니는 '하얀마음 백구'팀이 2000년부터 준비한 작품이다. 한국적 애니메이션이라는 말처럼 제작팀이 실제로 돌아다니며 만든 배경은 정말 아름답다. 어려서 놀던 시골과 칠석날 놀러가서 비빔밥을 얻어먹던 그 때의 절 모양이 그대로 살아 있는 듯 했다. 3D로 작업하면서 수작업과 2D까지 곁들여서인지 지금껏 본 어느 코메이션보다 배경이 살아있다. 또한 일본이나 미국의 애님메이션 주인공들과 차별성을 두고 한국적인 인물을 그리기 위해서 눈꼬리가 조금 올라간 모습에 실제 5살 어린이의 모습을 보고 그린 '길손'이의 모습은 깜직하다. (그래도 [몬스터 주식회사]의 '부'가 더 귀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부'는 슬픔이 없어서 그렇겠지.)
오세암은 쉽게 말해 불교설화에 기초한 가족주의 애니메이션이다. 엄마를 찾아서 길을 떠난 눈먼 누나 '감이'와 죽음을 이해못할 만큼 어린 '길손'이. 이들의 여행에 설정스님과의 인연이 나오고 눈속에 갇혀 관세음보살을 엄마로 부르다 그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져(?) 하늘로 떠나는 모습에 많은 여성관객분들이 눈시울을 붉힌다는...
중간중간 나오는 플래시백 표현과 매트릭스식 장면, 문어체적 대사속에 관객을 포복절도 하게 만드는 유머('나 굴러갈래')는 밋밋하고 전환점 없는 영화를 끝가지 바라보게 한다. '길손'의 대사처럼 움직이는 거라곤 자기외 삽살개 '바람이'밖에 없는 절에서 그의 행동이 역동적인 모습이었듯 작품자체에서도 '길손'의 모습은 정적인 작품에 동적인 느낌을 가져다 준다.
작품이 의도한 바가 그렇듯, 엄마가 그리워 감자를 준 아줌마를 그리워하고, 마음의 눈으로 엄마를 찾기위해 노력하는 길손이의 모습에 어릴적 일나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던 추억이 떠오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듯. (어머니가 안계실때 연탄불 가는 것이 나의 큰 사명이었던 때도 있었는데...^^)
오세암에서 나오는 대사들은 그야말로 동화적이고 작가적인 내용이다. 바다를 '하늘처럼 생긴 물인데, 꼭 보리밭 같이 움직인다'라고 표현하거나 '엄마는 바람같아. 내 마음만 흔들어놓고 보이지가 않아', '겨울인데 꽃이 피었어. 저기 돌부처님이 입김으로 피우셨나 보다' 등의 표현은 故 정채봉 선생님의 표현력이 아니면 듣지 못했을 대사이다. 서정적 배경에 서정적인 표현력까지. 정말 가슴이 따뜻해진다.
훌륭하다거나 꼭 봐라 등의 말은 못하겠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애니메이션이 어떤 식으로 발전해야 하고, 발전해나가고 있는지의 현상황을 보고 싶거나, 가슴이 따뜻해지는 작품을 보고 싶으신 분은 한번 보셔도 좋을 듯 싶다.
# 제목 '오세암'이 이 작품 첫부분에 나오는 바닷가 바위 위의 갈매기 5마리를 보고 지어졌다는 '우비삼남매'식 유비통신도 있다. (오세암 = 五새(bird)岩 : 바위위의 새 5마리)
## 1990년에 '김혜수'가 주연한 [오세암]이라는 영화도 있다. 이 영화도 같은 원작으로 '박철수'감독이 만들었었다. 흥행에 성공했냐고? 지금 이 얘기를 처음듣는 분들이 계시지 않은가? 그럼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