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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걸>[살인의 추억] 미완의 살인사건을 추억하며 살인의 추억
mvgirl 2003-04-20 오후 8:42:25 1657   [4]
실화를 영화화 한다는 건 그것도 미궁에 빠진 연쇄 살인 사건을 영화화 한다는 건 감독에게 있어서 일종의 ‘도전’ 같은 것일 것이다. 전대미문의 미궁의 살인 사건, 그 사건이 가지는 유명세, 그 때문에 쉽게 받을만한 세간의 이목 그리고 이목만큼 부담스러운 영화에 대한 주 변의 기대는 영화를 연출하고자 했던 감독에게는 거대한 짐으로 다가올 것은 분명하다. 하 지만 아직까지 경찰도 해결하지 못한 연쇄살인사건, 뉴스가 전해주지 못했던 그 사건에 대 한 알려지지 않았던 진실과 감독 나름의 추리가 가미된 실제로 있을 수 있을 법한 설정 등 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사건에 대한 진실(?)은 영화를 연출을 하는 감독에게 있어서 매력 적인 소재로 다가와 영화를 연출하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시켰을 것이리라. 감독에게 있어서 어쩌면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수도 있을 법한 작품이 될지도, 사실에 입각한 이런 류의 작품에 도전 하는 감독이 종종 겪게 될만한 작품에 쏟아질 모든 비난과 야유 때로는 찬사를 평생 짊어지고 갈지도 모르는 긴장을 가져다 주는 작품이 될지도 모르는 실화 극에 도전 하는 감독의 용기는 대단함을 넘어서 목숨을 담보로 한 모험과도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아마 영화 <살인의 추억>을 연출하기 전 이 영화를 영화화 하기로 마음먹은 봉준호 감독의 마음가짐이 이렇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 2년 반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살인의 추억>은 나에게도 역시 기대작이었다. 아직 내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내가 뉴스로 직접 확인했었던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토대로 영화가 진행된다는 소식과 <프란다스의 개>라는 독특한 데뷔 작을 연출하였던 봉준호 감독의 3년만의 신작, 거기에 이름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신뢰를 주는 송강호, 영화 <생활의 발견> 이후 어느새 자신의 색깔을 지닌 꽤 괜찮은 배우로 거듭 난 것 같은 김상경, 주연의 뒤에서 묵직한 조연의 구실을 할 송재호, 변희봉 등의 배우들이 출연하며 영화에 대한 무게를 더해주는 영화 <살인의 추억>은 개봉소식 그 하나만으로 나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몇 달 전부터 소리없이 뿌려진 흑백 포스터 엽서 속에서 사건에 대한 스트레스로, 사건 미 해결에 대한 압박으로 피곤한 듯한 모습의 송강호, 김상 경, 처음 사진을 찍 듯 경직된 모습으로 사진기를 바라보며 촌스럽게 웃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담은 촌스러움을 간직 한 영화의 스틸엽서는 이 영화가 담고 있는 것 같은 우울한 살인의 그림자와 범인에 대한 (극에 임하는 봉감독을 포함한 스탭과 배우들의, 그때 그 사건을 해 결하지 못했다는 멍에를 짊어진 채 살고 있을 형사들의 그리고 아직까지 살아있을 희생자의 유가족들의) 분노를 고스란히 전달하며 영화를 더욱 설레이며 영화의 공개를 기다리게 했다.

그런 설레임으로 본 영화 <살인의 추억>은 나의 오랜 기다림을 보상하고, 높았던 영화에 대한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고도 남을 만큼 멋진 영화가 되어 돌아왔다. 근자에 이렇게 완벽하고 멋진 영화를 본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영화는 영상, 연출, 편집, 음악 등 영화 로 형상화 될 때 필요한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된 멋지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 영 화에 대한 찬사를 아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Opening
하늘과 누런 논 밖엔 아무것도 없는 듯한 배경 위로 <살인의 추억>이라고 영화의 제목 쓰 여지며 영화는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시작된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적막함, 사건이 일어난 곳의 평온함 그리고 한국적 이미지가 물씬 풍기 는 멋진 오프닝은 영화의 성격을, 영화가 가진 느낌을 한번에 보여주며 인상적인 출발을 보 여준다.

연쇄 살인.
한가한 듯한 논길위로 피곤한 듯 무관심하게 등장하는 형사 박두만 (송강호 분) 그리고 아 무렇게나 모여있는 (어린이를 포함한) 사람들 그리고 좁고 어두운 물 고랑에 유기된 첫 번 째 피해자. 발견된 살인현장이라 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방치되어 있는 현장, 거기에 살 인이라는 단어 조차도 모르는 듯 무지하고 천진하기만 한 농촌사람들의 모습은 이 사건이 얼마나 사회로부터 소외당했는지, 외면당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권교체의 격변기, 거기에 굵직 굵직한 국제 행사(86 아시안게임, 88 올림픽)로 국가 전체가 술렁거렸던 80년 후반은 그야말로 혼란과 환희의 연속이었다. 따라서 한 조그만 시골마을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사건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기엔 많은 인력과 자원을 투입되어 사건 해결에 총력을 기 하기에는 화성이라는 마을이, 그곳에서 벌어진 일련의 연쇄 살인 사건이 세상의 정치적, 사회적 관심에서는 조금 빗겨나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그래서 그토록 열심으로 뛰어다닌 형사들의 공도 없이 범인은 유유히 사라졌고 그들은 사건 해결을 미치도록 갈망했던 그들은 절실한 그들을 외면한 국가를, 자신들의 부족한 힘을 원망하고 절망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박두만 VS. 서태윤 and others
영화를 이끄는 두 명의 형사 박두만과 서태윤의 성격은 한마디로 극단적이다.
기존 스릴러 영화에서 공식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에 절대적으로 부응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잠시 오랜 연륜을 지닌듯한 박두만의 모습에서 형사답지 않은 헛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서울에서 왔음에도 전혀 도시인의 냄새가 풍기지 않는 그렇다고 인텔리적인 분위 기도 풍기지 않는 서태윤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점차 서로의 극단적인 모습에 동화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다분히 한국적인 농촌 스릴러의 형식을 갖추어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배경이 농촌이니만큼 사건에 투입된 인력이나 자원이 극히 제한적 이었던 그곳에 생활 터전을 갖고 있어 교육을 받지 못해 직감을 중요시하는 무지하고 주먹 만 앞서는 무지한 경찰 박두만과 조용구, 일련의 교육은 받았지만 서류에만 지나치게 의존 하고 시골 경찰의 연륜을 무시하는 서태윤의 대립은 사건을 풀어가는 것 이외의 긴장감을 선사하며 영화가 실화를 영상화 한 드라마라는 것에 대한 설득력을 심어준다.
또한 이들의 상반된 성격 대립을 통한 상반된 관점의 수사진행은 수사의 관점을 한 곳에 집중시키지 않고 분산을 시키며 다양한 방법의 수사를 제시한다. 물론 박두만의 수사가 한 없이 한심해 보이기도 하고 비 과학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할 수도 있지만 그가 행했던 그런 일련의 수사로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를 찾아 내는 수확(?)도 얻게 되니 감독이 얼마나 캐릭 터 배치에 사건과 관련된 인물에 대해 치밀하게 고심하고 연구했느냐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한 영화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등장인물을 활용한다.
박두만을 도와 좌충우돌 폭력수사에 앞장서다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 조용구나 조용하게 사 건의 주변에서 아무것도 안 할 것 같지만 사건해결의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는 여경 권귀옥, 박두만의 연인이자 두만에게 동네의 이야기를 전달하며 수사에 도움을 주며 한편으로 극의 후반에선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는 곽선영 그리고 마을에서 스치듯 등장하는 어린 고교생에 이르기까지 사건을 수사하는 박두만과 서태윤이 놓쳤거나 알 지 못했던 중요한 무언가를 알 려주는 주변인물들이 직, 간접적으로 사건에 개입되며 수사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탄탄한 줄거리
영화는 이미 알려져 있는 것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따라서 사건의 발생과 일련 의 수사 진행과정은 사건을 토대로 수집한 사실과 감독의 상상력이 동원된 픽션을 적당히 조화시켜 흥미진진한 스릴러를 시작하는 데는 그다지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잘 해야겠지만) 그러나 모든 영화가 그렇듯 늘 마무리가 문제다.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이 사건, 범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범인 일 것 같은 사람을 지목해야 하는 드라마의 특성상 후반으로 이어지는 줄거리가 중요하다는 건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영화는 충분히 그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영화를 마무리 한다. 말도 안되게 용의자로 지목되어 범인으로 몰리는 백광호에서 사건현장에서 요 상 한 짓(?)을 해서 잡힌 조병순 그리고 사건의 진범으로 극중 형사들에게 확신을 받는 박 현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깔의 점점 범인과 가까워지는 듯한 용의자의 배치는 사건의 진 실로의 접근하고 있음을 착각하게 한다. 또한 사건을 점점 미궁으로 빠지게 하는 구실을 하면서 정말 감독이(그리고 형사들이) 찾고 싶었던 진범에 대한 욕구가 점점 강하게 전해 진다. 영화의 후반 진범으로 의심되는 박현규가 진짜 진범인지 아닌지를 여지를 남기는 마 지막이나 2003년 우연히 사건의 현장을 들른 박두만이 어린 꼬마에게서 듣는 충격적(?) 이야기는 이 사건이 아직 미완의 사건임을 상기시킨다. 또한 어쩌면 우리와 함께 숨쉬고 있을 범인에 대한 공포를 다시 한번 추억(?)하게 한다.

Ending
영화의 마지막은 영화의 오프닝때와 같은 하늘과 맞닿은 넓은 논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으로 마무리 된다. 오프닝의 모습과는 별반 다름없는 똑 같은 하늘과 논의 모습이지만 십 수 년 전 벌어졌던 살인사건을 추억하는 일련의 드라마가 벌어진 이후라 그런지 무언가 허무한 슬 픔과 분노가 밀려온다. 그때 참혹했던 사건을 잊고 산 것은 아닌지 질책하고 있는 듯 무심 한 하늘은 조용히 관객을 꾸짖는 것 같다. 그리고 사건을 기억함으로 범인의 응징하자고 주 장 하는 감독의 모습이 조용히 투영된 듯하다.

영화 <살인의 추억> 속엔 미국 스릴러 영화에나 등장하는 폼나는 형사도 세련된 인간의 모 습도 그렇다고 세련된 화면도 없다. 무지하지만 착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과 사건을 해결하 고자 고분 분투하는 나름의 노력을 다하지만 조금은 힘겨워 보이는 형사들의 모습이 등장 하는 이 영화는 세련된 스릴러라는 느낌도 21세기형 범죄 드라마라는 느낌은 더더욱 없다. 하지만 난 이 영화에 주저없이 별 5개를 주고싶다.
헐리웃이나 외국의 영화에선 전혀 느낄 수 있는 세련됨은 없지만 한국적 냄새가 물씬 풍기 는 한국적 감성의 새로운 형식의 한국형 형사물로 손색이 없게 잘 만들어진, 인텔리전트하 지 않은 평범한 형사들의 좌절과 분노 그리고 사건에 해결에 대한 의지가 집적된, 실화와 픽션을 완벽하게 조화시킨 꽉 짜여진, 사건의 해결이라는 측면보다 그 진실에 접근해 가는 과정을 너무도 흥미 진진하게 보여주고 아직까지 우리 주변에 있을 지도 모르는 범인의 존재를 충격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시나리오의 힘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영화 <살인의 추 억>은 분명 근자에 보기 드문 정말 잘 만들어 진 수작이다.
이 영화가 대중에게 공개되어 일반 관객에게 어떤 심판을 받게 될지 나 자신도 짐작이 가질 않는다. 잘 만들어 졌다고 해서 줄거리가 탄탄한 멋진 영화라고 해서 관객들이 모두 돈을 지불하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건 분명하니깐. 이 영화가 스릴러 로서의 흥행 코드를 지니고도 있고 나름의 완성도를 지니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연쇄 살인 이라는 어두운 코드나 사건에 참여한 형사들의 분노와 좌절이 점철된 내용이 관객에게 얼마 만큼의 즐거움을 줄지가 의문이다.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난 이 영화가 아주 잘 되었으면 좋겠다.
영화를 만든 봉준호 감독의 고민이 이 영화에 참여한 스탭이하 모든 배우들의 고생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며 옛 기억에 고통 받을지도 모르는 화성 연쇄 살인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관 이 있는 사람과 어쩌면 이 영화를 볼지도 모르는 진범을 기억(또는 응징)하는 차원에서도 많은 사람들 이 영화를 보고 화성에서 있었던 비극적 사건을 곱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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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2003, Memory of Murder)
제작사 : (주)싸이더스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memoriesofmur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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