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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m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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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18 오후 6:20: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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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요상스런 복장을 한 신하균 의미심장한 웃음을 띄고 있는 영화포스터를 보았는지... 지구를 지켜라. 제목부터 수상쩍은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일 거 같은지? 유치찬란 코미디영화? 아동용SF영화? 영화에 대한 정보를 좀 접한 사람이라면, 엽기적이고 잔혹스런 장면들 때문에 당황스런 영화? 하지만, 이 영화는 결코 그런 영화가 아니다. 그런 몇 가지 정보만으로 이 영화의 가치를 절하해 버리는 건, 정말 숲에 떨어진 빵봉지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행동과 다를 바가 없다. 심지어 자기가 생각하던 그런 류의 코미디영화가 아니라고 ‘이 영화 재미없어요~’하는 건 그 사람의 영화감상능력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영화도 안 보고 제목이나 포스터, 예고편만 보고 콧방귀를 뀌어버리는 것에 대해서는 말도 하고 싶지 않다. 한국영화의 새로운 기원을 이룩했다느니, 장준환감독을 한국의 팀버튼으로까지 추켜세우는 반응은 괜한 것이 아니다. 보지 않고는 절대 말할 수 없는 영화다. 이 영화는...
Ⅱ. 병구는 강원도 깊은 산골에서 마네킹수공업과 양봉을 하는, 어렸을 적부터 이상한 놈 취급 받고 사회에서도 그리 잘 적응하지 못 하는 그런 청년이다. 아버지는 광산에서 일하시다 불구가 되었고, 결국엔 사고로 죽게 된다. 어머니는 몇 년 째 의식불명상태로 입원상태다. 예전에 일하던 공장에서도 짤렸고 여자친구는 그 공장에서 노동운동을 하다가 과도한 진압으로 사고사한다. 학교동창은 여전히 병구를 무시하고 갈군다. 도대체 이 놈의 불행과 불운은 병구 곁은 떠나지 않는다. 그 원인은 도대체 뭘까? 병구의 결론은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 이 결론을 바탕으로 병구는 자기 나름의 치밀하고 철저한 연구를 하고 대책을 세워고 행동을 한다. 그 중 가장 우두머리급으로 지목한 유제화학의 강만식 사장을 드디어 자신의 아지트로 잡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처절하고 엽기적인 고문으로 자백을 강요한다. 한편 천재적인 수사감각을 가졌지만 외곬수에 고집불통의 성격으로 식당으로 밀려난 추형사는 공식적인 수사팀과 별도로 단독으로 범인을 추적해 나간다. 결국 추형사는 병구를 용의자로 지목해내고 그를 잡기 직전까지 가지만, 변을 당하고 만다. 그 와중에 강사장은 탈출을 시도하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Ⅲ. 일단 이 영화는 지금까지 그 어떤 한국영화(적어도 내가 본 중에서는)보다 독특하고 기발하다. 뭔가 모자라고 키치적인 분위기의 주인공이 외계인을 상대로 지구를 지키겠다는 설정 자체가 그렇거니와, 잔인하고 엽기적인 듯 하면서도 웃을 수 밖에 만드는 구성, 배우들의 몸을 아끼지 않은 탁월한 연기...(사실 캐스팅 자체가 탁월했다!) 영화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살려주고 탄력을 더 해주는 소품(특히 병구의 외계인 연구자료들, 고문실... 그 외에도 나중에 알게 된 스탭들의 노력은 눈물겨웠다.)들과 조명, 음악(특히 두 가지 버전의 Somewhere over the rainbow)... 특히 반전의 반전을 넘어선 영화의 마지막 10분은 경악스러움 그 자체다. 영화에 등장하는 장르만 해도 한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코미디를 바탕으로 액션, 스릴러, 멜로, SF, 추리 등등... 물론 장르가 많이 등장한다고 잘 만든 영화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혼잡하고 난삽할 가능성이 많다. 잘 기억은 안 나도 한 두서너 가지 퓨전해 보려다가 망했던 영화들도 제법 있었던 거 같다. 그러나 이 영화 속에서 그 장르들은 아주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그 경계를 넘나들면서 영화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장르 고유의 성격은 유지하면서도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 오히려 서로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또 나중에 영화 리뷰들을 보면서 안 거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고전들에 대한 오마쥬는 2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그 오마쥬들을 어떻게 영화 속에 소화를 시키는지 찾아보고 확인해 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하고 이 영화의 탁월함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 그러나 난 누가 뭐래도 ‘영화는 감동’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비싼 돈 들여 특수효과를 만들고 독특한 기법과 새로운 사조로 무장한 영화라고 해도, 그 가운데 감동이란 요소가 없다면 그건 헛돈 쓴 거다.(뭐, 감동이 그냥 눈물 짜고 그런 것만 말하는 건 아니다. 감동은 마음을 움직이고 나아가서는 행동을 이끌어내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주제의식과 시선은 소박하지만, 탁월하다 못 해 놀랍다. 아니, 소박한 메시지이기에 더 박수를 쳐주고 싶다. 인간이라는 종에 대해,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이렇게 다차원이고 통시적으로 훑어내기란 결코 만만치 않음에도 이 영화는 억지스럽지 않게 할 얘기를 실컷 해내고 있다.
Ⅳ. 쓰는 내내 느낀 거지만, 너무 힘들었다. 영화 리뷰 쓰는 일 자체가 오랜만이기도 하지만, 내 수준에서 이러쿵저러쿵 말하기엔 버거운 영화이다. 어떻게 대충 마무리는 지었는데 하고 싶은 말을 다 못 한 거 같아 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그저... 이런 영화가 사장되지 않고 한 번 대박이 났으면 좋겠다. 안타깝게 요절(?)한 ‘고양이를 부탁해’나 ‘와이키키 브라더스’같은 꼴이 되지 않기를... 하나 덧붙이자면 첫 작품이 이 정도라니, 장준환감독의 역량과 발전가능성에 큰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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