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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o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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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14 오후 9:3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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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영화를 보면 묻는다. “ 재밌냐? “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이 영화에 대해. 이 영화를 보고 돌아온 날 밤 계속 그 생각만 했다. 이 영화를 나는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 걸까. “지구를 지켜라” 웃기고 찡하고 슬프고 잔인하고 황당하고 하지만 공감하고. 오만가지 감정이 교차하며 감정이 채 자리잡기도 전에, 아니- 이제 엔딩이려니 하며 신하균의 마지막 대사 “ 지구는 누가 지키지? “ 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눈물이 핑 돌 때쯤 이 신인감독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물론 그것은 가장 골 때리는 방법이었고, 그 골의 울림이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까지도 멈추지 않아 불이 다 켜진 극장 안에서 나는 박수를 쳤다. 아마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된 사람들은, 이 영화를 안 보겠다고 말하며 그 이유를 유치한 코미디일거라 짐작하는 사람들에게 매달려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지구를 지켜라는 단순 코미디가 아니다. 단순히 외계인을 믿는 어떤 미친놈의 엽기행각으로 웃기려 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지구를 지켜라는 분명 슬프다. 하지만, 그 슬픔이란 것은 그 미친놈을 이해해달라며 구걸하는 동정이 아니라, 고개를 끄덕이며 어쩐지 먹먹해지는 가슴으로 핑- 도는 그런 눈물이다. 그렇다고, 그 눈물을 질질짜게 내버려 두는 것도 아니다. 내가 이 영화에 박수를 보냈던 것도 그런 점이었다. 마구 웃다가도, 가슴이 뜨끔해지는 질책을 듣고, 그 질책에 마음 무거워질 때쯤, 다시 웃을 수 있고, 눈물이 핑 돌아 떨어질 때쯤, 황당한 상황에 어이없어질 수 있는. 그러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우리는 할 말을 잃는다. 재밌다, 감동적이다. 슬프다. 그런 말들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이 엄청난 영화에 그저 침묵으로 경의를 표할 뿐이다. 이 감독, 천재다. 또는 외계인이거나. 이 영화를 완벽하다거나, 세계에 길이 남을 명작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 의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한국 영화사에 기록 될 만큼 분명 새롭고, 신선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어처구니 없는 신인감독의 출연에 나는 반가움마저 느낀다. 그리고 진심으로 이 영화가 선전하기를 기원한다.
자신이 정의라고, 자기가 지구를 지키고 있다고 믿고 있는 병구의 세계에서 그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은 외계인이고, 그걸 그저 지켜보고 있는 우리는 더 나쁜 지구인이다. 고작 지구인인 내가, 외계인 같은 감독이 만든 영화에 대해 뭐라 왈가왈부 할 수 있을까. 지구엔 희망이 없는지도 모른다. 세상은 온통 외계인 같은 놈들로 가득 차서 병구보다 더 미친놈 같은 것들이 나와서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를 보고, 그래도 희망을 꿈꾼다. 이런 감독이, 앞으로도 이런 영화를 만들어준다면, 나 같은 한낮 지구인도 조금은 숨을 틀 수 있을 것이라는 나의 바램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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