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Time is irreversible. But Memory is reversible.
영화를 보면서 내가 받은 충격은 세 가지다 소화기로 머리가 짓이겨진 사람이 강간을 한 범인이 아니었다는 것, 강간장면을 본 사람이 경찰을 부르거나 도와주지 않고 피했다가 범인을 찾아주겠다는 구실로 돈벌이로 이용한다는 것, 알렉스가 임신을 했었다는 것.
영화를 보기 전에 나의 머릿속은 공포감으로 긴장돼있었다 잔인한 복수장면과 롱테이크의 강간장면이 충격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공포와 긴장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해서 영화를 보면서 세가지 충격을 느끼고는 그 충격이 가실 숨도 주지 않고 그 충격을 더 배가 되도록 심장을 두드리는 마지막 어지러운 영상으로 미간을 찌푸려지게 하다가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을 한 문장으로 보여주고는 더이상의 터치도 하지 않고 영화는 물러간다. 영화 음악이 흐르지도 않고 자막이 올라가지도 않는 새카만 스크린 속. 공백의 스크린은 머릿 속에서 다시 영화를 reverse해서 보게 하고 자꾸만 영화 속의 장면과 충격을 상기하게 한다.
카메라는 그 장면을 따라다니는 사람(관객)의 눈으로 심리상태가 그대로 느껴진다 마치 제3자가 투명인간이 돼서 그들을 따라다니는 것처럼. 마르쿠스와 피에르가 동성애 클럽에 들어가서 범인을 찾아다닐 때는 카메라도 숨이 가쁘고 불안하다. 범인을 찾고 싸우는 장면, 마르쿠스의 팔이 마치 과자처럼 부러지는 장면, 피에르가 소화기로 머리를 짓이기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미동없이 그 광경을 지켜본다 그 일들이 끝난 후에야 충격으로 카메라의 머릿 속은 어질어질하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서 스크린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어지럽게 돈다. 알렉스가 강간을 당할 때도 역시 카메라는 잔인하리만치 조용히 움직이지도 않고 그 광경을 지켜본다.
영화를 본 후에 나는 메스꺼움과 두통, 혐오감까지 느껴졌다 나에게 좋지않은 느낌만을 주었지만 '대단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감추어진' 추악한 면을 간접적인 방법으로 직접 체험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즐기는 강간범.(자신의 고통을 즐겼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나도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의 행복을 망쳐버리는 것으로도 자신의 행복은 채워지지 않는다 그를 비난하면서도 끝까지 지켜보는 카메라의 눈. (목격자인 동시에 공범일 수도 있다. 그 장면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즐기고 있었을런지도..) 영화의 시작에서 범인은 함께 얘기하고 있던 딸을 범한 남자를 부러워한다 '좋았던' 시간을 갖고 있다는 것을 부러워 한다. 강간범은 진정으로 좋았던 시간은 갖지 못했고 앞으로도 갖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돌이킬 수 없는 지나가버린 시간들의 영향으로 살아온 그로써는 앞으로 다가올 시간조차도 영원히 행복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사람은 '기억'과 '망각'을 가지고 있다. 비록 시간은 돌이킬 수 없지만 기억은 무한정으로 reversible하다 알렉스와 마르쿠스는 행복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물론 불행한 기억도 있다) 악몽같았던 시간들은 애써서 망각하고 행복한 시간만 기억해서 앞으로의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강간범은 스스로 가혹한 벌을 받고 있는 셈이다 살아있으니까. 자신의 친구가 머리가 으깨져 죽는 것을 바라보면서 속으로 부러워했을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자신이 그 자리에 있다면 앞으로만 나아가는 시간을 끊을 수 있어서 기뻐하면서 그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좋았던' 기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 일로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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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rl7729
앞에 나온 남자는 범인이 아닙니다..사람을. 잘못 보신듯..
2006-08-01
16:45
정말 훌륭한 영화평이네요...
2003-06-08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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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2002, Irreversible)
제작사 : Le Studio Canal+, Eskwad, Nord-Ouest Production / 배급사 : 프라임 픽쳐스
수입사 : (주)미디어필림 인터내셔날 /
공식홈페이지 : http://www.irreversib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