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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지켜라]<월향>가짜에서 진짜 만들기. 지구를 지켜라!
egoist2718 2003-04-08 오후 4:03:22 905   [2]
한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한 남자가 이상한 비닐 옷에 우수꽝스러운 안전모를 쓰고 있는 얼굴에는, 약각은 비웃는 듯한 미소와 신념에 찬 얼굴은 그저 그런 영화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범상치 않은 무엇인가가 있었다.

요즘 극장가에서 최대 이슈거리로 떠오른 지구를 지켜라의 광고포스터는, 관객들에게 상상력의 한계를 실감하게 해주는 영화였다. 광고포스터를 봐서는 내용을 알 수 없고 어떠한 상상력도 불가하니 말이다. 포스터를 보고 내용을 상상했다 치더라도 막상 스크린 위에 보여지는 내용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종잡을 수 없는 내용의 진행으로 결국 관객의 상상은, 스크린 따라가기에 바뻐서, 접어야 하는 상황으로 전락해버린다.
영화는 크게 나누어서 두 종류로 구분된다.. 재미있는 영화, 재미없는 영화 이렇게 말이다. 나는 천재감독이라고 불려지는 장준환감독의 그 말도 안되는 상상력를 보면서 이 영화 재미있다라고 단순한 생각만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집에 들어와서 시간이 흘러 갈수록, 자꾸 우스꽝스러운 광고포스터가 내 눈에 보일 수록, 나는 알수 없는 이 영화의 매력에 시달려야 했고 또 영화안에서 그려진 몇가지 의문점에 대한 해답을 알고 싶어서 가만히 있을수 없게 되었다.
결국 다시 찾은 어두운 극장안에서 병구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듯 했다.
"혹시 안드로메다에서 오셨습니까?"

영화의 내용은 병구(신하균)라는 젊은 남자가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신념하에 외계인이라고 믿고 있는 강만식(백윤식)을 납치하면서 주변과 그리고 그 둘사이의 갈등을 다소 연극적인 표현으로 그린 작품이다.

영화<지구를 지켜라>는 내용(스토리)은 이해가는데 장면의 이해는 힘든 영화이다.
왜 이런 표현을 했냐면 놀랍도록 잔인한 장면에서 새어나오는 웃음을 나는 참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세디즘적인 영화는 단순히 보이는것만으로는 해석이 안된다. 이것이 내가 집으로 돌아와서 첫번째로 가진 <지구를 지켜라>에 대한 의문이다.
왜 잔인한데 웃음이 나올까?
결국 이것에 대한 적절한 답은 이것밖에는 찾아 낼수가 없었다.
"이것이 바로 B급영화이다"
B급이라는 영화는 메이져영화에서 제작된것이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배우 감독을 기용해서 적은 돈으로 상업적인 영화를 만들어서 극장에 메이져급 영화와 같이 거는것에서 B급영화라는 말의 유래되었다.
그런대 요즘 들어 일반적으로 B급영화의 의미는 주로 상업적인 주류에서 벗어난 독특한 형식의 비주류 상업영화를 칭하는 말로 보통은 통한다.
그렇다면 <지구를 지켜라>도 그 부류에 속할 것이다.. 여러장르를 혼합한것도 그렇고 내용도 어처구니 없는게 딱 B급영화이다. 그런데 한국시장에서 볼때면 영화<지구를지켜라>는 메이져급 영화사에서 제작한 블럭버스터에 가까운 상업영화라는 점이다.
즉, 메이져급 영화사가 B급 영화를 만들어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려고 한 것이다.
이것이 잔인한데 웃음이 나오는 이유와 무슨 상관이냐구 물어본다면 그 답은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조건으로 잔인함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영화사는 분명 상업적인 성공을 염두해두고 제작했을 것이고 감독은 자신만의 독특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으니 이런 B급 영화라는 형식을 빌려왔을 것이다. 관객에게 어필할려면 웃음(재미)가 있어야 하기에 이런 영화적 형식을 취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웃음뒤에 나오는 공허감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슬프기까지 하다. 병구의 광기와 잔인함도, 만식이 느끼는 고통과 공포도 그리고, 순이의 어리석어 보이기까지하는 순수함도 우스꽝스럽게 보이지만 감독 장준환은 웃음뒤에 오는 슬픔을 표현하기 방법으로 선택했을 뿐이다.
그러나 관객은 일단은 그 잔인하고 무서운 장면에서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 이 부분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고 한국 영화 최초(?)라고 보여지는 B급 영화의 전형은 나같은 <지구를 지켜라> 매나아층을 형성할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을 소유했다. 내가 이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 형식의 자유로움에서 얻어지는 영화적 카타르시스 때문일 것이다.

형식의 자유로움에 의해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가 다소 무미건조하게 나갈 수 있는 단점이 있는 것이 이런 영화의 특징중에 하나 일 것이다.
그러나 영화 <지구를 지켜라>는 연극적인 구성을 선택함으로써 각 캐릭터에 의미부여,개성을 강하게 살려 자유로운 형식에서 오는 캐리턱의 묻힘을 방지했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병구의 집, 그리고 외부의 수사관들의 활동은 각각 이분법적인 장소의 분할로 인해서 공간의 특성을 분명하게 나타낸다. 즉 형식은 자유롭지만 인물들의 활동공간을 최소화해서 인물들의 캐릭터를 극명하게 부각시켰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병구일 것이다. 그러나 병구에 대한 얘기는 마지막에 하고 "지구를 지켜라"의 가장 원초적인 의미가 될수 있는 순이에 대한 의문을 풀어보고자 한다.
왜 순이가 "지구를 지켜라"의 원초적인 동기부여가 되는가?
이것이 나의 영화<지구를 지켜라>의 두번째 의문이다.
순이는 못생겼지만 병구를 가장 많이 사랑하고 이해하고 또한 그를 어려운 순간마다 도와주는 강한 모성본능을 소유한 외유내강형의 여자이다.
그러나 순이는 조금은 어리숙해 보이고 또한 그녀의 취향조차 유아기적 시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쁜 인형을 좋아하고 이쁜 장식품에 여성스러운 옷차림은 그녀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상징한다고 본다면, 병구가 지구를 지켜야 하는 이유가 즉 이런 순수한 사람, 자신을 가장 아껴주는 가까운 사람들을 위해서(즉,개인적인) 지구를 지켜야하는 것이 이유가된다.
그러나 순이의 다른 의미가 지구라는 것을 병구는 뒤늦게 깨닫는다.
병구의 광기와 집착이 순이의 순수함과 대조적으로 관객에게 보임으로써, 너무 튀는 병구의 캐릭터가 자유로운 형식에서 따로 떨어지지 않고 유기적으로 융합해서 흘러가게끔 하는 역할이 바로 순이인것이다.

B급영화의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강만식(백윤식)의 캐릭터 일것이다.
그는 선악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모호한 성격으로 병구의 악마적인 특성을 더 돋보이게 함으로써 관객에게 혼란스러움을 제공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나의 세번째 의문은 강만식이 병구의 노트(연구자료)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왔다.
왜 강만식은 눈물을 흘리는가?
눈물을 흘려놓고 병구와 순이를 죽이는 인물 .. 눈물 흘리는 장면을 보고나서 뒤에 나온 이 죽음은 너무 황당하게 튀어나온 결말이다.
앞에서도 말해듯이 강만식은 B급영화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캐릭터이다.
그가 이런 예상치 못한 결말을 끄집어내는 것은 그가 처음 등장할때 부터 우리를 속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충분히 자신이 뒤에 보여줄 반전을 암시하기도 했다.
주차장에서 술 취한 목소리로 나온 이상한 말들, 그가 5분여 동안 쏟아내는 소변..등등 그는 자신의 비밀을 은근히 드러냈고 병구를 점점 더 광기로 치닫게 만든다.
그러나 그의 모든것를 선악의 뚜렷한 구분이 없는 인물로 감독은 그려냄으로써 단순한 강박증 환자처럼 보이던 병구에게 거대한 프로젝트 지구를 지켜라의 사명을 극 후반에 어처구니 없게 떠맡긴다. 관객은 제목에서 나온 지구를 지켜라에서 나오는 사명감을 크게 인식하지 못했는데(단순하게 웃음으로 모든것을 넘겨본다) 강만식의 눈물, 그리고 곧이어 나온 주인공들의 죽음으로 어안이 벙벙할 정도의 반전을 맞이하게 되버린 것이다. 이것은 강만식, 감독 장준환이 노린 속임수 일것이다.
까놓고 드러내면 믿지 못하는 어리석은 관객들을 속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을 듯하다.

병구의 대사중에 "고통이란 것은 절대 익숙해질수 없다"라는 말이 극중에서 나온다.
이 대사에서부터 나는 병구의 광기를 이해하기 시작한듯 하다.
나는 병구를 처음에는 미친광이로 보다가 곧이어 무서운 살인마로 보다가 마지막에는 애처롭게 보게 되었다.
병구는 극안에서 다양한 동기부여와 과거의 아픈 삶을 조금씩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호응을 적절하게 이끌어 내는 카리스마가 있는 캐릭터이다.
병구에 대한 가장 큰 의문은 바로 이것이다. 강만식의 대사에서 나온 "그 중에서 외계인은 딱 두명뿐이었잖아" 그러나 뒤이어 나온 화면에는 병구의 노트안의 인물들이 외계인 아님이라는 판정문이 선명하게 나왔는데 말이다.
감독은 병구의 캐릭터에 모든 영화적 장르를 혼합했다. 공포,엽기,코미디,멜로,액션 그리고 주인공의 캐릭터에 악마적인 광기마저 부여함으로써 철저하게 비주류로 무장해버린다. 이런 캐릭터는 너무 개성이 튀어서 반대로 거부감을 줄 수도 있는데 병구의 비밀을 서스펜스와 공포의 혼합으로 그려냄으로써 우리는 병구가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게 된다.
그럼 병구는 처음부터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신념하에 움직인 것인가? 아니면 자신에게 아픈 과거를 준 사람들에 대한 복수를 합리화 시키기 위해서 지구를 지켜야한다는 과장된 동기부여를 스스로 주입시킨것인가?
후자쪽이 맞는 답일것이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가면서 자신의 그 나약한 정신을 바로잡기 위해서 자신에게 아픔을 준 사람들을 외계인이라고 스스로 믿고 정해버린것이다. 그러나 굳이 그런 자신의 이기적인 복수심를 치장하기 위한 도구로 지구를 지켜야한다는 과대망상증은 아무리 봐도 너무 허무맹랑하다.
이 부분에서 바로 순이와의 연결고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병구는 자신의 폭력과 광기 그리고 살인에서 오는 강박증을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는 엄청난 사명감으로 덮어 씌움으로써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있지만 자신을 속일수는 없었을 것이다.
첫 장면에서 순이에게 외계인에 대한 정보를 보여주고 이해를 구하는 모습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 나왔을 것이다. 즉 앞에서도 말해듯이 자신을 이해해주는 순이를 만남으로써 병구는 지구를 지켜야한다는 자신의 강박증을 합리화 시키고 자유롭게 자신의 폭력과 광기를 분출시킨다.
그래서 그의 표정은 희극적이지만 비극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것은 뜻밖의 반전을 보여주기 위한 병구의 관객에 대한 속임수이다. 관객이 자신을 지구를 지켜야한다고 믿는 미친광이로 보게끔 만들어 놓고 뒤늦게 깨달은 지구를 지켜야하는 진정한 동기부여 순이의 죽음을 보고 관객은 황당할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전에 병구가 보여준 모든 일련의 행동들은 소심민적 표현으로 그려진 광기와 분노의 폭발뿐이었다니, 관객은 감독의 얄팍한 속임수에 또 넘어간것이다..

영화 <지구를 지켜라>는 처음에 보여준 병구의 신념 즉, 지구를 지켜라의 의미와 마지막에 병구가 지구를 지킬려고 하는 행동은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느껴질 것이다.
마지막에 병구의 행동은 정녕 자신이 지구를 지켜야하는 이유는 아주 작은 것을 지키기 위함이고 또한 진심으로 지구를 지키고 싶어한다. 앞의 지구를 지켜라는 가짜, 뒤에 나온 지구를 지켜라는 진짜이다..
가짜에서 진짜로 바꿔버린 감독의 이 기막힌 반전은 처음에는 사소한 일로 일로 시작했는데 거기다 의미를 부여하고, 시간을 투자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림으로써 거국적인 일로 발전시킨 주위의 어느 일처럼, 시작은 작으나 끝은 거대하다라는 말을 실감나게 해주는 영화였다.

<지구를 지켜라>는 많은 영화장면들의 패러디,오마주등을 사용해서 그것을 비틀어서 보여주는 B급 영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러나 감독 장준환에게 우리가 막상 물어보면 그는 이렇게 대답할지도 모른다..
"병구는 왠지 현실의 우리들 모습같아요? 그것을 염두해 두고 작업하셨나요?"
감독 왈 "아무 생각없이 제 마음대로 만든 캐릭터인대요..!"
이렇게 내가 상상을 하는 이유는 영화속에서 보여지는 모든 장면들이 일관성있게 연출된 것이 아니라 어느 장면은 뮤직비디오 같고 어느 장면은 공포영화 장면같고,
한마디로 제 멋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병구에게, 사회적인 의미를 부여해서, 자신의 빰을 때리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현실의 우리들으 나약함과 스스로를 합리화 시키는 모습을 투영해서 볼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이런 캐릭터를 탄생시킨 우리들의 무관심은 어떠했는가를 반문해 본다.
내가 이렇게 될때까지 너희들은 모했냐구 물어보는 병구의 모습에서 아무 의미도 없이 시작한 영화의 스토리는 갑자기 사회성이 짙은 영화로 탈바꿈한다.
기가 막히다.. 갑자기 부여된 영화의 의미를 관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연출방식은 정말 입에서 침이 마를 정도의 칭찬을 해주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지구를 지켜라>는 올해 신인감독이 데뷔한 작품으로는 영화적 완성도는 최고치를 달할 것이다. 자유로운 생각의 전형를 보여줌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고, 독특한 매니아 층을 형성해서 다양한 영화 장르를 탄생 시킬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영화의 내용은 이해가 가는데 장면은 이해안가는 영화 <지루를 지켜라>는 잔인한 장면에서 웃음을 유발시킨다.
그러나 병구가 지키지 못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다면 우리는 그 장면들에서 웃지는 못할 것이다.
희극적으로 표현한 비극을 보고 즐거워하는 우리들이 어쩌면 병구에게 "혹시 고향이 안드로메다 아니세요?" 라는 질문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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