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구는 '미친 착한 소년'이다. 그는 유제공업회사의 강사장을 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인이라 추정하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 납치한다. 그러나 누가 그를 제정신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강사장은 병구의 어머니를 식물인간으로 만들고, 애인을 죽였으며, 병구 본인도 실직 상태로 만든 장본인이다. 외계인보다 더하다면 더한 인물인 것이다. 잔인한 고문 장면이 이어지지만 그런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대사나 행동들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사람들은 정신없이 웃는다. 그러나 그 웃음은 휘발성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 끝난 후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병구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나온다. 그 장면들은 병구가 강사장을 납치하기까지의 그의 뒷이야기인데, 병구의 행동들에 더 많은 설득력을 심어준다. 웃음 뒤에 쓸쓸함이 느껴졌다. 자신을 지키는 것이 지구를 지킨다는 설정은 너무 반어적이다. 가슴이 뭉클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