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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걸> [동승] 소박한 종교영화 동승
mvgirl 2003-03-24 오전 11:09:29 1923   [7]
종교를 다룬 영화는 왠지 딱딱하고 지루하고 심각할 것 같다는 선입견을 주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까지 국내외에서 만들어졌던 불교영화(<만다라>, <아제아제 바라아제>, <화엄경>,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등)들이나 몇 편의 기족교 영화들이 담고있는 내용들이 대부분 종교와 인간의 욕망에 대한 고뇌 또는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 같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전반적으로 종교영화는 심각하거나, 지루한 느낌이나 인상을 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영화 <동승>에 대한 소식을 들었을 때 종교영화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난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다. 심각해 지는 것이 싫어서 지루한 영화를 보기 싫어서 그냥 외면하고픈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영화 <동승>은 이전에 보아왔던 종교영화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그림과 곁들여진 재미있는 포스터가 주는 느낌도 꽤나 경쾌하고 노스님, 청년 스님, 동자스님으로 구성된 세명의 스님주연들의 모습 또한 장난기 가득한 모습인 것이 이 영화는 뭔가 다를 것 같다라는 느낌을 주면서 묘한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그래서 어떤 내용일까 하는 궁금함으로, 불교에 대한 어떤 교훈이 있는 영화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영화 <동승>을 만나 보았다.

영화 <동승>이 주는 느낌은 굉장히 소박하다.
주연을 맡은 배우들의 낯설음이, 화려하지 않은 깊은 산속의 암자(?)가, 수려한 자연경관과 산속마을 외엔 보이지 화려하지 않은 화면, 영화를 이끌어가는 줄거리가 주는 소소함이 영화를 두드러지게 하지는 않는다. 볼 것도 없고 볼만한 것도 없는 요즘처럼 상업영화가 기승을 부리는 기존 한국영화에는 명함도 못 내밀 만큼 초라하기만 한 영화이다.
그렇지만 영화 <동승>은 나름의 매력이 있는 영화처럼 보인다.
어린 동자승의 철없는 행동이 귀엽고, 부모가 없는 어린 소년의 마음에 맺혀있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안타깝고, 동자승보다 조금은 철이 없어 보이는 젊은 스님 정심의 돌출행동이재미있고 큰스님의 진솔함에서 묻어나는 재미있는 말투와 교훈적인 말투가 영화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 등 영화는 따뜻하고, 안쓰럽고, 재미있는 느낌을 동시에 가지며 나름의 매력을 스스로 만들어간다.
전반적으로 짜임새 있는 줄거리라는 느낌도, 잘 짜여진 구성이 돋보이지도, 극중에서 각각의 배역을 연기하는 배우의 연기가 특별히 좋았다는 느낌이 들지도 않고 조금은 서툰 느낌으로 초보감독이 단편으로 영화를 연마한 후 처음으로 장편을 만드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일종의 시행착오 과정에서 보여지는 소품 같은 장편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의 영화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영화가 주는 따뜻함이 안쓰러움이 소박함이 맘에 들어 영화가 좋아질 것 같은 그런 영화다.

영화 <동승>이 전반적으로 따뜻함을 주어 점수를 주고싶은 영화이긴 하지만 영화 줄거리에 대한 짜임새의 결핍(어쩌면 감독은 너무 많은 내용을 이 영화 한편에 한꺼번에 담으려고 욕심을 냈을지도 모른다)으로 인한 영화적 재미의 반감과 전체적으로 보여지는 구성의 엉성함은 이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준다.
엄마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과 환상을 간직한, 속세와는 동떨어진 절에서 생활하는 동자승임에도 같이 뛰어 놀 속세의 철없는 아이들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외로운 동자승 도념. 그 아이가 갖고 있을 아련함이나 외로움, 철없는 어린아이가 느낄 답답함과 적적함은 미루어 짐작이 가지만 그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 아이의 그런 행동의 근본이 무엇때문인지 큰스님은 아는 듯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질 않는다. 젊은 스님 정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어린 동자승보다 더 철이 없고 단순해 보이는 행동으로 큰스님을 황당하게 하고 수도가 한참 부족한 불자가 단순히 스님 복장을 한 것처럼 젊은 여성에게도 관심이 많고 도시의 화려함에도 익숙해 보이는 그가 왜 불교에 귀의했는지 의구심을 갖게한다. 영화에서 잠깐 보여지는 그의 속세에서의 사진으로 그가 왜 불자가 되었는지를 짐작하게 하기는 하지만 단편적인 보여짐으로 그의 내면 깊숙한 부분의 고민을 읽어내기엔 전체적으로 설명이 너무 부족함을 느낀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단편적이고 부분적인 행동만으론 그 깊이를 가늠하기가 힘들다. 늘 도념을 감싸는 초부 아저씨, 왠지 도념에 대한 의식적인 적대심을 갖고 있는 듯한 초부의 아들, 어린 자식을 잃고 도념에게서 그 위안을 맞으려는 젊은 여보살 등 도념을 둘러싼 많은 주변인물과의 전반적인 관계, 그들이 갖고 있을 법한 감정이나 도념에 생각등이 분명 존재하는 듯 보이는데 그것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난감함을 느낀다. 영화는 관객과 선문답을 하는 듯 수행을 하는 그들에게 놓여진 번민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어떤 이유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없이 영화를 보는 개개인이 마음으로 이해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감독은 많은 여지를 남겨준다. 어쩌면 감독은 그들이 가졌을 법한 번민을 상황으로 보여주고 관객에게 어떤 맘으로 그런 행동을 하였는지에 대해 숙제로 내어 알아보라고 말하는 듯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각 인물들의 내면을 조금은 모호한 느낌으로 전달하고 전체적으로 각각의 에피소드들을 긴밀하게 맺어가지 못하는 영화는 조금은 답답하고 지루한 느낌을 주며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준다.
 
많은 부족함과 약간의 장점만이 보이는 이 영화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엔 아쉬운 부분이 많고 많은 일반 관객의 주목을 받기에는 조금은 힘에 겨워 보이는 영화 <동승>은 어쩐지 흥행과는 거리가 먼 영화처럼 보인다. 예전에 영화적 완성도와 감동을 주는 내용에도 흥행성이 없는 이유로 극장에서 곧장 간판을 내려야 했던 많은 영화들이 그래도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지지자들의 힘을 입어 조금씩 부활했었던 그 영화들(<와이키키 브라더스>, <나비>, <고양이를 부탁해>, <후아유>, <남자 태어나다> 등)처럼 이 영화도 진정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관심으로 적어도 그 영화를 인정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절반이지만 진정한 성공을 마음속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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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승(2002, A Little Monk)
제작사 : 스펙트럼필름 코리아 / 배급사 : 영화사청어람
공식홈페이지 : http://www.littlemo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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