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나고 5분 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서 한참을 울었다.” 킨더필름페스트(아동영화제)의 토마스 하일러 집행위원장은 영화 ‘동승’(童僧)에 대해 주저하지 않고 두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10일 오후 2시(현지시각) 조 팔라스트 극장에서 선을 보인 제53회 베를린영화제 킨터필름페스트 부문 진출작 ‘동승’은 아홉 살 먹은 어린 스님 도념의 그리움을 줄기로 삼은 영화.
도념은 ‘봄 보리 베어내면 온다’ ‘법당 뒤에 목련 꽃 환하게 피면 온다’는 어머니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영화는 도념이 친구와 스님들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하나 둘 작은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수묵화처럼 그려냈다. 전남 선암사 등에서 얻은 고즈넉한 산사 풍광, 마음을 맑게 하는 풍경 소리 등이 가슴 뭉클한 이야기와 어우러진다. 도념이 눈밭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롱테이크로 담은 마지막 장면으로 영화가 끝나자 객석에서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불교적 색채 속에 담은 주제 ‘그리움’은 현지 언론과 관객으로부터 ‘인류의 보편적인 정서를 건드린다’는 평을 받았다. 1,100석 규모의 극장엔 어린이와 학부모,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특히 어린이들은 중학교 2학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해맑은 동안의 소유자 김태진(13)군에게 질문 세례와 사인 요청을 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다.
연극배우 디트마 렌츠 씨는 “가슴 속의 그리움을 꺼내게 한 영화”라고 소감을 말했고 릴리안 스퍼(13) 양은 “도념의 슬픔과 행복 사이에서 묘한 감정을 느꼈다. 아름다운 영상이 마음에 남는다”고 말했다.
7년 동안 이 데뷔작 에 매달렸다는 주경중(44) 감독은 “영화를 찍는 기간보다 돈을 구하러 다니는 기간이 더 길었다” 면서 “힘들었지만 행복하다”고 말했다. ‘동승’의 기획과 시나리오, 제작까지 맡은 주 감독은 한국외대 인도어과를 졸업했으며, 1991년 ‘부활의 노래’의 제작자.
초등학교 4학년 때 ‘동승’에 참여한 김태진 군은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영화를 마칠 수 있었다. “영화 속의 모습이 같아야 하는데 계속 무럭무럭 자라 감독은 걱정인데, 어머니는 거꾸로 아들의 키가 크라고 무릎을 주물러 주고 보약을 먹였다는 감독의 말에 관객들은 웃음을 자아냈다.
올해로 26회째인 킨더필름페스트에는 캐나다, 핀란드, 이스라엘 등에서 온 장편 14편과 단편 16편이 경쟁작으로 참여했다. 심사위원에 11~14세 어린이 5명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이채롭다. 시상식은 15일 오후 4시에 열린다.
“ ‘어머니’라는 근원을 말하고 싶었다”는 주경중 감독. 오른쪽으로 토마스 하일러 집행위원장과 김태진 군이 함께 관객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