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타이탄>은 스포츠 영화요, 인종차별에 대한 영화다. 헌데 이 두 가지를 떼어놓고 보자면 참 보잘 것 없다. 우선 스포츠 영화 로서 는 너무나도 익숙한 공식을 뒤따른다. 팀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 은 풋내기 팀이 코치의 끈질긴 노력과 선수들의 화합으로 결국 챔피 언이 된다는 그런 얘기. 풋볼 경기 장면이 박진감 넘치기는 하지만 올리버 스톤의 <애니 기븐 선데이>의 휘황찬란한 테크닉에 비하면 별 거 아니다. 인종차별에 대한 영화로서도 만만치 않다. 위의 경우보다 더 짧게 설명이 가능하다. 1970년대 미국의 어느 마을에서 흑-백이 갈등하다 스포츠를 통해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마을은 평화로워 진다 는 얘기. 그런 거라면 <파워 오브 원>쪽에 한 표 던지고 싶다.
하지만 이런 '지나친 익숙함'에도 불고, 이 영화는 재미있다. 그 이 유로 '제리 브룩하이머'라는 제작자의 이름을 꺼내들고 싶다. 오래전 <탑 건>을 시작으로 오락영화란 무엇인가를 확실히 보여주던 이 제 작자는 <크림즌 타이드>, <아마겟돈>, <식스티 세컨즈>같은 블럭버스 터 뿐만 아니라 작년들어 <코요테 어글리> 등의 비교적 저예산의 영 화에서까지 이름을 빛내더니 이런 평범한 드라마에서 조차 힘을 발휘 한다. 보어즈 야킨이라는 감독이 엄연히 있긴 하지만, <리멤버 타이 탄>은 크레딧에 제리 브룩하이머의 이름이 담겨있기 때문에 신용이 간다.
<퍼펙트 스톰>에서처럼 'based on true story' -한국어로 간단히 '실 화'- 라는 말이 영화의 극적 효과를 조금 반감시킨다. <퍼펙트 스톰> 에서 조지 클루니 일행이 거센 파도를 헤치고 살아돌아오는게 헐리우 드 영화로서의 '바람직한' 엔딩이 아니었을까? 실화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던 것처럼 <리멤버 타이탄>도 결말까지의 과정이 너무 순조롭 게만 진행되어져 보여 아쉽다. 때론 사람들이 영화에서 '실화' 라는 말에 혹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엔 좀 더 재미있을 수 있었던 것을 실 화이기 때문에 놓쳐버린 느낌이다.
덴젤 워싱턴은 <허리케인 카터>에 이어 다시 한 번 인종차별에 관한 영화에 등장한다. <허리케인 카터>의 강인하고 날렵한 복서의 모습보 다는 덜 매력적이지만 동시대의 흑인 배우중 여전히 가장 지적으로 보이고 여전히 가장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을 만한 흑인 배우이다.
<리멈베 타이탄>이 미국 박스 오피스 1위(2000년 9월 마지막주)에 까 지 오를 수 있었던 건 제리 브룩하이머나 덴젤 워싱턴의 이름 보다도 스포츠(그것도 풋볼)와 인종차별에 관한 이야기가 매끄럽게 결합되어 있다는데 있다. 더구나 PG라는 무난한 등급도 한 몫 했고. 흑인을 차 별하는 장면이 많았을 지언정 'nigger' 정도의 흔한 욕조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아름다운 성장 드라마 임에도 지나치게 'fuck'을 남 발해서 R등급을 받았던 <빌리 엘리어트>와 대조적이다.
실제로는 더 심했을 거라 생각되는 그 시절의 인종차별이 너무 단순 하게 묘사되지는 않았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리플레이스먼트>같은 매 우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별 의미도 재미도 없는 스포츠 영 화에 비하면 이만큼 진지하고 재미있다는 건 분명 잘 만든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