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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향기]<푸른공간> 진해지지 못하고 흩어져버린 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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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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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b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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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26 오전 10:24: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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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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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더할 나위 없이 많은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또 무수한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낼 영원불멸의 소재. 지고지순이라는 말조차도 이제는 상당히 예스러워진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사랑 이야기는 조금은 빡빡해진 감성을 자극하는 묘한 구석이 있다. 말이야 쉽지만 10년의 사랑이 어디 말만큼이나 쉬울까. 그냥 10년의 사랑을 이야기해도 버거울 판에 이번엔 베스트셀러가 돼버린 소설속의 사랑이다. 이미 읽어버린 사람은 벌써 머리 속에 그려진 밑그림이 있을 터이고 읽지 못한 사람도 이름은 들어봤을 터이니 약간의 기대감은 있겠고. 그러나, 소설과 영화는 엄연히 다른 장르, 다른 작품인 것이 당연한 이치이니 원작의 무게가 어느 정도였다 하는 것은 개의치 말기로 하자.
우연한 만남에서의 운명적 이끌림, 받아들여지지 않는 마음, 주변인으로만 머물러 있는 시간들, 불의의 교통사고로 잃어버린 사랑하는 사람들, 세상을 향해 닫혀버린 마음,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사랑, 마침내 받아들여지는 한결같은 마음, 만만하지 않은 현실의 벽, 그에 굴하지 않는 두 사람의 진심, 행복하기만한 사랑의 보금자리, 뜻하지 않게 찾아온 불치의 병, 작은 온기가 느껴지는 새 생명, 떠나가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들..
소통하지 않는 사랑은 너무도 힘겹다. 그 힘겨운 시간들을 지나서 마침내 마주 보게 된 두 연인을 바라보는 것이 어찌 뿌듯하지 않을 수 있을까. 비록 그들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로 끝나지 못하더라도 어쨌든 그들은 원 없이 사랑하지 않았는가. 그렇지만 참으로 묘하게도 태초에 눈물을 머금도록 운명지어졌던 <국화꽃향기>는 내어뱉는 울음이 아니라 집어삼키는 눈물을 택했다. 그리고 절제라는 이름으로 반복되는 집어삼킴이 슬픔을 중화시켜 왠지 그들의 사랑이 지극히 통속적인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지나친 군더더기 없음은 디테일을 없애버리고 그들의 사랑에 동화되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어떤 사랑을 만나 어떻게 사랑하다 어떻게 헤어졌다고 슬피 우는 친구에겐 어깨를 토닥여 주지만, 누구랑 만나다 헤어졌다고 무덤덤하게 말하는 친구에겐 그랬어? 라고 한 번 되물어주게 밖에는 되지 않는 법이다. 나의 마음이, 사람들의 마음이, 영화의 감성보다 심하게 메말라서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넘쳐나는 눈물이 세련되지 못하다는 생각이 일종의 강박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 결과적으로 <국화꽃향기>는 넘치지는 않되 조금은 부족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국화꽃향기>가 거둔 최대의 소득은 배우 박해일의 발견이다. 이미 연극판에서는 그 실력을 인정받았고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멋진 신고식을 치뤘지만, 대중에게 온전한 주연으로 공개된 첫 번째 영화에서 박해일은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눈빛과 나지막한 목소리는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해준다. 채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모습이 오히려 풋사랑과 첫사랑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두 발을 걸치고 있는 인하의 모습을 잘 드러내준다. 두 사람의 사랑이 너무도 진실해 보였다면 그 반 이상이 박해일의 공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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