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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향기]슬픔의 절제와 사랑, 아름다운 자연과 영상 국화꽃 향기
nugu7942 2003-02-19 오후 4:04:34 1806   [3]
[국화꽃향기]슬픔의 절제와 사랑, 아름다운 자연과 영상

일곱가지 테마..'당신이기 때문에 사랑합니다'


이 리뷰는 줄거리의 대부분이 노출되어 '스포일러'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보시려는 분들의 주의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주

영화 <국화꽃향기>가 17일 오후 2시 종로의 서울극장에서 기자 시사회를 가졌다.

이정욱 감독은 시사회에 앞서 '이 영화의 좋은 점은 캐스팅에 공이 있다'며 주연 배우를 칭찬했다. 어느 멜로물 못지 않게 체중 감량과 바닷물 속에 빠지는 위험을 감수한 장진영은 풋풋한 대학생에서 성숙한 아픔을 추스르는 모정까지 연기의 변신을 시도한다.

<국화꽃향기>의 인터넷 홈페이지의 예고편과 달리, 인하(박해일)가 지하철에서 당당하고 활달한 모습의 희재(장진영)를 지켜 보면서 역 플랫폼 자판기 앞에서 스친 그녀의 향기에 운명같은 인하의 짝사랑이 시작된다.

마치, <엽기적인 그녀>에서의 만남이나 다른 멜로 영화처럼 우연히 마주치지만 우연이 반복되면서 필연이 되고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 통속적인 스토리의 시작이다.

  
#지하철 - 운명

'당신을 처음 만난 날, 불어오는 바람에 국화꽃 향기가 났습니다.
잔잔한 그 향기는 가슴에 깊이 남아 오래도록 나를 흔들었습니다.'

희재는 동아리의 회장으로 리더십을 갖추고 있고 매우 털털한 성격이다. 인하는 선배 경호(김유석)를 따라 동아리를 알게 되고 희재와 두번째로 마주친다. 헌책방을 모임장소로 하는 희재의 문학동아리는 오래된 청계천의 헌책방을 연상하듯 짙은 세월이 묻어 있다.

인하가 헌책방 다락 구석 한 쪽에서 책을 읽는 희재를 바라볼 때 흐르는 페리코모의 '산타루치아(Santa Lucia)'는 그가 가장 행복한 순간마다 흘러나온다. 희재의 장진영은 전작 <오버더레인보우>에 이어 보이시한 매력으로 동아리에 갓 들어온 인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밝은 톤의 경쾌한 'This Guys in love with you'는 대학시절 동아리에서 아름다운 시절을 나타내기에 적합한 선곡이었고, 장면 장면마다 흐르는 존 마크의 'Signal Hill', 그리고 '희재테마'는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 용초도 M.T - 첫키스

'서툰고백에 마음을 담아 당신의 입술을 훔치던 날
나는 첫키스와 함께 긴 이별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국화꽃향기> 원작 소설과 달리, 선배의 한지작업실이 있는 섬으로 MT를 떠나며 인하는 '약속을 소중히 하는' 희재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이 곳에서 단 둘이 방에 남겨졌을 때 숨겨왔던 사랑을 고백하며 희재의 입술을 훔치는데.. 이 약속은 이후의 사건들을 암시하게 되고 인하가 느낀 첫 키스는 의 추억은 오히려 긴 이별을 예고하는 것이었으니.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 걸음 쳐서 사라졌습니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처럼..


# 군대 - 그녀로부터 도피

'내 이름을 잊고, 내 기억을 버리고 세상과의 흔적을 하나씩 끊어도
마지막까지 지울 수 없는 한 가지는, 당신입니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마음은 운명입니다'

인하에게 있어 군대는 짝사랑을 아련히 간직하는, 희재에게 있어 불의의 사고는 세상과 결별하고 자아를 찾으려 몸부림치는 인고의 세월이다.

그녀가 경호와 결혼해 행복해 할 때 그는 진흙탕을 구르며 그녀를 해바라기 했고, 운명적으로 다시 희재와 만나게 되는데.. 그녀의 행복함이 싱그러워 더 초라해 보이던 인하. 사고로 일가족을 잃고 자신에게 그 무엇도 들여놓지 않으려는 그녀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그는 7년 여 동안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려 온다.


# 나무 - 프로포즈

'따사로운 햇살 가득한 봄날, 당신은 향기로 내 마음을 열었습니다.
작은 새싹처럼 자랐던 마음이 이젠 곧은 뿌리가 되어
내 가슴 깊이 남았습니다.
당신을 위해 잎을 틔우고, 당신을 위한 그늘을 만들어
오직 당신 곁에만 머물고 싶습니다.
아주 먼 길을 돌아 내 곁에 온 당신에게
따뜻한 봄 날 아지랑이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모짜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아다지오(Adagio)가 잔잔히 흐르는 인하가 담당하는 라디오 방송은 희재에게 사랑을 전하는 메신저이다. 사연을 보내는 북마커란 아이디가 인하란 걸 알고 희재도 마음의 문을 연다.

'왜 하필 나를 사랑하는 거야'라는 질문에 '당신이기 때문에 사랑합니다'라고 대답하며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모두 채워줄 수 있음을 얘기한다. 영화 속 정란(송선미)은 인하에게 운명은 우연을 통한 거라며 갇혀 지내는 희재와 인하를 이어주는 또 하나의 메신저이다.


# 아침 - 행복의 나날

'당신의 이마에 입 맟추고 까만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당신의 눈 속에 있는 내가 너무 좋아 자꾸자꾸 쳐다봅니다.
아침에 눈뜨는 것이 이렇게 기쁜 줄 처음 알았습니다.
당신과 함께한 그 날부터 나는 새로 태어난 아이가 되었습니다.'

인하가 자기 어머니에게 희재의 디자인한 책 표지 모음을 보여주면서 '원래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인데..다시 웃음을 되돌릴 수 있어요' 라며 인하가 자기 어머니에게 얘기하자 '할 수 있겠어?'하며 어머니의 결혼 승낙 후 둘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마치, 아침에 함께 눈뜨고 다시 태어난 아이가 된 듯 천진난만하게
따스한 햇볕아래 행복한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사랑은 저런거구나'
새삼 가슴깊이 느껴왔다. 이후에 준비될 수많은 슬픔과 눈물을 모른 채..

2003/02/18 오후 1:07
ⓒ 2003 OhmyNews


그녀가 남기고 간 향기..'당신은 나에게 세상을 주었습니다'


희재가 과거 대학 '글뿌리' 동아리 MT 때 사랑은 '누군가를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있을 때' 말하는 것이라면서 인하에게 어리석은 열정이라 했다. 하지만, 그녀 집 앞에 시간과 허기를 채워주는 요플레를 잔뜩 쌓아 놓고 기다리고 있던 인하에게 마음의 문을 연 것은 그가 자신의 필요를 채워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


# 이별 - 세상을 준 그녀

'눈을 감아 모든 빛이 사라져도
당신은 내 안에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빛이 사라지고
이 세상에 나 홀로 남아있다고 해도
이제는 슬프지 않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세상을 주었습니다.
아침의 기쁨을
지는 노을의 아름다움을
보름달보다 초생달이 더 큰 것을
기쁨보다 슬픔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라디오 방송은 인하의 사랑 고백을 극적으로 만들었듯이 희재의 암투병에 얽힌 사연도 '종이나라'라는 아이디로 인하에게 전달된다. 서로에게 아픔을 주지 않으며 다가서는 향기와 같은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메신저가 라디오.

요즘에 인터넷을 통해 화상채팅을 통해 즉석에서 만남을 갖는 것과 달리 사랑 고백이나 사연 소개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전하는 이들의 사랑은 지난 시절 라디오 방송에 사연을 보내 노래를 듣던 지난 시절의 향수를 자아낸다.

극적인 사랑은 그만큼 극적으로 끝난다고 했던가. 순간의 행복도 잠시 희재는 암 선고를 받고 자신과 아이 중에 살릴 수 있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여긴다.

장진영이 작가 김하인과 인터뷰에서 말 했듯, 소설 <국화꽃향기>의 명대사들을 인기 TV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차용해 영화에서 절제된 대사를 고르는 데 매우 신중했다고 한다.
 
소설 <국화꽃향기>에서 명대사라 할 수 있는 '내 삶은 목숨이지만 아이는 생명이다'라 하며 죽음을 선택한 그녀의 모습은 그녀가 남기고 떠나게 될 국화꽃향기와 함께 사랑하는 인하와 딸 재인에게 생명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인하 역시 정란을 통해 희재가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지만, 희재와 아이를 위해 철저히 모른 채 하며, 한 달간의 안식휴가로 둘 만의 공간 속에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희재의 고통의 극에 달하자 둘은 오열하는데, 원작과는 달리 희재는 인하의 응급처치를 거부하고 스스로 아기를 지킨다.


<국화꽃향기>와 같이 눈물을 자아냈던 영화 <선물>에서 시한부 삶의 여주인공은 사랑하는 남편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며 속 사랑을 한다. 삼류 개그맨 남편의 출세를 위해 노력하는가 하면, 남편 용기 역시 아픔을 함께 나누려 하지 않는 아내에게 짜증을 부리지만 죽어가는 아내 앞에서 사람들을 웃기며 울음을 터뜨린다.

 남편 용기의 눈물을 떠 올릴 때, 제작진들도 영화 촬영 도중에 가장 울음바다가 되었다고 전해지는 <국화꽃향기>의 '인하가 희재의 야윈 몸을 씻겨주는 장면'에서 마지막으로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고개를 숙인 채 희재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인하는 울음을 억지로 참는 듯 보여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영화 후반부에 희재는 사랑하는 사람을 남기고 떠나야 하는 슬픔을 간직한채 살아가는 성숙된 캐릭터로 인하와 아이를 남겨 둔 채 떠나야 하는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태어날 아기에게 남겨줄 한지 그림책을 만들며 암 세포가 주는 고통과 싸워 나간다.

눈물 흘리는 연기가 쉬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장진영은 출연 장면 가운데 절반 이상을 그녀 특유의 초롱초롱한 눈과 내면연기로 잘 해냈다.

이제 걸을 힘도 없는 희재는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인하와 녀녁 놀을 바라보는데, 이 장면은 대학 MT 때 섬으로 떠나오는 장면과 함께 아름자운 자연과 실루엣을 이루어 영화를 암시해 준다. 마치, 그녀 앞에 밀려드는 검은 죽음의 그림자를..

영화의 마무리를 담담히 그려낸다면, 원작 소설에서 희재와 인하가 잠시나마 둘 만의 공간에서 행복했던 장면이 생략된 것이 아쉽다. 희재의 눈을 감기고 걸어가 와인을 나누는 것보다 은행나무 아래서 인하와 휠체어를 탄 희재의 아름다운 자연을 영상에 다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사랑해 - 그녀의 흔적

사랑한다고 말할 시간이
많이 남은 줄 알았습니다.
너무 먼 길을 돌아온 우리에게
행복만이 가득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표현하기보다 아끼고,
멋적고 수줍은 마음에 그저 웃었습니다.

당신이 가고 난 후 깨달았습니다.
사랑해요, 고마워요, 보고 싶어요, 그립습니다.
마음속에 담은 말이 이렇게 많은데…

나무야 사랑해 하늘아 사랑해
당신과 내가 마음으로만 주고받던 말들
재인이는 큰소리로 세상에 말합니다.
엄마 사랑해, 아빠 사랑해


영화는 마치, 영화 <쉬리>나 <비밀>의 바닷가 장면처럼 검은 노을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아침의 기쁨을 선물한다. 떠가가야 할 희재는 매우 청명한 바다와 바람 그리고 흔들의자에 인하에 기대어 앉아 남겨둔 사람을 걱정하며 세상 그무엇보다 따스한 시간을 보낸다.

희재가 마지막으로 인하에게 '사랑해'라고 얘기하면서 딸 재인이는 '사랑해'라는 말을 많이 했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마지막 장면에 오버랩되어 딸 재인과 인하가 앉아 희재가 만들어 준 그림책을 보고 있다. '나무야 사랑해 하늘아 사랑해, 엄마 사랑해, 아빠 사랑해..'

박해일은 한석규의 음성을 닮았지만 보다 더 매력있는 감성으로 영화 홈페이지에서 방송을 통해 관객들에게 친숙하다. 영화에서 대부분의 나래이션이 그의 것이고 두 권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할 때, 가장 효과적인 연출이 아니었다 싶다. 기자시사회 초반에 이정욱 감독이 캐스팅에 공을 돌린 것처럼..

극 중에 제작된 한지 작업실은 둘의 최초 만남의 공간과 마지막 딸 재인의 그림책을 이어주는 공간, 또한 인하와 희재의 첫사랑, 마지막을 나누는 공간으로 매우 고전적인 향수를 느끼게 한다. 386세대에 향수를 불러일으킬 <국화꽃 향기>는 전체 관람가 등급으로 오는 2월 28일 개봉된다.


2003/02/21 오후 5:21
ⓒ 2003 OhmyNews
/정선기

www.ohmynews.co.kr '영화' 섹션 하단부에서 "전체 잉걸기사 목록"에서 제목 찾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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