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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z-bk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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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14 오후 5:48: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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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타 히데오, 꽤 낯 익은 이름이다. 영화 <링>으로 우리 머리 속에 단번에 심어진 공포영화의 대가. 헐리우드식의 놀래키기나 특수효과, 분장 등으로 과장되어 있는 괴물이나 유혈이 낭자하는 공포는 이 사람의 스타일이 아니다. <링>, <링2>에서 보여줬듯이 나카타 히데오 감독이 보여주는 공포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것들의 표면화이다. 끊임 없이 복제되는 비디오테이프, 내가 죽지 않으려면 다른 이에게 죽음을 옮겨야 하는 현실, 아무 생각 없이 들여다본 TV화면에서 기어 나오는 여자…… ( 그날 이후로 오랫동안, 네모난 모양을 하고있는 평평한 곳은 벽이든 창문이든 가리지 않고 ‘그녀’가 튀어나올 것 같은 공포를 줬었다.)
<검은 물밑에서> 역시 <링>의 공포, 즉 보는 이의 가슴을 싸늘하게 만들어 버리는 섬뜩한 심리 공포를 느끼게 해준다. 이번엔 비디오 대신 맞벌이 부모를 둔 ‘혼자 크는 아이’와 그 부모다. 그들의 쓸쓸함, 외로움이 어떻게 공포와 닿아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까. 엄마, 아빠 없이 혼자 보내는 시간 속의 아이, 자신을 챙겨주고 찾아 주는 사람이 없이 부유하는 영혼이 느낄 공포. 그런 아이를 잃게 될까봐, 한 시도 마음 편할 수 없는 엄마의 공포. 자신이 혼자 자란 아이였기에 자신의 딸이 느낄 외로움을 가늠하며 가슴 아파하는 어머니의 지극한 슬픔. 이런 것들이 축축한 장마철의 암울하고 낡은 아파트와 음습한 엘리베이터, 어두컴컴한 복도,인적 없는 옥상과 괴물처럼 버티고 있는 오래된 물탱크, 번져가는 천장의 검은 물 얼룩으로 점점 더 공포화 되어 간다.
카메라의 시선 뒤 어딘가, 혹은 자신의 옆 자리에 문득 뭔가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질 때의 그 섬뜩함. 바로 <검은 물밑에서>가 주는 공포의 진수였다. 게다가 ‘어머니와 딸 사이의 마음’이라는 절절한 감정까지. 운이 좋아 두 번을 보았는데, 볼수록 좋은 영화임에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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