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백인이다.그가 가장 사랑하는것은 랩과 그의 노래를 듣기 좋아하는 어린 여동생. 다시 말하면 그가 이 세상을 살면서 가지고 있는 유일한 것들이다. 그의 이름은 지미 스미스, 애칭(?)은 래빗(토끼) ... 그가 소유하고 싶지 않아도 가지고 있는 것은 그의 피부색을 물려준 천박하지만 아름다운 엄마(킴 베이싱어), 그리고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트레일러집.. 그는 언제나 헤드폰을 끼고 세상과 단절하면서 그만의 느낌으로 세상을 욕하고 동시에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한다. 영화는 맞짱이라는 랩대결을 하는 래빗(에미넴)이 겁먹은 눈을 가지고 야유속에서 그의 독설로 가득찬 입을 닫아버리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 나는 처음부터 그의 랩을 듣고 싶었는데..어찌나 아쉽던지..하지만 그의 공허한 눈빛은 그의시선들이 멈춘 곳을 응시한다. 거기에는 흑인들의 야유만 있는데.... 그는 수없이 연습했고 타일렀다. 왜 래빗은 세상에게 랩으로 욕하지 않았을까? 나라면 내가 할수 있는 모든 욕으로 세상을 증오했을텐데. 그러나 카메라는 그 해답을 준다.. 그는 랩퍼를 꿈꾸는 남자. 그는 백인. 랩은 흑인들의 전용물로 여겨지는 세계이고 그가 서 있는 냉혹한 무대는 흑인들의 무대. 그리고 그는 랩을 하려고 한다.그러나 그는 백인들의 세계도 속하지 못한 빈털털이. 또한 흑인도 될수 없는 남자..그런 그가 랩을 하려한다..이건 아이러니다. 그는 당연히 랩을 할수 없었던 것이다. 그가 사는 곳은 같은 흑인들마저 무시하는 8마일가. 에미넴과 커티스핸슨감독이 말하는 8마일은 대체 무엇일까?
나는 그가 백인과 흑인세계의 중간지점에서 어느쪽으로 아니 랩의 세계로 갈려구 발버둥치는 그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래빗은 철강공장에 다니면서 랩퍼로 성공해서 이 바닥을 떠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가난한 래빗은 그 맞짱대결이후로 자신의 정체성 아니 자기가 속한 세계를 응시한다. 하지만 카메라는 차창밖으로 무심한 세상의 조형물들만 보여준다. 그때부터 나는 래빗과 나를 겹쳐서 보기 시작했다. 영화 [8마일]의 장점이 거기서 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관객과 영화의 래빗을 동일화 시키는 것이다. 따스하지도 않고 너무나 건조하게 나를 영화에 끌어들인다. 래빗은 말한다 "꿈은 높은데 내가 속한 세계는 시궁창" .. 그랬구나 . 나는 지금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이었구나. 나는 이 세상을 이길수 없구나!..그렇다고 이대로 무너지는게 나의 진모습인가? 나는 슬펐다. 그의 건조한 시선이 그가 원해서 가지게 된게 아니므로... 감독 커디스핸슨은 LA컨피덴셜의 감독으로 우리에게 유명한 감독이다. 그의 전작이 그랬듯이 영화 8마일에서도 그는 우리가 그리워하는 꿈과 세상의 따듯함을 항상 건조하게 표현해서 역설적으로 그것들을 포기하지 말라구 말한다. 그는 한 여자를 만난다..그리고 어느 낡은 집을 불태우면서 낡은 사진을 발견한다. 한 흑인가족의 사진을 보면서 그는 여자에게 어렸을때는 저런집에서 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가 꿈꾸고 있었던 것은 친구들의 꿈처럼 음반을 내서 좋은차와 여자들을 거느리는게 아니라 그저 아담한 집에서 따뜻함이 베어있는 자기가 속할 수 있는 자그만한 세계를 원했던 것이다. 그 작은 꿈이 바로 8마일이었던 것이다. 누구나 무시하고 차창밖으로 이런세계도 있었구나 하면서 신기해하는 이방인들이 낮설어하는 그 8마일가가 그가 유일하게 속하고 싶었던 세상의 따뜻함이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8마일은 그의 꿈이 시작되고 이루어져야 할 공간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는 랩을 하기시작한다. 흑인들 앞에서 싸구려 점심을 먹으면서 그렇게 그는 용기를 내서 세상을 욕한다. 그의 어리버리한 친구가 자신의 다리에 총으로 구멍을 내고 아퍼할때 그는 그 친구를 랩퍼로 만들어주고 자신의 속한 세계가 시궁창이어도 용기를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남자이다. 영화 8마일은 한 백인남자가 랩퍼로써 성공하는 영화가 아니라 인생의 용기를 말하는 영화이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만약에 성공을 그리는 영화였다면 나는 에미넴의 명성에 힘입어 그저 그런 헐리우드식 인생얘기쯤으로 여겼을텐데 영화는 나의 편견을 깨부시면서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나는 나 자신에게 용기를 주는 꿈을 가진 사람인가? 내가 왜 가진게 없다고 원망만 했을까? 나는 내 스스로 나를 이 세상에서 단절시켰던 것이다. 아마 이 영화를 보신분들이라면 래빗(에미넴의)의 모습에서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발견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자, 그럼 그가 랩을 시작했으니 우리는 그의 달라질 인생을 따라 가기만하면된다. 헉.! 그런 기대 감으로 영화를 보던 나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 없는 차가운 세상을 보고 절망을 느꼈다. 래빗으 8마일가에서 오늘도 똥차를 끌고 공장으로 출근하고 그의 여자는 자신의 친구와 놀아난다. 그리고 엄마의 젊은 애인은 그들을 떠나고 그는 그나마 잠이라도 재워주던 트레일러집에서도 쫒겨날 신세가 된다. 그리고 라이벌패들로 부터 동생앞에서 두들겨 맞고 그의 음반 내려는 꿈도 그와 동시에 무너진다. 그러나 그는 오늘도 공장으로 출근하면서 야근까지 하려 한다(?). 래빗은 꿈을 버리지도 않는다. 우리가 용기를 내서 한발짝 나와도 세상은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무너질 시궁창 인생도 아닌것이다. 만약에 무너지는 시궁창 인생이었다면 이 세상을 등져라. 래빗은 그렇게 랩을 할 뿐이다. 너무나 내혹한 세상은 그를 버리지만 그는 랩이라는 것을 통해 언제나 자신을 일으킨다. 세상은 참 잔혹하다. 저런 환경에 있는 래빗을 끝까지 억누르면서도 그에게 천부적인 재능까지 주는 이 세상의 이중성이 나를 슬프게 한다. 그리고 반대로 꿈을 꾸게 만들어주는 이 엿같은 세상를 감사하게 생각해 버리도록 만들어 주니 말이다. 감독은 그 이중성의 정곡을 영화에 완벽하게 표현함으로써 극의 작품도를 높이면서 래빗의 욕설로 가득찬랩을 경청하게 만든다.
래빗은 달라질꺼 없는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머물지도 않는 인물이다. 마지막에 그가 다시 랩맞짱대결에 나와서 그 흑인들의 무대에서 랩을 하기시작한다. 그는 독설을 뿜어댄다. 그의 눈빛에 증오는 없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랩은 오로지 욕이다. 자신의 백인이고 트레일러 집에서 산다면서 그러니 욕해볼테면 해봐 하면서 흑인들의 사회에 정면대결한다. 결국 거기서 그는 이겼지만(그 흑인들의 사회의 일원이 되었다고 봐도 무방할것 같음), 거기서 유출되는 성공이라는 일생의 기회를 그냥 흘려보낸다. 아~ 왜 안잡는거야?.. 나는 래빗이라는 인물을 너무나 사랑하게 되어서 맘이 답답했다. 그러나 그는 축처진 어깨를 보이면서 오늘도 8마일가 트레일러집으로 향한다. 일생에 단한번뿐인 기회를 스스로 놓쳤던 것일까? 우리는 그런 기회가 오면 무조건 잡으라는 식의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이다. 분명 래빗도 그럴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그걸 그냥 흘려보내는 엔딩을 준비했다. 너무나 의안한 결말이지만 우리는 래빗이 어마어마한 성공을 꿈꾸고 랩을 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다면 그 결말에 이해가 빨리 될 듯하다. 래빗은 그녀의 여자친구처럼 아니면 친구들처럼 성공해서 8마일가를 떠나는 것이 소원이었던 사람이 아니다. 그의 꿈이 8마일가에서 이루어져야 된다는 것을 이해하는 분이라면 그런 결말은 당연한듯하다. 오늘도 친구는 그에게 말한다 "래빗 좋은 꿈꿔" ...... 그는 오늘도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꿈을 꿀 것이다. 아직 내 처지는 시궁창같지만 그렇다고 시궁창속에 있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까지 시궁창이 아니듯이 일생의 한번 올까말까하는 기회를 그는 놓친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자신이 찾으러 가는 것이다. 그래 기회는 그냥 오지 않는다 .. 그냥 온 기회는 분명 쉽게 무너질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천천히 집요하게 찾아가서 잡는다면 그 기회는 분명 성공이라는 것을 안겨 줄것이다. 감독은 그걸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그런 엿 같은 인생이지만 꿈꾸고 도전하고 아퍼할 자격이 있는 인물로 그려 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영화 8마일이 기존의 인생영화와 다른 점을 얘기해보고싶다.. 기존의 허리우드 영화는 정말 이런표현마저 상투적이지만 영화속 흑인들의 존재는 언제나 나쁜 이미지로 대부분 그려졌다. 마약, 살인 하다 못해 가장먼저 죽는 인물이 흑인이었고 ... 그나마 나은게 약방의 감초식으로 영화의 재미만을 위한 재치꾼 흑인들로 가득 채워졌다. 언제나 허리우드 영화에는 그들은 이방인처럼 그려졌고 흑인이 주인공을 나온 영화는 백인이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의 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언제나 빈민가는 흑인들만이 사는 곳으로 그려졌고.. 우리가 흑인한테 가지는 편견은 이런 영화들에서 나온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 8마일은 백인의 사회에 있는 흑인을 그린 영화가 아니라 흑인의사회에 있는 백인을 그린점이 신선했다.. 그렇다고 영화가 인종주의쪽 영화로 봐서는 안될것이다.. 래빗은 친구 퓨처에게 나는 너희들처럼 흑인이 아니어서 랩을 무대에서 하기가 두렵다고 말하는 씬이 있다. 백인우월주의 영화가 많은 시점에서 볼때면 참 당황스러운 대화이기도 하다. 결국 래빗은 어느쪽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이다. 그런 그가 8마일가에 살면서 흑인들의 랩을하고 그들의 세계에 완전 소속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런 시궁창같은 세계에도 속하지 못한 래빗은 인종주의를 넘어선 상당히 상징적인 인물일 것이다. 이 사회는 누구든 어떤식으로든 살게는 하지만 진정하게 자신의 일원으로 포용하는 것은 정해져 있는 소수인들만 있는 모순덩어리이기 때문에.. 아마 우리도 어느 쪽에서도 소속되어있지 않은 이방인이고 자신의 꿈을 버리고 멈추고 있는건 아닌지... 영화속 래빗과 감독은 그렇게 관객에게 반문을 한다.
대스타 에미넴이 나오는 영화 8마일은 그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호기심들로 꽉찬영화 일 것이다. 그러나 영화속 에미넴은 없다..그의 독설과 오만방자함도 없다.. 오로지 타인의 자리로 있는 지미 스미스, 래빗만이 우리에게 건조한 눈빛으로 너희들은 나처럼 꿈(희망)을 꾸고 있니? 하면서 랩을 할뿐이다.. 8마일은 신나는(?), 아니 삶에 대한 진지한 욕설이 랩으로 아주 멋지게 나오는 영화이다... 8마일은 우리가 넘어서야 할 꿈의 근원이고 우리시대의 젊음이들의 고뇌와 인생의 의미를 그리는 진지한 삶에 대한 물음표 영화이기도 하다. 나 자신도 나를 뒤돌아 보면서 시사회장을 나왔다..어두운 골목속으로 묻혀지는 래빗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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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마일(2002, 8 Mile)
제작사 : Imagine Entertainment / 배급사 : UIP 코리아
수입사 : UPI 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