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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걸>[클래식] 클래식한 사랑, 그 따뜻함에 대하여.. 클래식
mvgirl 2003-01-27 오후 5:14:37 916   [3]
2001년 <엽기적인 그녀>로 흥행 대박을 날린 곽재용 감독, 그는 청춘 남녀의 좌충우돌 엽 기 해프닝과 상상 그리고 그 속에 어우러진 풋풋한 청춘 남녀의 순수한 사랑이야기로 우리 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해 주었던 작품을 만들었던 감독이다. 영화는 전지현, 차태 현 등의 신세대 청춘 스타의 엽기스런 코믹 해프닝을 주무기로 흥행몰이를 한 영화였지만 정작 이 영화는 엽기녀와 순수남 견우의 순수하고 예쁜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 되었던 아름다운 영화였다.(물론 그들의 엽기적 해프닝이 없었더라면 그들의 사랑은 조금은 진부하고 고루한 사랑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아름다운 청춘 남녀의 순수하고 예쁜 그러나 가슴 아픈 사랑을 고집스럽게 그려오던 곽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엽기적인 그녀>는 21 세기라는 시대적 감성에 맞는 도발적인 청춘들의 엽기적 상상과 웃음 그리고 그만의 감성적 사랑을 교묘하게 접합시킨 이 작품은 그의 작품성향에서는 조금 벗어난 듯한 인상을 주기는 하였지만 그만이 할 수 있는 순수 멜로라는 장르로 신세대 관객들에게 어필 하며 곽재용 감독은 멋지게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 곽재용 감독이 영화 <클래식>으로 그 본연의 감성으로 돌아와 아련한 첫사랑의 순수 를 이야기 한다. 젊은 시절 한번쯤 꿈꿔보았을 가슴 아픈 첫사랑을 이야기 한다.
곽재용 감독의 데뷔작 <비오는 날의 수채화>에서 보여주었던 한 폭의 그림 같이 청명한 자연풍경 아우러진 투명하고 유려한 영상이나 그 풍경만큼이나 깨끗하고 순수한 아름다운 청춘 남녀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랑이야기 그리고 아름다운 영상과 애절한 이야 기에 걸맞게 사용된 음악에 이르기까지 영화 <클래식>은 그가 데뷔작에서 보여 주었던 순수한 감성과 느낌으로 30년 전쯤 어머니와 아버지의 세대에서 있었을 법한 수줍고 애틋 한 청춘들의 고풍스러운 순수 사랑을 신세대에게 전한다. 그리고 그때의 순수한 감성과 사 랑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신세대들의 가슴에도 그런 마음이 존재하고 있음을 이야기 한다.
영화 <클래식>은 이룰 수 없어서 더욱 안타까운 운명적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 첫 사랑의 완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89년 감독 데뷔 이후 14년 동안(물론 그 중 절반이상은 휴식 기였지만) 줄기차게 집착(또는 고집)했었던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예쁘고 순 수한 그렇지만 조금은 비극적이고 운명적 느낌의 사랑을 이야기 한다. (마치 감독이 청소년 기에 여학생들이 즐겨 읽는 로맨스 소설이나 기타 순정만화에 심취할 만큼 여린 감성의 소 유자여서 그런 이야기들을 즐겨 읽는 사춘기 소녀들의 마음이 설레였던 것처럼 그 역시 그 네들처럼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안타까워하고 그런 사랑을 상상한 사람처럼 그때의 그 감 성을 정확하게 느끼고 사춘기때의 그 느낌을 제대로 표현한다는 느낌이다. 그가 남성인데도 말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이야기가 너무 운명적이고 고전적(?)이어서 때로는 신파적 진부함 으로 다가올 때 수도 있을 법하지만 아름다운 첫 사랑의 순수하고도 설레이는 감성을 섬세 하고 깔끔하게 포장하는 그의 연출 솜씨는 그 내용이 비록 신파일지라도 신세대의 감성을 동화시키기에 충분하고 여지껏 보여주었던 어떤 영화들보다 아름답고 애절한 예쁜 영화로 완성되곤 한다.

영화 <클래식>이 보여주는 내용은 특색 있지도 새롭지도 않다. 오히려 진부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통속적이다.
30년전 어머니의 첫사랑과 지금에 나의 첫사랑과의 병치가 되는 상황이나 각각의 상황의 교묘한 교차, 운명적 사랑의 유전이라는 발상은 기존 멜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 설정이나 포맷이며 편지나 일기를 통해 밝혀지는 어머니대의 사랑이나 회상전개 등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진부한 구성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영화들이 가지지 못한 60, 70년대를 아우르는 시대가 주는 복고적 인, 한국적인 정서(또는 감성)가 존재한다. 그때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왠지 모를 애절 함, 아련함, 안타까움 같은 것과 순수한 사랑에 대한 동경을 하곤 하는 사춘기 시절의 순수 정서와 맞물리며 이 영화의 전체를 관통하는 지배정서를 형성하며 신세대 구세대를 아우르 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다. 따라서 영화는 구시대적인 발상과 통속적 내용에 진부한 구성 때문에 식상해야 마땅하여야 할 텐데 관객은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으며 주인공과 동화되어 눈물을 흘리고 점점 극에 깊게 몰입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마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감독의 청소년기의 순수감성을 고스란히 반영한 듯한 소설 ‘소나기’의 이미지는 곽 감독이 연출한 모든 영화에 지배적 이미지(순수, 사랑)로 존재하고 영화 <클래식> 속에선 60년대 주인공 들의 클래식한 만남과 사랑에 대한 순수 사랑에 대한 구체적인 응용으로 사용되어 곽 감독이 데뷔작부터 고집스럽게 집착하고 있는 첫 사랑의 순수를 대변 한다. 따라서 그가 극중에서 보여주는 소설 ‘소나기’의 이미지 순수한 10대 시절의 소나기처럼 갑자기 왔다간 사랑을 의미하고 그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사용된 ‘비’의 의미는 그 사랑이 계속해서 그들의 마음속에 촉촉히 스며들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비’와 함께 전해지는 순수하고도 깨끗한 사랑느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그런 그가 느꼈을 것 같은 오래 전 감성들을 지금의 신세대들에게도 꼭 전해주겠다고 꼭 느끼게 해 주겠다고 작정을 한 듯 감독은 데뷔작 이었던 <비오는 날의 수채화>에서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사 랑을 부르는 ‘비’의 이미지를 부르짖는다.
영화 <클래식>에선 감독이 고집하는 ‘비’의 이미지가 보다 효과적으로 보다 인상적으로 사용되면서 ‘비’에 대한 본래의 촉촉하고 깨끗한 이미지가 사랑으로 승화됨을 느낀다.
영화 <클래식>속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인 고교생의 주희와 준하가 소나기를 피해 논길을 지나가는 장면, 원두막에서 조심스러운 사랑을 느끼는 장면, 태수와 준하에 대한 갈등으로 주희가 망설여할 때 그들의 사랑을 확인 시켜주는 주희 집 앞 골목길 장면(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등에서 ‘비’는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가장 효과적 매개체로 등장한다. 또한 현 재의 지혜와 상민의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비의 이미지는 상민과 지혜가 상민의 자켓을 머리 에 두르고 도서관까지 뛰어가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로맨틱한 장면(영화 속에서 가장 예쁜 장면)이나 상민의 마음을 안 지혜가 기쁨에 찬 얼굴로 우산을 손에 쥐고서 줄기차게 내리는 비를 맞는 장면은 영화 속에서 굉장히 인상적으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영화 속에는 ‘비’ 이외에도 여러가지 소품들이 등장하여 준하와 주희의 또는 상민과 지혜의 로맨틱한 혹은 운명적 사랑을 이야기한다.
작지만 빛나는 ‘반딧불’
주희와 준하의 사랑을 확인하고 그들의 사랑의 연결을 상징하는 ‘반딧불’은 작고 소중한 사랑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반딧불처럼 미약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앞날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조그마한 반딧불은 지혜와 상민의 대에 이르러서는 주희와 준하의 못다한 사랑이 지혜와 상민에 이르러 완성이 되는 사랑의 완성을 의미하는 상징적 도구로 사용된다. 또한 주희와 준하, 지혜와 상민이 반딧불을 잡았던 개울의 과거의 나무 다리와 현대의 시멘트 다리가 교묘히 교차되며 그들의 사랑이 운명을 그들의 사랑이 필연을 확인시켜준다.
주희의 사랑의 징표 ‘목걸이’
주희가 고마움과 사랑의 표시로 준하에게 건네주는 ‘목걸이’는 현대의 상민이 지혜에게 건 네주는 목걸이와 교차되며 그들의 필연적이고도 운명적 사랑을 이야기한다.
준하의 사랑의 표현 ‘가로등’
준하가 자신의 존재의 표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희집 앞 골목길의 가로등은 그들의 사이에 놓여진 현실 속에도 굴하지 않는 준하의 애절하고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이며 그의 사랑이 가장 확실히 빛나는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복고적인 이미지, 숲 속의 고가, 채변봉투, 아침조회, 연애편지 등 영화 전 후반을 아우르며 보여지는 소품들은 그들의 고풍스러운 사랑을 느끼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며 영화를 보는 맛을 느끼게 한다.

이 영화에 등장한 소품이나 유려한 영상만큼 이 영화를 아름답게 하는 건 이 영화 속에서 아주 적절하게 삽입된 여러곡의 음악을 들 수 있겠다.
한 폭의 수체화 같이 투명한 영상만큼 위로 아름답게 흐르는 영화의 메인 테마, 주희와 준 하, 지혜와 상민의 사랑을 피부로 느끼게 해 주는 자전거 탄 풍경의 노래, 주희와 준하의 안타까운 사랑을 이야기할 때 흐르는 김광석의 노래 등 메인 테마를 제외한 다른 곡들은 이 미 기성곡으로 이미 대중에게 알려진 음악임에도 영화의 내용과 감성에 잘 어우러져 사랑을 모르던 사람에게 불현듯 사랑이 찾아오듯 이 곡에 그 다지 느낌이 없었던 사람에게 새로운 사랑이 온 것 같은 느낌으로 영화의 분위기에 맞게 너무도 멋진 조화를 이루며 줄거리를, 영상을, 음악을 빛나게 하는 훌륭한 하모니를 보여준다.

모든 것이 아름답기만 한 영화 <클래식>, 하지만 이 영화의 모든 내용이 아주 흡족한 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주변인물들 즉, 준하와 주희의 사랑에 결정적인 도움이 때론 방해가 되기도 하는 태수의 캐릭터의 표현이 미미하고 지혜와 상민의 사랑에 결정적 방해꾼으로 등장하는 수경 의 캐릭터 또한 모호하다. 준하와 주희의 사랑을 알고 친구를 위해 사랑을 양보할 줄 아는 멋진 친구 태수이지만 그의 엄한 집안이나 그 자신이 느끼고 있는 지혜에 대한 감정 그리고 준하에 대한 감정이 영화 속에 그다지 잘 표출되어 있지도 않고 중반 이후 시도되는 집안의 강박에 대한 그의 반항(?)이 갑작스럽고 의외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연애편지의 대필로 인해 서로의 사랑에 접근하게 된다는 설정에 의한 준하의 대필이나 지혜 의 대필에 대한 설정은 과거의 사랑과 현재의 사랑이 닮아있음을 표현하기 위한 구태의연한 방식처럼 보여지며 준하가 시골에서 첫사랑의 감정을 느꼈던 태수의 약혼녀가 주희라는 것 도 약간은 작위적인 냄새가 나는 부분이다.
수경에 대한 지혜의 맹목적인 선한 이미지나 지혜에 대한 수경의 얌체 같은 이미지는 그들 이 과연 친한 친구인가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또한 상민은 과연 수경과 사귀고 있었던 것 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상민을 짝사랑하는 친한 후배 정도로 생각하기엔 수경의 태도가 너무 당돌하고 그 당돌함에 제제를 가하지 않는 상민의 태도가 답답하다. 상민의 지혜에 대 한 사랑을 고백한 후 갑작스럽게 수경의 존재가 그의 곁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도 납득이 가질 않는다.
주희와 준하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이유가 그들의 아버지 세대가 가지는 신분의 차 이라는 것이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생각을 하게하며 태수와 주희 사이에 벌어진 정략적 약혼 대한 구체적 설명이 없음이 아쉽다.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집안간의 정략적 혼인이 일반적인 것은 이해하겠으나 그들간의 개인 적인 왕래가 없이 준하의 등장과 더불어 태수, 준하 그리고 주희의 삼각관계가 형성되는 것도 조금은 작위적으로 보여지고 태수의 존재로 차례로 주희와 준하가 고민하는 상황이 발 생하여 종국엔 사랑하는 그들이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결론이 납득하기 어렵다.
굳이 그렇게 복잡하게 꼬이지 않아도 될 것도 같은 데 주인공들은 늘 너무 착해서, 너무 친 구를 배려해서 자신은 고통받는 상황에 빠지고 헤어져서 아파해야 한다는 설정 자체가 답답 하다. (물론 이런 설정 때문에 관객은 더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되겠지만…)
 
몇 가지 줄거리상의 작위적인 부분을 제외한다면 영화 <클래식>은 곽재용 감독의 장기인 아름다운 순수 감성이 잘 표현된 꽤 괜찮은 순정 멜로영화이다.
영화의 타이틀 롤을 맡은 ‘준하’역의 조승우나 ‘주희’와 ‘지혜’를 동시에 연기하는 손예진은 마치 예전에 유행했던 순정 만화 속에서 방금 튀어 나온 남녀 주인공인 것처럼 예쁘고, 애 절하고 고전적이며 또한 사랑스럽다. 특히 ‘준하’ 역의 조승우는 60년대 교복이 너무 잘 어울리는 순정만화 속의 진실한 남자주인공의 이미지의 그것을 모두 갖춘 순수하고 깨끗한 10대의 감성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준하’의 모습에 가장 적역인 주연으로 영화 속에서 멋 진 빛을 발한다.
그림 같이 예쁜 배우들의 아름답고 수수한 사랑이야기, 그것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배경과 음악, 영화는 각박한 현실을 잊을 수 있는 따뜻했던 그 시절의 순수를 보여주려는 듯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파스텔의 은은하고 수수한 색조처럼 풋풋하게 그러나 로맨틱하게 다가온다. 오래 전 잃어버렸던 첫사랑에 대한 막연한 상상이나 과거 아프게 이별을 나누었던 나의 첫사랑의 기억을 한번쯤 다시 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따뜻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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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2003, The Clas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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