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는 한석규라 멀리 떨어져 있던 연인을 만나는 들뜬 기분으로 시사회장으로 향했습니다. 옆에는 나의 연인이 있었지요. 그를 옆에 두고 딴남자를 생각하다니... 시사회를 많이 다니지는 않았지만 다른 시사회장과는 달리 분위기가 진지하더군요. 이유는 영화를 보면서 알았습니다. 영화가 영화관 분위기를 대변한다는걸요. 아주 진지한 영화였습니다. 화려한 액션으로 오버하지 않는 인간적인 소박한 간첩을 만났습니다. 실내야구장 장면과 세차하다 물싸움하는 장면을 생각하면 지금도 미소가 지어집니다. 한석규의 표정은 꼭 보셔야 할 거에요. 80년대 분위기도 간첩 임병호의 모습과 잘 어울려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를 잘 자아냅니다. 엔딩부분은 미리 얘기하면 재미없기에 자제하겠지만 제일 좋았습니다. 비닐봉지에 싸여 바람에 슬쩍 보이는 샌들과 고소영의 발은 어느 러브씬 보다도 인상적입니다. 그들은 정말 그런 사랑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그런 사랑을 해보고 싶네요. 한석규가 아닌 제 옆에 있는 이 남자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