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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목]어떻게 하면 같이 살아나갈수 있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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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간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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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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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21 오후 3:29: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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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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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간첩은 2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마저 부족하게 느껴질만큼의, 방대한 이야기를 놀라운 실력(시나리오의 멋진 완승!)으로 압축해놓은 역사비극이다. (방대한 비극이라는 의미는, 고통의 무게를 의미한다. 우리가 상상한 그것보다 그 깊이는, 훨씬 깊었다. 또한, 이것은 역사비극에서 출발하여 동시대비극에까지 안착한다.)
<쉬리><공동경비구역JSA> 두편의 영화와 완전히 다른 (반대편의 출발선상.)포멧으로 출발하고 있는 이중간첩의 가장 큰 장점은, 주인공 임병호를 따라다니며 옮겨다닌 시간상 경과과정과 역사를 반추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풀어나가고 있는 시나리오의 완성도다. 이야기는 결코 간단한 소일거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참으로 이상하리 만치, 이야기를 둑이나 계곡에 빠뜨리지 않고, 흔들림 없이 그러나 격정적으로 결말까지 운반해낸다. 이중간첩의 시나리오는, 지난해 만들어진 공공의적의 시나리오와 가히 견줄만한 높은 완성도와 울림을 지니고 있다.(두작품 모두, 그 뿌리는 쿠앤필름의 구본한 대표이다.) 시나리오의 완성도는 바로 작품의 완성도와 이어진다. 위에서 언급했던것처럼 이중간첩은 주인공 임병호(한석규)의 귀순과정 그리고 귀순이후의 동선구조를 따라다니며 한 개인의 자조적 혼란의 급물결에 몸을 싣고 움직인다는 면에서, 영화 <쉬리><공동경비구역JSA>와 완전히 다른 출발선상에서 시작하고 마무리된다. 남북한 분단현실을 그린 비극의 드라마라는 면에서는 합일점을 찾을 수 있겠으나, 개인이 국가에 귀속되는 순간 국가는 개인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거부하고 있다는 시점은 이중간첩을 돋보이게 하는 특별한 시각이다. 임병호가 남한에 귀속되어 적응하고 또 다른 위장신분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과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영화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이야기 플롯으로 그를 치밀하게 따라붙는 국가적시선을 교묘히 드러낸다. (치밀한 이야기 구조.) 안기부간부 백승철(천호진)은 임병호보다도 더욱 치밀하게 자신을 위장하며 임병호 곁에 존재하고 그를 시종일관 장악하는데, 이러한 이중적 구조는 이중간첩의 제목이 주는 모호한 뉘앙스를 실제적으로 형상화시켜낸다. 임병호가 남한내에서 움직이는 동선구조는 상당한 의미를 지니는데 그가 만나게 되는 유일한 외부 존재 윤수미(고소영)와(이것역시 이중적이다. 임병호가 존재하는 모든공간은 안기부내에서 이루어지는데, 그가 유일하게 움직이는 외부적 공간은 교회와 윤수미의 집이며 그 두곳에 모두 윤수미가 존재한다. 그런데 윤수미는 외부인이 아니라 임병호와 같은 조국에 충성해야 할 목적이 같은 내부인이다.)의 만남 그리고 둘의 로맨스가 전제된 계략적 관계 역시 빈틈없이 진행되어 진다. 영화가 의도한 두사람의 로맨스가 주체적으로 영화를 이끌지 않아도 스토리는 충분할만큼의 극적설정으로 두사람을 한공간에 밀어넣는다. 결국 두사람을 한공간에 밀어넣은 것은 그들 스스로의 선택으로 보이지만, 결국 그힘의 원천은 국가라는 체제의 존재라는 역설적인뉘앙스는 역시, 우리에게 시사하는바가 크다.
임병호와 윤수미의 최종선택은 그들의 행복을 위한 해피엔딩을 의미하지 않는다는데 이중간첩의 또 다른 백미는 다시한번 분출된다. 선택은 두가지입장의 주인공에 의해 늘 취해진다. 선택되어지는 자와 선택하는 자. 임병호와 윤수미의 최종적 동선구조의 결과는 두 사람의 자주적인 선택으로 보여지지만, 결국 그들이 존재하고 있는 매우 이상한 공간(이공간은 너무나 평화로워 보이지만 너무나 낯설다. 마치 판타지 공간을 보는 듯 혹은 꿈을꾸는 듯 그렇게 이질적이다.)의 존재의미는 결국 수동이 아니라 "피동"이다. 결국 영화는 해피엔딩의 결과를 향해 발빠르게 움직이지만 우리가 느끼는 영화의 결말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최종 도착지에서 보여지는 두사람의 생활적인 설정의 의미.) 이중간첩은 한정된 공간과 국가를 넘어선 외부적인 공간을 넘나드는 임병호의 동선구조를 따라붙으며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와 / 공간을 넘어선 이야기 두가지 스토리라인을 동시에 끌어가는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주인공의 감정에 완전히 몰입해버리기도 전에 주인공이 겪을 혼란에 대한 엄청난 압박감과 고통을 관객이 미리 예견하기 때문에 관객은 두가지 시선 모두에 개입하게 되는 이상한(?)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성공적인 결과라고 보여진다. 이중간첩이라는 영화에 두손두발을 모두 들어 열렬한 격찬을 보내줄 관객들은 임병호와 임병호가 아닌(두가지 형태의 인물구조) 그들 모두의 감정에 충실히 개입된 관객일 것이다. 영화는 우리모두가 함께 지나온 그곳의 케묵은 이야기를 꺼내 과거를 반추하고 경각심을 일깨우자는 계몽적 의도는 애초부터 없어 보인다. 결국 이중간첩의 최종의도는 겉으로 드러나는 이데올로기를 겨냥한 논쟁의 터울이 아닌 함께 살아가 보자고 외치는 민족주의적 성향의 논조를 띄고 있어 나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해주었다. 모두가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여 같은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의 의도인지를 캐묻고 탓하기 전에, 현 분단의 현실에서 적어도 임병호가 취한 비극적 선택을 누군가에게도 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중간첩이 취한 마지막 선택으로 보여진다. 이중간첩은 이중적인 이야기 구조와 모든 인물들의 이중적인 태도 혹은 위장을 진지하게 끌어내면서도 인간의 깊은 심연의 고통을 놓치지 않는 사려깊음을 유감없이 드러내보였다. 또한, 그 진지함과 사려깊음이 결코 지루함과 연결되지 않는다는데서 다시한번 나는 이영화를 주목한다. 지루함이 주는 느슨함은 이야기의 허술함과 캐릭터의 정체성을 의미하는데, 영화속 이야기는 베틀의 날실들처럼 촘촘하게 엮어 있어서 정신을 놓게 되는 한순간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을뿐더러, 임병호의 캐릭터는 물론이거니와 그를 둘러싼 윤수미, 백승철, 송경식(송재호)등의 모든 캐릭터들은 모서리와 모서리를 연결해줄 때 반드시 필요한 제자리에 위치해야할 나사처럼 그 자리를 알차게 메꾸고 있어 지나친 칭찬이 불가피하기에 이중간첩을 나는 다시한번 되돌아 보게 된다.
"이순간부터는 지금까지와는 다른이유로 살수 있을꺼라 생각합니다" 라고 되뇌이는 임병호의 결심과 의지마저도 불운하게 느껴지는 순간의 슬픔은. 여전히 나로 하여금 눈물을 쏟게 만든다.
4년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한석규의 연기는 나를 울게 한 가장 큰 원인중의 하나이며 그를 어찌하여 신뢰할 수밖에 없는가? 에 대한 확실한 증거다. 겉으로보기에도 쉽지 않은 혼란의 순간을 겪어내는 고통스런 인간의 모습을 배우가 표현해낼 수 있는 그이상의 순간까지 그는 창조해냈다.(로만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 그속의 에드리안브로디의 그늘진 콧등이 생각나는 순간.) 그는 고민했으며 준비해왔다. 임병호가 결정 내리지 못하는 순간의 갈등을 배우 한석규 자신이 얼마나 오랜기간 스스로 해왔을것인가에 대한 예상이 이어진다. 이토록 준비된 배우를 만나게 되는 순간 우리는 얼마나 행복해지는가! 이야기 전체의 흐름모두가 임병호에게 주목되어져 있어 마치 한석규 그만이 존재하고 있는 주변이 일순간 황폐해져가는 이야기를 탄생시켜내고 있진 않은것인가? 에 대한 우려는 당연히 무의미해진다. 타인들과 평균적으로 섞여내어져가며 인간 임병호의 고통을 관객에게 200%전달해내는 힘은 보통의 배우들이 가진 힘과는 비교되어질 수밖에 없는 한석규의 매력이다. 이에, 한석규의 매력과 함께 반드시 논해져야 하는 천호진의 연기에 우리는 이제부터 . 바로 지금부터라도 주목 한다. 안기부간부 백승철역을 맡은 천호진을 보고있노라면 아주 색다른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안방극장에서 보아온 전형적인 이미지와 상반된 폭발력을 보여주는 그의 대사와 체스츄어 콧등잔위에 갸릇하게 지는 주름등은 매우 시니컬한 느낌을 생산해내며 커다란 배우의 존재감을 재창조해내기 때문이다.
이중간첩은, 신인감독 김현정의 첫 데뷔작이다. 그는 데뷔작을 이중간첩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이중간첩에 선택되어진것처럼 보이는데, 그것은, 자주느껴지는 씬간의 부자연스러운 연결 씨퀀스의 감성이 완전히 성립되기도 전에 다른곳으로 튀어버리는 장소의 이동공간에서 마모되어지는 관객이 느끼는 혼란등은 연출의 미흡함때문이다. 마치 2시간이 조금 넘는 분량이 턱없이 부족한 결과이며, 생략된 부분의 컷이 예상되어지는 그 이상만큼 존재할 것이라는 예견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완성되어지지 않은 감정의 순간을 파괴하는 다른 씬들의 침입에 그 이유가 있다. 이중간첩이라는 커다란 작품자체를 무리 없이 이끌어낸 것은 감독의 축복받은 개인적 경력과 경험이 되겠지만, 조금 더 호흡이 긴 이중간첩의 슬픔과 고통을 기대하게 되는 건 관객에게 남겨진 자연스러운 아쉬움이다.
이중간첩은 연출력에 대한 조금의 아쉬움을 제외하고서는 나무랄 데 없는 수작이다. 시나리오의 높은 완성도와 배우들의 진지한 연기 그리고 깊은 정서의 울림까지. 어떻게 하면 같이 살아나갈 수 있겠습니까?에 대한 자문을 던지게 하는 과거역사의 동어반복의 선을 넘어선. 우리 모두가 함께 지고 나가야 할 과업의 실체를 확인시켜내 준 훌륭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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