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Summer Snow』를 보고 난 뒤 좋아하게 된 히로스에 료코, 그녀가 나온다기에 더욱 보고 싶었다.(『Summer Snow』는 료코가 나온다기에 볼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말이다.) 료코는 웃을 때나 삐죽거릴 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데, 그 표정이 묘한 감정을 잘 드러내어 『Summer Snow』때부터 푹 빠지게 되었다. 『비밀』에서는 밝고 악의없이 천진하면서도 어쩐지 어른스러운 듯한 캐릭터가 료코에게 참 잘 어울린다.
일본 영화를 볼 때마다 가끔 감동하는 것이, 어떤 내용이든, 어느 순간이든 절묘하게 코믹한 요소를 집어 넣는다는 점이다. 기름처럼 붕 떠 있어 어색한 것이 아니라 감동스럽게 코믹하다. 『비밀』에서는 헤이짱- 아빠 역을 맡은 고바야시 카오루가 그 몫을 톡톡히 하였다. 스기타씨 부부를 보니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그렇게 깜찍한 중년 부부가 다 있을까.
마지막에 반전(이라고 하기도 뭐하긴 하지만)을 알고 봤는데, 오히려 알고 있어서 엄마인 나오코의 마음에 더욱 감정이입 해버렸다. 오랜만에 또 어찌나 펑펑 울었든지.
마지막 등대씬에서 끝내는게 좋았다거나, 어째서 다른 사람과 결혼하느냐는 등, 결말 부분에 대한 말이 많았다.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자신의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서라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어 놀랐다.(어이어이; 그게 아니잖아! ← 이런 심정) 비밀은 마지막까지 나오코만 알고 있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다. 그치만 결국 헤이짱도 알게 되고 "축하해"라는 말까지 듣게 되는데... 그 말을 듣고 그저 곱게 웃기만하는 마지막 료코의 표정은 이 영화에서 최고의 장면이라 생각한다. 거기서 무슨 대사라도 했다면 영화의 마지막 느낌이 꽤 달라졌을거다.
'사랑하기에 떠난다.'는 말은 바보같아서 굉장히 싫어하는데, 『비밀』에서만큼은 절실히 와 닿았다. 사랑하기에 떠나야 하는 경우가 있긴 있구나 싶은게. 빙의라는게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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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1999, Secret)
제작사 : Tokyo Broadcasting System / 배급사 : seeD
수입사 : se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