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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부탁해~” <랑종> 싸와니 우툼마 배우
2021년 7월 23일 금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잘 부탁해~”

두 손을 얼굴 앞에 합장하듯 모으며 밝은 미소로 한국어 인사를 건넨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공포 영화 <랑종>에서 ‘바얀 신’을 모시는 무당 ‘님’역으로 출연한 중년의 태국 배우 싸와니 우툼마(Sawanee Utoomma)를 19일(월)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싸와니 우툼마는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다. 태국 연극계에서 오랜 시간 연기를 다졌고 넷플릭스 스트리밍 중인 태국 학교 드라마 < F반 아이들, The Underclass >(2020)에서 ‘산사니 교장’ 역을 맡아 출연하며 전 세계 관객과 눈도장을 찍었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과의 만남은 그의 연출작 <원 데이>(2016)에서 단역 식품판매원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랑종> 공식 오디션을 거쳐 ‘님’역에 낙점됐다.

 <랑종> 촬영 현장.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과 싸와니 우툼마
<랑종> 촬영 현장.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과 싸와니 우툼마

싸와니 우툼마는 “<원 데이>때는 단역이라 감독님과는 하루밖에 작업하지 못했다. 하지만 배우, 스태프와 소통할 때 자기 의도를 굉장히 섬세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난 분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싸와니 우툼마가 <랑종>의 배경인 태국 북부 이싼 지방의 사투리를 구사할 줄 아는 점을 높이 샀다고 한다. 실제 <랑종> 촬영도 대부분 이싼 지방에서 이루어졌다.

싸와니 우툼마는 “지금은 아니지만, 과거 이싼 지방은 가난과 가뭄을 연상케 하는 지역이었다. 아마 ‘님’이 지체 높은 여왕 캐릭터였다면 내가 캐스팅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장난스럽게 말하며 웃었다.

그는 올해 태국 TV에서 방영된 드라마 < Lhong Klin Chan >에서도 무당 역을 연기했다.

“(직업은 같지만) 연기 방법은 정반대였다. 완전히 달랐다. 드라마에서는 진실하지 않은 사이비 무당을 연기했지만 <랑종>에서는 내적, 외적 갈등을 표현하는 깊이 있는 역할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어떤 역할이 더 좋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랑종>의 ‘님’ 역할이 관객에게 메시지를 좀 더 잘 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정리했다.

인간의 믿음에 대한 혼란스러운 질문을 던지는 <랑종>의 메시지를 그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불교 신자인 그는 “자기 수련이 기본 교리인 불교에는 어디에도 ‘악령’에 대한 내용은 없다”면서도 “인간이 약한 존재이다 보니 마음의 안정과 평안을 위해서 자기보다 위대한 존재에게 기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는 건 안다”고 말했다.

또 “태국에는 다양한 신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존재한다. 젊은 세대는 좀 다른 경우도 있지만 50대인 나는 어디를 가도 손을 모아 신들에게 기도한다. 물론 신의 존재를 믿지는 않아도 부정까지 하지는 않겠다는 사람도 많다. 그런 맥락 안에서 감독의 연출 의도에 충실하게 연기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명확한 답을 내리는 대신 의미심장한 반전으로 종결되는 <랑종>의 결말을 두고는 “관객이 자기 생각에 따라 논쟁하도록 두는 게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태국에는 사망 원인을 의학적으로 밝힐 수 없는 죽음이 많고 그걸 ‘라이따이’라고 칭하기도 하는 만큼 그 부분에 대한 해석은 관객에게 맡기겠다”고 전했다.


싸와니 우툼마는 코로나19 때문에 제작자인 나홍진 감독과 직접 만날 기회는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을 통해 나홍진 감독의 ‘가이드라인’은 자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태국에서 촬영한 풋티지를 보내면 나홍진 감독이 그걸 보고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에게 조언했다. 그 내용을 토대로 반종 감독과 태국 현장 스태프가 토론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거쳤다”는 것이다.

“나홍진 감독이 내 대사를 직접 외우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 태국 사람도 아닌데 내 대사를 어떻게 그렇게 깊게 이해할 수 있는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한국 관객이 <랑종>에 대한 큰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그는 “배우로서 너무 기쁘고 기분 좋다”고 들뜬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또 “한국에서 <랑종>이 흥행하고 있다는 기사가 태국에 많이 나오다 보니 태국 사람들도 언제 <랑종>을 볼 수 있는지 무척 궁금해한다. 기대감이 굉장히 높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관객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어로 ‘잘 봤다’는 소감을 남긴다”며 고마움도 표했다.


극 중 진중하고 묵직했던 연기와 달리, 인터뷰 내내 기분 좋아지는 화사한 미소를 보이며 성실하게 대답을 건네온 싸와니 우툼마.
현재 태국 코믹 액션 영화 < Riam Fighting Angel >로 자국 영화제 두 곳의 수상 후보에 올라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는 “<랑종> 촬영 매 순간이 행복했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과 나홍진 감독이 서로 믿고 의지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랑종>같은 좋은 합작품이 더 나와서 양국 영화계가 같이 발전할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사진 제공_(주)쇼박스

2021년 7월 23일 금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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