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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더와 스컬리’처럼 시청자가 저절로 응원했으면, 넷플릭스 <동궁> 최정규 감독
2026년 8월 17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기본적인 톤은 둘이 스킨십을 하거나 손을 잡지 않아도 시청자가 ‘저 둘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마음으로 응원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엑스파일>의 멀더와 스컬리처럼요.” 최정규 감독이 그린 구천과 생강의 관계는 로맨스보다 신뢰와 동료애에 가까웠다. 직접적인 멜로를 앞세우기보다 서로를 향한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 어느 순간 시청자 스스로 두 사람의 관계를 응원하게 만드는 것이 최 감독이 구상한 관계성이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은 귀(鬼)의 세계를 넘나드는 능력을 가진 ‘구천’(남주혁)과 비밀을 간직한 궁녀 ‘생강’(노윤서)이 왕(조승우)의 부름을 받고 동궁에 깃든 저주를 파헤치는 사극 판타지. 드라마 <악마판사>, <붉은 달 푸른 해> 등으로 디테일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최정규 감독이 <불가살>, <손 the guest>의 권소라·서재원 작가와 손잡고 궁궐을 배경으로 독특한 오컬트 세계관을 완성했다.

◆ 화재 악재 딛고 탄생한 ‘꺼먹살이’, 전통의 질감을 입히다

<동궁>은 그 제작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촬영 초반 세트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까닭이다. 최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스태프들이 모두 철수한 뒤 발생해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스태프, 제작사, 넷플릭스가 뒤를 돌아보기보다 ‘어떻게 작품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헤쳐나갈까’에 진심으로 마음을 모아줘 정말 고마웠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특수효과(VFX)와 크리처 디자인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특히 주인공들과 감정적인 교류를 나누는 주요 귀매 ‘꺼먹살이’를 구현하는 과정이 가장 까다로웠다. 최 감독은 “근대 도시 괴담에서 착안한 꺼먹살이는 감정 교류와 변신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줘야 해서 디자인이 가장 힘들었다”며 “여러 베리에이션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검은색을 바탕으로 하되, 가장 전통적인 토우나 석상의 질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검은 흙과 돌의 질감을 살려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세계인 저승을 구현하는 데도 나름의 원칙을 세웠다. 최 감독은 “현실의 거울상 같은 느낌이길 바랐다. 미장센만 봐도 직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레드, 퍼플, 옐로우 등 명확한 컬러 콘셉트를 잡아 시각화했다”며 “<기묘한 이야기>가 떠오른다는 분도 있는데, 그렇게 뛰어난 작품과 비교해주신 것 자체가 오히려 기분 좋았다”고 웃었다.

◆ 조승우의 왕부터 이홍내의 무당까지, 배우들이 만든 <동궁>

배우들에 대한 최 감독의 칭찬도 이어졌다. 왕을 맡은 조승우에 대해서는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도 속을 드러내지 않아야 하는 정말 어려운 캐릭터였는데, 선배님의 표현력 덕분에 가능했다”며 “다과 장면을 촬영하기 며칠 전부터 세트 도면과 과자 종류까지 물어보시면서 동선을 살피고 인물의 내심을 어떻게 표현할지 본능적으로 설계해 오셨다. 나는 시키는 대로 따라갔을 뿐”이라고 감탄했다.

대비 역의 장영남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최 감독은 “자신의 신념에 당당한 인물이기 때문에 초반부터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자고 이야기를 나눴다”며 “나이가 많음에도 흔쾌히 응해주셨고, 목소리 톤과 룩까지 정교하게 잡아주셨다”고 말했다.

작품 촬영 직전 입대한 곽동연에 대해서는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특수분장을 뚫고 나오는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다. 영장이 나오고 통화했는데 ‘금방 잘 다녀오시라. 많은 걸 준비해 놓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박수무당 역의 ‘이홍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최 감독은 “실제 무속인을 찾아가 큰 굿판을 따라다니며 배운 친구다. 굿의 몸짓이 액션으로 이어지는 시퀀스에서 탈진할 정도로 신명 나게 에너지를 쏟아냈다”며 극찬했다.

◆ 왜 멀더와 스컬리였을까, <동궁>의 관계와 톤

일각에서 제기된 왕·대비와 구천·생강 사이의 연기 톤 차이와 대사의 현대적인 어조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설명했다. 최 감독은 “왕과 대비는 신분이 높고 공적인 발언을 많이 하는 반면, 구천과 생강은 둘만의 개인적인 유대감을 나누는 장면이 대부분이라 톤의 차이가 더 두드러져 보였을 수 있다”며 “대사 역시 너무 고어체에 얽매이지 말자고 했다. 사가나 저잣거리 같은 일상의 장면이 없고 대부분 궁궐을 배경으로 해서 그런 대비가 더 크게 느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남주혁과 노윤서의 관계를 그리는 방식에도 최 감독의 분명한 기준이 있었다. 직접적인 멜로보다 두 사람 사이의 신뢰와 동료애를 차곡차곡 쌓아 시청자가 자연스럽게 응원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최 감독은 “기본적인 톤은 둘이 스킨십을 하거나 손을 잡지 않아도 시청자가 ‘저 둘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마음으로 응원하게 만드는 것이었다”며 “마치 <엑스파일>의 멀더와 스컬리처럼, 직접적인 멜로를 하지 않아도 시청자가 나도 모르게 두 사람을 응원하게 되는 동료 같은 관계를 만들고자 초반부터 작가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6년 8월 17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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