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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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메가히트한 <오징어 게임>이다. 시즌2와 3에서 단연코 눈에 띄는 캐릭터는 데스게임에 참여한 임산부 ‘준희’다. 아이돌 출신으로, 연기로는 신예인 조유리가 ‘준희’ 역으로 분했다. 아직 연기 경력이 많지 않다 보니, 그의 연기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표정이 단조롭다는 평이 있는가 하면 눈빛 연기만은 깊다는 호평도 있다. 칭찬도 지적도 감사하다는 조유리를 만났다. 시청자의 반응을 꼼꼼히 체크해 가며 보고 있다면서 “끝까지 다 봐주시고 해주시는 피드백이라 고맙다”고 전한다. 무엇보다 작품을 무사히 끝내고 공개된 데 대해서 스스로 칭찬하고 싶다는 그이다. 더불어 “이런 연기도 할 수 있을지 몰랐다”는 댓글을 보고 뿌듯함을 느꼈다고 털어놓는다.
<오징어 게임> 공개 전후로 달라진 점이 많을 것 같다. 러브 콜도 그렇고. (웃음)
넷플릭스 <셀러브리티>를 하게 됐지만, 생각보다 러브콜이 많지는 않다. (웃음) 변화를 가장 체감한 것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이 알아봐 주신다는 점이다. 그전에 아이돌 활동하면서는 10대와 20대 위주로 알아봤고, 그 이상 연령대분들은 나를 대부분 몰랐다. <오징어 게임> 공개 후에는 3040대에서도 많이 나를 알고 계셔서 이게 ‘오징어 게임’의 힘이구나 싶더라. 호불호에 따른 피드백의 내용도 다양한데, 이 또한 작품을 다 보셨기에 할 수 있는 말씀이라 생각해서 그 애정에 감사드린다.
임산부 게임 참가자라는 쉽지 않은 캐릭터를 소화했다. 어떻게 접근해 갔는지.
준희가 게임에 참여한 건, 그 게임장이 어떤 곳인지 몰라서였을 거다. 그곳에서 끝까지 아기를 책임지려 사력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같은 여자로서 계속 궁지에 몰리는 모습이 너무 딱하고 마음이 아프더라. 혹시 수동적으로 보일 수 있어서, 시즌3에서 줄넘기 연습하는 모습 등을 넣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려 했다. 또 누군가의 도움에 편승하려는 하는, 얌체같이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준희 입장에서는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일 거로 생각했다. 누군가의 선의를 거절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도움을 받되 최대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려고 했다.
출산 장면을 연기하는 데 부담감은 없었나.
부담감보다는 배우로서 도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다만 내가 잘 해내지 못하지 않을까, 어색해 보이지는 않을지 하는 걱정은 있었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극적인 상황과 출산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중간 지점을 찾느라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 극 중 ‘금자’ 역의 강애심 선배님이 출산 시 자세 등등 여러 조언을 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선배님이 호흡법을 배우고 들어가도 막상 출산할 때는 무아지경이 된다고 해서, 내가 머리로 계산하여 연기하는 것보다는 마음을 비우고 무아지경의 상태를 구현하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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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신인이다 보니 연기력 평가가 따라올 수밖에 없는데, 표정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눈빛 연기만큼은 일품이라는 평도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어떤 의견이나 반응이든 작품을 보고 주신 거라 고마운 마음이다. 다행히도 눈빛 연기가 좋다고 생각해 주신 분이 있어서 감사하다. ‘조유리가 이런 연기도 할 수 있는지 몰랐다’는 댓글을 보고 나름 뿌듯하기도. (웃음) 한편으로는 표정이 한결같아 보이는 지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준희가 느끼는 감정이 한정적이라, 다시 말해 게임 속에서 준희가 그렇게 다양한 감정을 느끼지는 못했을 것 같았다. 칭찬도 지적도 수용해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준희가 어떤 감정을 제일 크게 느꼈다고 생각했는지.
음… 복합적이지만,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방향 삼았던 것 같다.
준희가 친부인 ‘명기’(임시완)보다 게임장에서 처음 만난 아저씨인 ‘기훈’(이정재)에게 아기를 맡긴다는 설정인데, 어떻게 공감이 가던가. (웃음)
친부가 친부같지 않아서… (웃음) 사실 그 부분은 충분히 이해됐다. 기훈이라는 인물에게 인간적인 면모를 느꼈고 그 뿐만 아니라, (기훈이) 이전 시즌 우승자라 능력치가 높아 더 아기를 잘 지킬 거로 생각했다.
준희의 명기에 대한 감정은 무얼까. 애증일까.
처음에는 완전히 정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생각했다. 싫다고 말은 하지만, 마음속에는 일말의 미련이 있지 않았을까. 또 명기가 준희를 챙기려는 모습을 계속 보이니, 한 번쯤은 믿어볼까 하는 마음도 생겼을 거다. 그런데 술래잡기 게임에서 이러한 일말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명기 같은 남자는 정말 최악이다. (웃음) 게임에 참가하기 전에 아무리 쫓기던 입장이라도 잠수 탔던 설정도 그렇고! 싫어도 조금이나마 이해해 보려 노력했던 것 같다.
술래잡기에서 명기가 ‘현주’(박성훈)를 찌르는 장면에서 준희의 표정이 묘하다고 생각했다. 경악하면서도 명기가 약속대로 자기를 찾아와주어서 안도하는 표정이랄까.
명기에 대한 미움은 그 사건 이후 더 강해졌다고 생각하고, 당시에는 놀람의 감정이 제일 컸다고 파악했다. 놀람, 당황스러움 등등 여러 감정이 섞여 있지만, 안도감은 없었다. 만약 그렇게 보였다면, 내가 잘못 전달한 것이다.
결말에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데 준희로서 보자면 어떤가.
준희가 죽은 이후의 시나리오는 나 역시 몰랐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 이후를 봤는데, 시완 오빠가 왜 미안하다고 했는지 알겠더라. (웃음) 기훈의 선택을 보면서 아기 엄마로서는 처음에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기가 살았지 않나. 기훈의 그러한 선택에 놀라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준희가 사람을 잘 봤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남규’(노재원)를 꼽았더라.
재원 오빠의 연기를 보면서 감탄한 순간이 많았다. 대본으로만 볼 때는 단지 무자비한 빌런 같았는데 실제는 어딘가 매력이 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잘 표현한 것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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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와 배우 활동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면. <오징어 게임> 프로모션에 참여하면서 재미있는 경험도 많았을 것 같다.
선배님들과 같이 해외에 나가 인터뷰하고 또 국내에서 예능을 찍기도 하는 모든 일들이 너무 신기했다. 선배님, 감독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옆에서 인터뷰를 지켜보면서는 ‘아, 이 부분은 이렇게도 할 수 있는 거구나’ 하며 배운 부분도 많다. 솔로 활동할 때는 혼자인 데 비해 이번에는 여러분과 같이하니 더 든든하고 힘을 받았던 것 같다. 한 번은 뉴욕에 갔을 때인데 팬분들이 ‘준희야’ 하고 불러주는 데 너무 좋은 거다. 조유리가 아닌 ‘준희’의 팬인 것 같아서 기분이 더 좋았다. 팬들을 보면서 차기작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애심 선배님 덕분에 연극에 관심이 생겨서, 기회가 된다면 연극 무대에도 서고 싶다.
<오징어 게임> 시즌3 공개와 솔로 앨범 시기가 겹쳐서 시너지가 클 것 같다.
원래는 시즌3이 나오기 전에 앨범을 내는 것이 목표였는데 준비가 더디면서 밀리다 보니 시즌3 공개와 겹치게 되었다. 럭키비키라고 생각하려 한다. 2년 만에 앨범을 내게 되었는데 계속 기다려준 팬들께 감사하다. 내 의견이 많이 반영된 앨범이라 좋아해 주시면 좋겠다.
우문인데, 연기와 가수활동 어느 쪽이 더 힘든가 (웃음)
똑같이 힘든데 (웃음) 이번에 연기가 재미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촬영하면서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부분을 하면서, ‘나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구나!’ 하고 깨닫게 됐다. 내가 그간 해보지 않았던 걸 하는 걸 좋아하더라.
배우 조유리의 강점은 무얼까. 또 차기작에서는 어떤 모습일지 살짝 힌트를 준다면.
이제 막 시작한 터라 내 강점이 무얼 지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선배님이나 감독님이 눈빛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셔서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배우로서 무기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지금은 ‘눈빛’인 것 같다. 차기작은 준희만큼 도전적이고 강렬한 모습이 될 것 같다. 좋은 연기를 보이려 열심히 준비 중이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5년 7월 22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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