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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는 너무 괜찮은 사람, 내가 부족해서 미안해” tvN <미지의 서울> 박진영 배우
2025년 7월 17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호수는 글만 봐도 너무 괜찮은 사람인 거예요. 나와 닮은 점을 체크해 보니 많지 않아 스스로 반성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이호수’역으로 분해 시청자에게 많은 공감과 울림을 안겨준 박진영의 말이다. ‘호수’는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핸드캡을 지닌 인물, 그래서 누구보다 약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타인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려 노력하는 사람이다. 보이그룹 갓세븐의 멤버라 일명 ‘갓진영’으로 불리는 그인데, 이번 <미지의 서울>은 그가 군 전역을 앞두고 참여를 결정한 작품이다. <미지의 서울>이 마치 요즘의 SNS 같다는 박진영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들 잘 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나름의 고충과 아픔을 가지고 있는 까닭이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듯이 자기 삶을 돌아보고 스스로 토닥토닥해주면 좋겠다는 박진영을 만났다. 극 중 로사가 상월에게 “언젠가는 너를 읽어줄 사람이 나타날 거야”하는 말처럼, 박진영을 읽어주는 시청자가 점점 많아지는 현재, 부담감을 느끼기보다는 앞으로 더 잘해 보고 싶다고 한다. 연기가 너무 재미있고 계속 공부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다.

<미지의 서울>이 많은 시청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종영했다. 처음 대본을 보고 이 정도 화제가 될 것을 예상했는지.
작품을 선택할 때 글이 중요하고 좋아서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잘 될지 안 될지는 시청자의 몫인 것 같다. 처음 대본을 보고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화제가 될 건지 아닌지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웃음)

어느 부분에서 공감할 거로 생각했나. 그러니까 공감 포인트는 무얼까.
요즘 SNS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 보기엔 다들 잘 살지만,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마는 않지 않나. 나름의 아픔과 고됨이 있는데, <미지의 서울>을 통해 자기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호수’(박진영) 같은 경우도 대형 로펌에 다니고 잘 살고 능력도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만의 트라우마가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친구다. 극 중 등장하는 인물들은 위 같은 아픔을 이겨내는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 본인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 내는 것도 있지만, 사람 다시 말해 관계를 통해 이겨내는 부분도 있다. 내 옆 사람을 통해서 위로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좋은 시청률로 종영하게 되어 기쁘고 무엇보다 위로와 공감을 받았다는 반응이 많아서, 참여한 배우로서 너무나 행복하다.

<미지의 서울>과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대본은 군에 있을 때 받았고, 전역 전에 좀 길게 휴가를 나온 적이 있는데 그때 감독님과 미팅을 가졌다. 감독님이 나를 캐스팅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웃음) 아마도 내게서 호수의 이미지를 보지 않으셨을까.

호수는 사려 깊고 배려심이 많은 요즘 보기 드문 건실한 청년이다. 한편으로는 답답해 보일 정도인데 본인과 싱크로율은.
글만 봐도 호수가 너무 괜찮은 사람인데, 나는 그렇지 못해서 좀 미안했다. 보통 캐릭터를 보며 나와 닮은 점을 체크하곤 하는데, 이번에 별로 없어서 스스로 반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조금 비슷한 면이 있다면 인내한다는 점? 이 부분은 좀 닮은 것 같다.

호수의 어떤 면이 괜찮았을까. 배우고 싶은 면이 있다면.
호수의 큰 매력 중 하나가 자신도 핸디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보다 약자의 소리를 듣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듣는다는 것이 단지 물리적으로 듣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마음으로 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호수는 마음으로 듣는 사람인 거지. 내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하지 않나. 듣기의 중요성을 호수 캐릭터를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호수 캐릭터를 다듬어 가면서 키워드로 삼은 것이 있다면.
이 친구는 청력을 반만 잃은 상태라 들을 수 있음에도 스스로 남들보다 잘 못 듣는다는 의식이 강하다. 그래서 잘 들을 수 있다는 걸 보이기 위해 더 잘 듣기 위해 노력하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말을 잘해요’라는 걸 표현하고 싶을 것 같았다. 그래서 캐릭터 구축 시 상대의 입 모양을 보려고 했다. 호수가 말하는 템포가 느린 것도 자신의 핸디캡을 의식해서 더 잘 듣고 더 잘 말하기 위해, 상대의 입 모양을 또렷이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어폰을 한쪽만 끼고 시험해 보니 울림이 크고 좁은 공간에서는 잘 들리지만, 마켓이나 넓은 공간에서는 잘 안 들리더라. 호수가 결혼식장에서 한 템포 늦게 반응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호수는 ‘미래’(박보영)가 ‘미지’(박보영)인 것을 알고 있었을까. 언제부터 짐작했다고 생각했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명확한 이유는 없어도 본능이라고 할지, 오래 떨어져 있다고 해도 가족을 알아보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한다. 호수가 느끼기에 분명 미지인데, 미지가 호수에게 ‘자의식 과잉’이라는 스킬을 날려 속임의 킥을 쓰다 보니 스스로도 혼란스러웠을 거다. 또 미지가 미래의 일을 대신한다고? 생각하면 이성적으로 납득이 안 되니까, 아마도 자신의 느낌에 확신이 없었을 거다. 그런데 미래인 척하는 미지를 보고 흔들리니까, (웃음) 아무리 쌍둥이라도 해도 첫사랑(미지)의 언니(미래)를 사랑한다는 건 말이 안 되니 점점 미지라고 확신한 거지.

미지와 호수의 호흡이 너무 좋던데, 촬영장의 분위기가 극에 녹아들지 않았나 싶다. 곁에서 본 박보영은 어떤 배우든가.
정말 지켜보면서 감탄했다. 대본의 80% 이상이 보영 선배의 분량이었다. 촬영이 새벽에 끝나도 한두 시간은 꼭 대본을 보고 잔다고 해서 그 체력에도 놀랐다. (웃음) 보영 선배가 어떻게 보면 1인 4역을 한 셈인데, 제일 경이로웠던 부분이 모두 달리 보였다는 점이다. 사실 미지, 미래, 미지인 척하는 미래, 미래인 척하는 미지. 이 네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다르게 반응할지 고민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보영 선배가 주는 호흡만 받아도 알아서 다른 반응이 나오더라. 후반부로 갈수록 촬영 스케줄이 빡빡해져서 30분 만에 미래였다가 미지로 바꿔서 연기하는데 그때도 굉장히 스위치가 빨라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후반부의 눈물버튼은 엄마 ‘분홍’(김선영)과의 감정씬이 아닌가 한다. 촬영 분위기는 어땠나.
비하인드가 많다. 선영 선배님께 너무 감사하다고 이 자리를 빌려 꼭 말씀드리고 싶다. 11화 대본을 읽는데 그 씬이 정말 좋았다 그래서인지 부담을 가졌던 것 같다. 부담감을 떨쳐내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잘 되지 않더라. 촬영 당일 처음 두세 테이크를 정말 못해서 (웃음) 호수처럼 현장에서 땅굴을 파고 있었다. 그랬더니 선영 선배님이 오셔서, 마치 극 중 분홍 엄마처럼. ‘나만 봐, 내가 다 줄 테니까 넌 느끼기만 해’ 이러고 가셨다. 그때부터 바로 오케이가 나왔다. 정말 극 중 호수가 사랑받듯이 내가 사랑받은 느낌이었다.

애정표현 등 호수와 미지의 설레는 러브 모드 형성에는 박신우 감독의 디테일한 디렉팅이 크게 한몫했다고 하던데. (웃음)
정말 감독님이 생각지도 못한 디테일을 넣어 주셨는데 그거 너무 좋은 거다. (웃음) 예를 들면 미지와 호수의 키스 씬에서 호수가 입을 맞추려 다가가는데, 대사를 하면서 가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나중에 보니 과연이더라. (웃음) 마음이 콩닥콩닥하는 포인트를 모두 짚어 주셔서, 완전히 믿고 따랐던 것 같다. 설레어 보였다면 모두 감독님 덕분이다.

마음을 울리는 대사가 많기로도 유명한데, 기억에 남는 대사를 꼽는다면
정말 많은데, 내가 나온 장면에서는 호수가 미지에게 ‘누구나 숨기고 싶은 것 하나쯤은 있지 않냐’는 말이 기억난다. 마치 모두가 아픔이 하나씩은 있다는 걸로 들려서 많은 사람이 공감하겠다 싶었다. 또 로사가 상월한테 ‘언젠가 너를 읽어줄 사람이 있을 거야’ 이 대사가 너무 좋다. 미지와 호수가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이 스스로의 노력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한테서 받는 힘도 있지 않나. 우울하고 혼자라고 느낄 때 이 말을 한 번 되새겼으면 한다. 혼자인 것 같아도, 그렇지 않다는 거지. 그리고 세진 할아버지가 ‘세진’(류경수)에게 하는 ‘왜 미련하게 종점까지 가려고 하냐, 중간에 내려도 된다’ 이 대사도 너무 좋아한다.

지난해 11월에 군 전역했는데 입대 전후로 달라진 점이 있는지.
좀 더 초연해진 부분은 있는 것 같다. 군생활이 힘들었지만, 너무 좋은 친구를 만났고 아주 재미있게 보냈다. 그러면서 ‘그럴 수 있지’, ‘저럴 수도 있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이런 마음을 오래 간직해 나가고 싶다.

박진영이라는 존재를 처음으로 읽어준 이는 누굴까. (웃음)
음… 그룹 ‘GOT7’으로 데뷔했으니까, 나를 먼저 알아봐 주고 테스트할 기회를 준 캐스팅 디렉터분이 아닐까 한다. 그 후 가수 활동은 JYP에서, 배우 활동은 BH 엔터테인먼트에서 했으니, 각각 박진영 대표님과 손석우 대표님 그리고 시청자가 아닐까 한다.

2012년 데뷔 이후 가수로, 배우로 쉴 새 없이 달려왔다. 지칠 법도 한데 충전은 어떻게 하는지.
다행히 이렇다 할 슬럼프 없이 잘 지내온 것 같다. 어릴 때는 실수하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어서 엉엉 운 적도 있지만. (웃음) 한 번은 공연에서 일본어로 멘트하는데 외운 걸 실수한 거다. 백스테이지에서 의상 체인지하면서 분을 못 이겨 혼자 펑펑 운 적이 있다. 그런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뭐 실수할 수도 있지, 이렇게 편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우울할 때도 마찬가지로 억지로 긍정회로를 돌리려고 하는 편이다. 우울해한다고 상황이 바뀌는 것도 아니니, 스스로 긍정적으로 되려고 되새기곤 한다. 아, 지칠 때는 오히려 다른 작품을 많이 보면서 충전하는 편이다. 나는 표현해야 하는 사람이니까, 좋은 연기를 보면서 동기부여도 되고 배우기도 하고 시너지를 얻는다. 이건 나만의 방법일 수 있는데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의 옛 작품을 찾아보곤 한다. 나와 비슷한 또래에 한 연기들 말이다. 너무 대단한 연기를 하셔서 궁금하기도 하고 보면서 자극받기도 한다.

배우로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음, 배우로서 가장 어려운 일일 수도 있는데 오래 연기하고 싶다. 그러려면 그만큼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바람은 영화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느꼈다. 내가 살아온 시간의 두 배 이상을 연기해 온 신구 선생님을 보면서 정말 오랫동안 연기할 수 있는 것만큼 큰 복은 없다고 생각했다. 또,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는 한편, 나만의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가끔 댓글을 보면 ‘나 얘 10년 전부터 알고 있었어!” 하는 분이 간혹 계시다. 나를 오래 봐 준 분, 믿어준 분이 있다는 것 같아서 이런 글을 보면 기분 좋더라. 또 ‘갓세분’ 멤버였어? 이러는, 내가 아이돌 출신이었다는 걸 몰랐다는 반응도 재미있다.

준비 중인 차기작은.
<샤이닝>이라는 정통 멜로다. 글이 참 따뜻하다고 느꼈고, 어떤 면에서 위로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교복을 입어야 해서 1일 1팩하며 열심히 관리 중이다. (웃음)

최근 그룹 ‘데이식스’의 멤버와 만나서 11시간 수다를 떨었다고! 호수와 수다라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웃음)
‘데이식스’ 김원필과는 연습생 시절부터 친구다. 그 친구도 바쁘고 나도 바쁘다 보니, 게다가 입대한 시기도 애매하게 겹쳐서 못 만나다가 4~5년 만에 보게 됐다. 수다 떨다 보니 불이 붙기 시작했는데, 6시간이나 지났다는 거다. 그러다가 우리 집으로 자리를 옮겨서 수다를 이어갔다. 결국, 오후 6시에 만나서 새벽 5시까지 떠든 거다. ISFJ로 내향적인 편이지만, 나는 호수와는 좀 다른 게 먼저 이야기하려 하는 부분이 많다. (웃음)



사진제공. BH엔터테인먼트


2025년 7월 17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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