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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타로상, 너무 다정다감” 쿠팡플레이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이세영 배우
2024년 10월 18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켄타로상으로 한정하자면 너무 다정다감해요” 일본 남자의 매력을 묻자 이세영은 이렇게 답한다. 일본 남자의 표본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보통 일본 남자는 표현을 별로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면서, 사카구치 켄타로는 그렇지 않아서 의외였다고. 현실의 켄타로는 그렇다지만,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하 <사후오>)에서 그가 맡은 캐릭터 ‘준고’는 표현에 서툰 남자다. 그래서 ‘홍’(이세영)은 떠났는지도 모른다. 남주·여주의 완벽한 케미와 환상적인 그림체로 멜로 장르 애호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사후오>의 주역 이세영을 만났다. 이번 일본어 도전을 기점으로 또 다른 글로벌 프로젝트가 욕심난다는 이세영. 몸과 마음이 건강한,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남자를 이상형으로 꼽는다.

오랜만에 만나는 정통 멜로라 애정하는 이들이 많다. 작품의 어느 지점에 끌렸나.
언급했듯이 ‘정통멜로’라 좋았다. 어릴 때부터 보고 들은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의 연장선 같았다. 특히 ‘준고’와 ‘홍’의 이별 후 감정이 너무 절절하고 애틋하면서 공감이 많이 갔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표현해 보고 싶었다.

원작인 동명의 한일합작(한국의 공지영, 일본의 츠지 히토나리가 각각 여자와 남자의 관점에서 썼음, 2006년 출간) 소설을 읽어 봤는지. 거의 20년 전 작품이라 지금과는 결과 감성 면에서 차이점이 있을 것 같은데.
촬영 준비하면서 읽었는데 너무 좋았다. 시간의 간극이 있어서, 몇몇 지점을 지금의 정서와 맞게 터치한 거로 알고 있다. 예를 들면 국제커플이 이상하지 않은 시대라, 이런 부분을 반영했다고 한다.

‘홍’이 일본에 머무는 동안은 모든 대사를 일본어로 소화했는데 이번에 새로 배웠다고. 너무 능숙해서 놀랐다. 얼마나 준비한 건가.
올해 1월부터 촬영하기 시작했고 일본어는 작년 11월 중순 즈음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촬영 중에도 계속 공부하면서 현장에서 늘 물어보고 배우고 했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한국어로 쓰여 있고 괄호 안에 일본어로 돼 있어서, 일본어 대사의 어려움을 크게 의식하지 못했었다. 막상 준비하려고 보니, 대사의 80% 이상이 일본어라 쉽지 않겠다 싶더라. (웃음) 이 사실을 늦게 깨닫게 되어 오히려 고민 없이 <사후오>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주인공의 감정선이 무엇보다 중요한 작품인데, 상대역인 사카구치 켄타로와 어떻게 맞춰 나갔는지. 아무래도 언어가 다르니까. (웃음)
그래서 초반에는 할 것이 많았다. 연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특정 단어나 리액션이 나오게 되는데, 우린 상대 언어를 잘 모르니 리액션까지 다 외워서 연기해야 했었다. 그런데 언어는 달라도 감정은 똑같아서, 켄타로상이 표현하는 모습에 주목했던 것 같다. 일본 촬영 현장에서 처음에는 혼자라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점점 익숙해지면서 편하고 재미있게 찍었었다. 현장은 언어가 달라도 연기로 다 통하더라. (웃음)

사카구치 켄타로에 대해 사전에 얼마나 알고 있었나. 또 이번에 함께해보니 어떻든가.
유명한 분이시라… (웃음) 이번 준비하면서 <남은 인생 10년>(2022)을 일부러 찾아봤었다. 켄타로상과는 극 중 일본어로만 대화하기 때문에 일본어로 말할 때의 정서나 호흡, 어감을 많이 배우려고 노력했다. 저마나 말하는 톤이나 뉘앙스에 차이가 있으니, 나 역시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했던 것 같다. 켄타로상은 밝고 건강하고 장난끼도 많고 열정적이면서도 특유의 순수함이 있는 분이다. 옆에 있는 것만으로 맑아질 것 같은 분이었다. 또 세심하고 다정해서 스탭들을 잘 챙기고 힘든 내색은 하지 않는,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졌었다. (웃음)

켄타로 배우는 한국은 상대적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한다는 의미의 말을 한 바 있다. 연애에 있어 한일간의 차이가 느껴지던가.
제작사, 나, 켄타로상이 처음 만나 가볍게 인사한 자리가 있었는데 그때 켄타로상이 ‘준고가 너무 다정하다’, ‘이 정도면 일본에서는 엄청 다정한 스타일’이라고 하는 거다. 그 말을 듣고 ‘아, 홍과 준고가 이런 부분에서 부닥쳤나 보다’ 싶었다. 아마 준고로서는 최선을 다해 표현했겠지만, 홍 입장에서는 아쉬움이나 섭섭함을 느끼지 않았을지! 홍은 한국식대로 표현한 것이고, 준고에게도 그렇게 시켰지 않았을까. (웃음)

‘홍’과 싱크로율은 어떤 편인가.
생기있고 건강하고 열정적이었던 과거의 홍과는 얼추 비슷한데, 현재의 홍과는 진짜 많이 안 닮았다. 그녀는 상처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무슨 일이건 탄력성이 좋다. (웃음) 회복탄력성이 높고 결단을 빨리 내리는 편이라, 한편으로는 준고가 이해됐었다. 그럼에도 연기하는 순간은 신기하게도 홍의 감정이 가슴에 다가오면서 이해되더라.

<사후오>를 보면 완전히 ‘홍’ 그 자체 던데 오히려 닮지 않았다니! 이상형이 어떻게 되는지? 문득 궁금하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 비전을 갖고 항상 꿈꾸는 사람이 좋다. 그렇다면 눈도 맑고 반짝반짝 빛나지 않을까. 눈빛이 탁한 사람은 싫다.

준고와 홍이 헤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표현법의 차일까.
표현보다 상황적인 이유가 컸을 것 같다. 상대의 입장을 생각한다 해도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한다. 물론 국적, 표현방식도 그 이유 중 하나였을 거다.

실제로 ‘사랑 후에 남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는지. [/emp
일본 촬영 중 우리끼리 이와 관련한 대화를 나눴었다. 그때 감독님은 상대에 대한 이해, 나는 ‘죽음’이라고 말했다. 그 대상이 일이든 사람이든, 우리는 언제나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인간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죽음 이외에는 갈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죽음이라니 의외다.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는 사극 멜로를 이번에는 현대극 멜로를 했는데, 보통 멜로물을 끝내고 나면 어떤 감정이 드는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2016~2017, 54부작)에서 (김) 현우 오빠와 긴 시간 러브라인을 형성했었다. 드라마를 끝내고 나니 현우 오빠가 아니라, 나의 ‘강태양’ (극 중 김현우 배우가 맡은 캐릭터)씨가 보고 싶고, 다시 못 만난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었다. 이제는 익숙해지려고 하는데, 한 작품을 끝내고 나면 함께한 캐릭터가 보고 싶고 그립더라. 인생에서 사랑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런 감정을 연기로 다룬다는 점에서 멜로 장르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멜로를 하다 보면 나 역시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사랑하고 상처받고, 또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그동안 어쩌다 보니 멜로나 로코 등 러브라인이 형성되는 작품을 주로 했는데, 멜로를 좋아하긴 하지만, 장르물도 좋아해서 한번 해보고 싶다.

일본 현지 촬영은 어땠나.
음… 현장은 대체로 비슷하지만, 그럼에도 약속 시간 등 절차를 잘 지키고 굉장히 섬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 번은 새벽 4시에 촬영하는데 프로듀서님이 자기 레시피로 밀크티를 만들어 오셨더라. 또 한국 스탭의 입맛이나 취향을 고려해서 간식을 준비해 놓는 등, 드라마 촬영장에 간식파트가 있는 건 처음 알았다! 장인정신이란 말을 실감했던 것 같다.

일본 장면은 100% 로케이션이라, 지하철역 같은 경우도 해당 지하철에서 진짜로 촬영했었다. 보통은 지하철에서 촬영하지 않는다고 하길래 한 10명 정도 소수로 들어가서 일사불란하게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세팅해 놓고 지하철 문이 열리면 촬영하는 걸 몇 번 반복하면서 ‘한팀’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절로 작품에 대한 애정도 작품을 끌고 갈 동력도 높아졌다. 추위는…춥다는 말을 들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춥지는 않았다. 원래 추위를 별로 안 타는 편이기도 하고 또 핫팩을 수십 개 붙여서일 수도 있다. (웃음)

인상깊은 장면을 꼽는다면.
후반부 준고가 한국에서 일본에 돌아가기 직전 홍과 통화하는 장면이다. 대본을 읽으면서 제일 궁금했던 장면이었다. 내가 먼저 찍은 후 실제로 (켄타로상에게) 전화 걸어 촬영했는데, 사전에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음에도 내가 원하던 톤으로 대사를 쳐주었다. 이때부터 무한신뢰가 들었던 같다. 켄타로상도 감정이 공명되는 걸 느꼈다고 하더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켄타로상과 친해지기 위해 (켄타로상이) 자주 가는 밥집이 있다고 해서 같이 갔다가 남겨두고 온 술이 있다. 나중에 먹자고 했는데 진짜 나중에 다시 먹었으면 좋겠다.

글로벌 프로젝트를 경험해 보니 어떤가. 앞으로도 또 도전할 의향은.
하기 전에는 막연하니 어려울 것 같았는데 해보니까 할 수 있겠다, 잘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다. (웃음) 결국 작품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방향은 달라도 목표는 하나라 결속될 수밖에 없더라. 마지막 촬영하면서는 울기까지 했었다. 아예 일본인 역할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욕심도 생겼다. 영어는 살짝 울렁증이 있지만, 기회가 온다면 극복하려 한다!

1997년 드라마 ‘형제의 강’ 아역으로 데뷔하여 어느새 28년차 배우다. 그간 미디어 환경의 온갖 변모를 몸소 체험했지 싶다. 또 30주년 기념 팬 이벤트는 없는지. (웃음)
28년 차라니, 그런 표현 쓰지 말아달라, (웃음) 너무 나이가 많이 든 것처럼 느껴진다. 30주년은 디너쇼라도 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농담이고, 팬들과 무언가를 할 것 같긴 하다. 연기도 매체도 변화하고 그 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 같다. 배우 역시 이에 적응해야 하는 직업군 아닌가. 아직은 그래도 어리니(?) (웃음) 많이 도전하고 시도해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기본기를 단단히 다지려 한다.

20년 후는 어떤 모습일 것 같나.
미래에 저당 잡힌 현재라고 할지, ‘미래를 위해 조금만 참아보자’는 생각이 스스로 있는 것 같다. ‘이것만 하고 쉬자’ 하면서도 쉼 없이 해 왔는데 그러면서 한 인간으로서 놓치는 부분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사회이슈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더라. 친구나 가족 관계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항상 목표가 올해보다 좀 더 나아진 내년인데, 다행히 올해 목표는 <사후오>와 다른 언어 공부한 걸로 이룬 것 같다. 그런데 미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현재 아닌가. 20년 후에는 지금과는 달리 현재를 온전히 누리면서, 이를 연기에 녹여내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영화 <수성못>(2017) 당시 연기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했는데 해소가 됐나.
정확히 말하면 연기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진로 관련한 고민이었다. 연기를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싶어 이것저것 준비하고 배웠던 때다. 이런 시기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다. <사후오> 홍도 비슷한 마음으로 일본으로 떠났지, 싶다. <수성못> 때는 가만히 있을 수는 없고, 뭐라도 해야겠다고 바쁘게 움직였던 시기다. 이후 또 영화 작업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스케줄 등 여건이 잘 맞지 않았다. 일단 상업영화에 얼굴을 비추며 존재를 드러내고 싶었고, 또 요즘 촬영 현장이 궁금하기도 하던 차에 넷플릭스 영화 <서울 대작전>(연출: 문현성)에 매표소 직원으로 특별출연 하게 됐었다. 그때 문현성 감독님과의 인연이 이번 <사후오>로 이어졌다 이리저리 들이미는 편이다. (웃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나 보다.
너무 두렵다. 겁이 많지만, 매도 미리 맞자는 타입이라, 어차피 할 거면 미루지 않고 과감하게 나가는 편이다.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마음의 문을 조금만 여는 것보다는 상처받아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여는 사람이 큰 사림인 것 같아서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회복탄력성이 크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내 인생의 명장면을 꼽는다면.
지금 문득 생각나는 건 올해 일본에서 촬영하던 때다. 쉬는 날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옷이나 화장이나 이런 것들에 신경쓰지 않고 마음껏 다닐 있어 편하면서도 에너지가 넘쳤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평소 자유롭게 다닌다. (웃음)



사진제공. 쿠팡플레이

2024년 10월 18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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