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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 <아바타>가 우리에게 남긴 것
2010년 3월 8일 월요일 | 백건영 영화평론가 이메일


<아바타>가 한국개봉영화 흥행기록을 다시 썼다. 한편에서는 한국전쟁을 그린 3D 블록버스터의 제작소식도 속속 들려온다. 3D를 한국영화산업의 미래를 밝혀줄 메시아로 받들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충무로 뿐 아니라 문화계를 넘어 산업현장까지 요동치게 만든 <아바타>와 3D 열풍이 꼭 반갑지만은 않다. 과잉에서 비롯된 거품의 징후가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3D 영화기술 교육생 100명을 모집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14년까지 3D기술 인력 7,000명을 양성한다는 것이 영진위의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올해 9월까지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단지 안에 3D 산업 지원센터를 짓고, 3D 영상 제작업체에 작업 공간과 장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2D 화면을 3D로 전환하는 전문 기술 인력 6,000명을 2014년까지 양성하고, 문화콘텐츠 전문 펀드를 통해 200억 원을 3D 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충무로 쪽으로 눈을 돌리면, 곽경택 감독이 연평해전을 다룬 <아름다운 우리>를 FULL 3D로 찍는 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튜브>의 백운학도 <연평해전>(가제)을 찍을 예정이며, 배용준도 제작자로 3D 열풍에 가세했다. <아바타> 폭풍 이후 한국형 3D를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에 너도나도 승차하고 있는 형국이다. 무슨 까닭일까. 한마디로 돈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기인한다. 다만 정부주도 프로젝트의 속성상 첫 차를 타야 온전한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위험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에 앞 다투고 있는 것. 이쯤 되면 ‘한국형 <아바타> 만들기’에 편승해 한 몫 두둑하게 챙기는 사람이 나올 게 자명하다. 그래서 그 옛날 서부로 달려갔던 골드러시 대열이 떠오르고, IMF시절 금융가를 패닉으로 몰아넣은 ‘펀드 사태’가 생각난다. 또 말단 공무원 출신의 김진호가 골드뱅크를 만들어 ‘묻지마 투자’ 신화를 이룩한 그 시절도 오버랩 된다. 이처럼 지금의 모든 문화콘텐츠는 오직 3D로 통한다. 가히 3D 천국이 도래했다 (아멘).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아바타> 같은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 기술수준만 놓고 보면 못 만들 리 없다는 게 관련업계의 의견이다. 대체 <아바타> 같은 3D 영화를 만들어서 뭘 어쩌려고. 아시아권을 넘어 북미지역까지 한국형콘텐츠의 세계화 가능성을 시험하고 싶다는 것이다. 한류로 제대로 돈 한 번 벌어보겠다는 심산이다. 때문인지, 이재웅 콘텐츠진흥원장 같은 이는, “우리 영화가 칸 등 예술성을 강조한 영화제에선 여러 차례 수상경력이 있지만, 실제 흥행이 보장되는 아카데미상을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은, 외국인들의 정서에 맞는 콘텐츠 개발에 소홀했다는 반증”이라며, 돈 벌지 못하고 세계화에 일조하지 못하는 영화는 가치 없다는 식의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지경이다.

욕먹을 각오로 말한다면, 문화·경제·사회시스템과 국민정서로 볼 때 한국에서 <아바타> 같은 영화는 나오기 힘들다. 아니 불가능한 일이다. <아바타>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노력과 집념의 소산이지만 그를 믿고 기다려준 자본과 제작사의 힘도 컸다. 실제로 천문학적인 제작비 때문에 제작사인 20세기폭스는 도산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할리우드에서도 길고 험한 산통을 거쳐 탄생한 영화가 <아바타>인 셈이다. 이처럼 5억 달러에 이르는 거대자본과 14년에 걸친 긴 시간의 축적물로 이룬 영화가 <아바타>임을 감안할 때, 거대자본을 투입해 이 긴 시간을 참고 기다려줄 투자사가 한국에 있을까? 또 정권의 부침에 따라 문화정책이 바뀌는 한국의 현실에서 3D 영화를 향한 애정공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가늠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범정부적 사업으로 공표하고 돈을 쏟아 붓기만 하면 <아바타> 쯤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식의 맹목적 애국심이 영화판까지 잠입하고 있다.

3D가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것은 사실이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앞으로 3D만이 영화의 살길로 보는 시각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단언컨대 3D는 다양한 영화제작 구현방식의 하나일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무엇보다 창의성이 중요한 영화산업에서 3D에만 집중된 관심으로 한국영화를 발전시키겠다는 발상부터 문제가 있어 보인다. 창의성이라고는 손톱만큼도 허용하지 않고 가르칠 생각조차 하지 않는 획일화된 사회와 교육시스템을 가진 나라에서, 무한상상력에서 비롯된 창조적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거침없이 상상하고 자유롭게 발언하며 논리적 사고를 지닌 창의적 인간이 우선 된 후에야 비로소, 3D 기술이든 메커니즘이든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내가 뭐라 떠들건 말건, 영화제작사는 3D 블록버스터 전쟁영화를 만들고, 기자는 곱게 받아써서 홍보해주고, 극장은 <아바타> 못지않은 한국형 3D영화라 선전하며 관객을 쓸어 담을 것이다. <쉬리>를 통해 우리도 유사 할리우드영화,ㅡ할리우드를 넘어서가 아니고, 못지않게도 아닌, 할리우드처럼ㅡ스펙터클한 블록버스터를 만들 수 있다며 흥분했던 1999년의 한국영화계가 생각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한 편의 초대박 흥행으로 인해 영화계가 3D에 매달려있는 사이, 2000년대 이후 사회적 미학적 성취를 이루면서 한국영화를 한 차원 도약시킨 영화작가들의 설 땅이 좁아질까 염려스럽다. <아바타>가 남긴 것은 흥행기록만이 아니다.

글_백건영 영화평론가(무비스트)

24 )
movist
sdsdsd   
2010-12-13 09:27
movist
dfdfdfdfd   
2010-12-07 18:31
kwyok11
한국에서 <아바타> 같은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   
2010-05-29 15:29
again0224
잘봤습니다   
2010-04-14 13:10
mvgirl
흠...   
2010-03-27 08:03
fa1422
잘봤어요   
2010-03-25 02:20
mini01
공감합니다. 아바타가 인기있었던건 3D만이 아니죠. 작은 하나만을 보는것이 아니라 크게크게 볼 수 있는 대한민국 영화계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2010-03-23 00:10
leena1004
잘 봤어여~   
2010-03-2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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