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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 나의 병
오(O) | 2003년 10월 11일 토요일 | 임지은 이메일

오(O): 오딘과 휴고
오(O): 오딘과 휴고
영화제목으로 더 유명해져버린 기형도의 시 <질투는 나의 힘>은 이렇게 맺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질투하는 자의 마음 속에는 내가 없다. 끊임없이 응시하고 탐색하고, 망상하며 증오하는 마음의 주인은 더 이상 내가 아니다. 고결하고 위대한 인물이 질투 때문에 파멸해 가는 과정을 다룬 셰익스피어의 <오델로>는 아마도 질투의 위험을 준엄히 경고한 가장 대표적인 작품일 것.

한 명문사립고가 있다. 농구 특기 장학생인 오딘 제임스(메키 파이퍼)는 본명보다 ‘오(O)’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학교의 스타. 교내에서 유일한 흑인인데다 고아이기도 하지만 모두가 오딘을 동경하며, 학장의 딸인 아름다운 데지(줄리아 스타일스) 또한 당당한 성품에 매료돼 그의 연인이 된다. 어차피 동경과 부러움, 그리고 질투는 서로 길이를 달리한 한 나무의 가지와도 같은 법. 같은 팀의 휴고(조쉬 하트넷)는 오딘이 부럽고도 미워서 죽을 지경이다. 결국 휴고는 오딘의 아킬레스건인 강한 자존심과 질투심을 이용, 파멸로 몰고 가는 악랄한 흉계를 꾸민다.

배우 겸 감독 팀 블레이크 넬슨이 메가폰을 잡은 <오(O)>는 아닌 게 아니라 셰익스피어의 <오델로>를 미국 고등학교를 무대로 번안한 영화. 주인공의 이름만 보더라도 그렇다. 오딘은 오델로를, 데지는 데스데모나를, 휴고는 이야고의 이름을 살짝 변용해 사용하고 있으며, 오딘이 음모에 말려들어 연적으로 오해하게 되는 동료 마이클의 성은 원작 그대로 캐시오다. 원작인 고전소설을 현대물, 그 중에서도 틴에이저물로 각색한 대표적인 영화로는 제인 오스틴의 <엠마>를 고등학생들의 톡톡 튀는 연애담으로 변용한 <클루리스>나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각색한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혹은 바즈 루어만의 <로미오+줄리엣> 등을 들 수 있을 것. 그 중에서도 <오>는 가장 원작의 설정을 충실히 따르는 축에 속한다.

이미 고전이 된 작품을 각색한다고 할 때 마르고 닳도록 들어온 이야기의 뼈대를 훤히 꿰뚫고 있는 관객들이 원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다. 텍스트가 묘사하고 있는 분위기나 영상이 얼마나 충실하게 구현되느냐, 그렇지 않으면 스타를 반찬으로 수다를 떨 듯 유명한 원작을 변주하며 어떻게 솜씨좋게 가지고 놀아보느냐. <오(O)>가 위치한 지점은 그 두 가지 항의 중간쯤이며,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어정쩡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 일례로 원작에서 오델로로 하여금 데스데모나와 캐시오의 사이를 의심하게 만드는 결정적 증거인 스카프를 그대로 영화 속으로 가져온 것은 식상하게 비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충분한 시의성을 획득한다. 운동선수를 우상화하고 그 주위로 일제히 몰려들거나 혹은 질시의 눈길을 보내는 학교 분위기, 전당포에서 너무도 손쉽게 38구경 권총을 손에 넣는 고등학생. 총을 쥔 휴고는 주인공들을 타고 흐르던 위험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유혈 낭자한 살인으로 매듭지어 버린다. 마이클 무어의 다큐 <볼링 포 콜럼바인>이나 구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처럼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룬 영화도 있지만, <오>에서 역시 이 사건을 떠올리기는 어렵지 않을 것. 실상 영화가 완성된 것이 콜럼바인 사건이 일어난 즈음이기도 해서 결국 개봉이 2년이나 미뤄지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한편 휴고가 오딘을 질투하는 이유로 <오>는 원작보다 한 가지를 더 채워 넣었다.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아들의 끊임없는 갈구. 오딘에 대한 부러움은 자신에 대한 증오로, 다시 상대에 대한 증오로까지 뻗어간다. 실상 휴고의 아버지인 농구 코치는 친아들보다 오딘에게 더 관심을 쏟으며, 그가 승승장구할 때마다 적나라한 기쁨을 숨기지 않는다. 심지어 카메라가 “오딘은 내 아들과 같다”고 아버지가 선언할 때 싸늘하게 식은 얼굴로 그 쪽을 응시하는 휴고를 비추거나, 숨막힐 듯한 정적과 냉기로 가득 찬 휴고 가족의 저녁식탁을 담아낼 때 관객은 그의 증오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오(O)>는 틴에이저물이면서도 유머감각이 거의 배제된 진지한 분위기로 파멸의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새롭지는 않되 제법 진중한 연출과 함께 돋보이는 것은 세 주인공들의 연기. 고결한 영웅과 질투심에 미쳐가는 남자의 모습을 오가는 메키 파이퍼는 대단히 매력적이며, <진주만> 같은 블록버스터나 코미디로 익숙한 조쉬 하트넷의 창백하고 어둡고, 또 강박적인 모습과 조우하는 것은 새로운 발견이 될 것이다. 한편 <햄릿>,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오(O)>에서 연달아 주연을 맡아 셰익스피어 리메이크 전문배우처럼까지 여겨지는 줄리아 스타일스의 시니컬하면서도 귀족적인 느낌은 여전하다. 또 흑인과 연인으로 등장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비디오로 출시돼 국내에서도 제법 인기를 얻은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를 떠올리게 할 것.

2 )
ejin4rang
질투는 질투를 낳는 법
  
2008-10-16 09:40
callyoungsin
질투를 통해 증오를 담아내는 연기..   
2008-05-22 15:4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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