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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3는 노인 장수만세 영화다
터미네이터 3 | 2003년 7월 24일 목요일 | 서대원 이메일

그렇다, <터미네이터3>는 노인 장수만세 영화였다. 12년 만에 돌아온 T3를 심히 심기 불편하게 봤던 이들이 영화를 빗대 노인학대라 칭하며 <터미네이터3>를 학대했지만, 우리의 아놀드 형님의 위풍당당한 볼록볼록 엠보싱형 근육질 풍채는 환갑잔치를 얼마 안 남긴 초로의 신사의 몸이라고 하기에는 믿기 어려울 만큼 그 옛날 그 시절 그대로였다. 액션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수장인 제임스 카메론을 대신해 영화를 맡았던 조나단 모스토우는 여러 가지로 자신이 악조건에 처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바로 이 점을 십분 활용하는 전략을 택해 단순하지만 미련하지 않은 우직한 전술을 아놀드를 통해 보여준다.

<터미네이터3>는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며 기기묘묘함의 품세들로 정교하게 프레임을 꽉 채운 요즘의 영화와는 달리 아주 아날로그적으로 액션 장면을 연출한다. CG를 덧씌우며 매무새를 잡은 근사한 피사체들와 풍광들이 지천에 널린 현재의 상황에서는 인간의 육체야말로 경이로운 스펙터클 그 자체다. 그러기에 구형 T-800(아놀드 슈왈츠네거)과 신형 T-X(크리스타나 로켄)가 벌이는 막무가내식의 대결 신은 꽤나 파워풀한 쾌감을 안겨다준다.

특히, 존 코너(닉 스탈)를 지키고자 아놀드가 T-X가 운전하는 크레인에 당당당 매달려 대로변에 위치한 건물을 그냥 온몸으로 들이 받으며 초토화시키는 장면과 화장실에서 서로 패대기치며 죽어라 싸우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경량급의 복싱선수가 현란한 풋 워크를 선보이며 잽을 비롯한 정교한 기술을 날릴 때 느껴지는 아기자기한 맛이 아닌, 뒤뚱뒤뚱거리며 기회를 노렸다 묵직한 한 방을 내질러 상대를 격퇴시키는 타이슨의 파괴력을 보는 것과 같은 그 느낌.

원초적 힘이 불쑥불쑥 생기는 듯한 T3의 액션 장면은 날 것에서만 느껴질 수 있는 무지막지함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놀드 역시 이 같은 설정에 잘 부합해 무리없이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그래서 리뷰의 제목도 여전히 삼두박근의 무게감을 떨구지 않은 아놀드에 한해 지어 놓은 것이다.

영화는 어찌할 도리 없이 전편과 비교되어야만 하는 숙명에 처해 있기에 아쉽지만 부족한 면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우선, 원 투편에 비해 이번 작품에는 긴장감이나 절박함이 거세돼 있다. 액션은 물론이거니와 드라마의 아찔아찔한 위기감을 촉발시켰던 인물 사라 코너(린다 헤밀턴)의 부재가 가장 큰 이유이다. 그녀와 제임스 카메론 없이 작업된 <터미네이터3>는 차 떼고 포 떼고 둔 장기와 마찬가지다. 영화가 싱겁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전작의 T-1000에 이어 등장한 여성(의 외피를 한) 사이보그 T-X의 존재 또한 여기에 한 공로한 캐릭터다.

헝클어진 긴 머리를 스튜어디스처럼 단정하게 붙들어매고 싸울 태세를 깔끔하게 준비한 T-X는 초반 알몸으로 등장해 아찔한 등짝과 엉덩이를 보여 준 것 외에는 특별히 이렇다할 볼 거리와 역할을 던져주지도 보여주지도 못한다. 최후를 맞이하는 T-X의 불쌍스런 모습 역시 보는 필자가 민망해질 정도로 너무 허망하다. 얼굴 표정은 말할 것도 없고 귀부터 시작해 헤어스타일까지 온 몸이 소름덩어리처럼 느껴졌던 <터미네이터2>의 T-1000이 사무치도록 그리울 뿐이다.

제임스 카메론과 린다 헤밀턴의 공백이 예상했던 대로 여실히 드러난 <터미네이터3>는 그 구멍을 메우고자 이야기를 구부려뜨리고, 전작의 인상 깊은 장면들을 빌려다 쓰고, 묵시록적인 분위기를 아놀드의 유머스러한 위트로 대체한다. 부시고 뽀개고 박살내는 액션에 중점을 둔 채 말이다. 결국, T3를 맛나게 즐기게 위해서는 전작들을 잊고 보는 것이 여러 가지로 편하다. 하지만 남녀가 진한 관계까지 다 갖고 나선 이제부터는 골방에서 이뤄진 창대한 침실노동을 모조리 잊고 가벼운 친구사이로서만 만나자면, 어디 그게 쉬운 일이겠는가?

4 )
naredfoxx
터미네이터는 나오면 그냥 보게 되는 시리즈물   
2010-01-01 20:27
ejin4rang
재미있고 스릴있고 액션도 멋있었다   
2008-10-16 09:53
bjmaximus
마지막 비유(남녀가 진한 관계까지 다 갖고 나선 이제부터는 골방에서 이뤄진 창대한 침실노동을 모조리 잊고 가벼운 친구사이로서만 만나자면, 어디 그게 쉬운 일이겠는가?)가 참.. 웃음밖에 안나오네요.   
2007-05-06 15:37
ldk209
우연히.. 헐리우드 극장에서 1편을 보고 받았던 충격이란....   
2007-01-2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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