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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뇨 속에도 빛나는 우정과 사랑 그리고 세계 (오락성 5 작품성 7)
오키쿠와 세계 | 2024년 2월 23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사카모토 준지
배우: 쿠로키 하루, 이케마츠 소스케, 칸이치로, 마키 쿠로도, 사토 코이치, 이시바시 렌지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90분
개봉: 2월 21일

간단평
19세기 말 에도, 분뇨 장사 ‘야스케’(이케마츠 소스케)는 폐지장사 ‘츄지’(칸이치로)에게 같이 일할 것을 제안한다. 두 사람이 분뇨를 사러 다니는 곳 중에서는 몰락한 가문의 딸인 ‘오키쿠’(쿠로키 하루)가 사는 낡고 좁은 공동주택도 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공동주택을 찾은 츄지와 야스케, 오키쿠는 그들이 푸는 분뇨 속에 자기 ‘것’은 없다고 굳이 강조하는데…

진흙탕에 뒹굴어도 반짝이는 게 청춘이라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분뇨 속에도 빛을 잃지 않은 우정과 사랑 그리고 세계가 있다. 1800년대 에도 막부 막바지를 배경으로 한 <오키쿠와 세계>는 분뇨업자를 통한 순환경제 시스템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빌려, 누추하지만 빛나는 청춘의 한가운데 선 인물들을 흑백 영상으로 시처럼 담아낸 작품이다. 분뇨를 밭에 뿌리고 작물을 키우고, 자라나면 음식이 되어 사람의 입에 들어가고, 다시 분뇨가 되는 순환형 사회의 핵심이지만, 가장 천하게 취급받는 분뇨업자인 츄지와 야스케. 몰락한 사무라이의 외동딸로 목소리까지 잃은 오키쿠. 영화는 서글프고 힘든 현실에도 열심히 삶을 가꾸어 나가는 세 인물이 어느 순간 마음이 통하게 되는 과정을 당시 유행했던 판화인 ‘우키요에’처럼 한 컷 한 컷 그려 나간다. 여러 챕터로 나누고 각각 소제목을 활용하여 간접 서사로 기능하도록 해 이야기와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데 있어 관객의 이해도를 높였다. 또 때때로 흑백에 색을 입혀 전환점을 마련하는 등 단절과 여백의 묘를 잘 살려 저예산과 빠듯한 촬영 일정(12회차)에 따른 한계에 근사한 포장을 둘렀다.

좋아하는 남자를 위해 갓 지은 밥을 꾹꾹 뭉쳐 주먹밥을 만드는 ‘오키쿠’와 말을 못 하는 그녀를 위해 글을 배우고 싶은 ‘츄지’로 분한 쿠로키 하루와 칸이치로, 분뇨를 뒤집어써도 웃으며 이야기꾼을 꿈꾸는 ‘야스케’ 역의 이케마츠 소스케까지 세 배우의 어울림이 좋은 작품이다. 다양한 테마의 영화를 선보여 온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30번째 작품이자 오리지널 각본으로 완성한 첫 시대극으로, 올해 제97회 키네마 준보(일본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영화 전문 잡지) 일본영화 ‘BEST 10’ 1위에 선정되었다.


2024년 2월 23일 금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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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설명하고 소개하기보다 여백이 있는 영화를 선호한다면 + 에도 막부 막바지, 일부 사람들이 저렇게 살았다고? 시대상 엿보기
-흑백임에도 불구하고 스크린을 넘어 냄새가 배어 나오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 평소 비위 약하다면 고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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